그림책이라고만 생각했던 잡지, 저의 오해였어요..
한 때 나는, 잡지는 명품이나 연예계를 신봉하는 여자들이나 보는 멍청한 책이라고 생각했었다.
나도 잡지를 보는 것은 좋아했었다. 잡지 속에는 늘 눈을 사로잡는 형형색색의 옷가지들, 절대로 내 형편으로는 구경조차 할 수 없는 고가의 가방과 구두들, 그리고 비인간계에 가까운 몸을 가진 모델들이 빼곡히 채워져 있었고, 그것들을 가질 수 없는 저세상의 것들로 인식하며 들춰보는 것이 생각보다 재미있었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백화점에 들어가 이 가방을 사겠지, 누군가는 매일매일 바비브라운과 슈에무라의 색조화장품을 사 모으겠지, 부럽군,하는 심정으로 잡지를 들춰보곤 했었다. 하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잡지 속 세상은 나와 상관없는 머나먼 세속에 불과했었다. 그때 나는 잡지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그림'만을 보았다. 미용실을 가면 미용사는 기다리는 시간 동안 늘 패션잡지를 들려주곤 했으니까.
작년 무렵이었을까. 미용실에 앉아 시간 때우기 용으로 잡지책을 펼쳐 여전히 다채로운 그림들을 구경하려던 중, 생애 처음으로 잡지책 첫 부분에 편집장이 쓴 글을 보게 되었다. 꽤 길고, 유연하고, 읽고 싶고, 유용한 글이었다. 알고 보니 매달 매달 출간되는 잡지책의 첫 부분에는 항상, 이 잡지를 총괄 담당하는 편집장의 인사말이 쓰여있던 것이었다.
미용실에서 그 많은 잡지를 읽어오면서 단 한 번도 읽어보려 애쓰지 않았던 부분의 빼곡한 글을 읽고 나자, 나는 내가 잡지라는 것에 대해 나 나름대로 엄청난 편견을 가져왔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 이후 나는 편집장의 말뿐 아니라, 곳곳에 실린, 아니, 눈을 기울여보니 상당히 많은 부분의 지면을 메우고 있는 빼곡한 ‘글’들을 읽어보기 시작했다. 그러자 잡지는, 시시각각 바뀌는 하이패션을 가벼이 쫓기 바쁜 속물스러운 그림책에서, 우리에게 패션과 예술과 문화에 대한 전반적인 상식과 동향들을 전달해주는 전문적인 책으로 탈바꿈하게 되었다.
아무렇지 않게 듣던 팝송의 제작과정과 뮤지션의 애환, 화장품 업계가 건강을 위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를 담은 화장품 전문가들의 인터뷰, 비록 살 수 없는 것들임은 여전하지만 내 오해와 달리 많은 깊이와 역사가 존재하는 명품브랜드들, 그리고 그 브랜드를 탄생시킨 디자이너들의 철학 등을 상세한 글로써 접하게 되니, 잡지책은 한두 시간으로도 훑어보기 힘든 책이 된 것이다.
어제도 나는 친구를 만나 잡지책 보그 한 권을 샀다. 무슨 내용의 글이 들어있든, 내게는 이제 샛별처럼 빛나는 세상의 동향 보고서 같은 글들이다. 1페이지부터 456페이지까지 단 한 장도 허투루 담지 않았을 잡지사의 수많은 인력들에 대해서도 새삼 위대함을 느끼는 요즘이다.
작가를 꿈꾸는 사람으로서 편견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가를 가끔 깨닫는다. 어떤 사물, 어떤 가치관에 대해 나도 모르게 가지게 되는 편견들. 지금에라도, 잡지가 내게 주는 수많은 영감과 지식들을 얻을 수 있어 얼마나 다행인가. 트렌디한 기사들뿐 아니라, 지면의 빛나는 색감과 레이아웃들은 일러스트를 취미로 하는 내게 또 다른 좋은 영감이 된다.
주말인 오늘도 나는, 잡지와 노트북을 들고 스타벅스에 왔다. 잡지를 읽고 글을 쓰는 이 시간은 내게 더할 나위 없는 내적인 풍요로움을 준다. 커피 한 잔이 끝날 때까지, 나는 오늘도 잡지에서 좋은 무언가를 머리에 담고 싶다.
2018 일상의짧은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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