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든글러브에서 뼈있는 수상소감을 남긴 여배우
메릴스트립의 골든글러브 수상소감이 화제다. 우리나라로 치면 공로상에 해당하는 상을 받은 메릴스트립. 그녀가 벌써 공로상을 탈 나이라는 것도 놀랍지만, 그녀의 연설문 뺨치는 수상소감에도 너무나 놀랍고 큰 감동을 느낀다.
그녀는 감사한 사람의 이름을 열거하는 대신, 취임 열흘을 앞둔 도널드트럼프 대통령의 자질 부족과 그 정권이 불러올 이민자들에 대한 탄압을 공식적으로 아주 젠틀하게 비판하며, 이민자로 가득한 할리우드의 배우들 및 예술가들이 앞으로 어떤 자세를 취해야할지 그 방향까지 제시하였다.
한 번도 깊이 생각해본 적은 없었지만, 그러고 보니 할리우드라는 곳은 영국, 캐나다 등 다른 나라에서 이주해온 배우들로 가득한 곳이었다. 그렇지만 그들 모두는 엄연히 미국에서 활동을 하는 배우들이며, 국적과 상관없이 미국의 숱한 영화제에서 수상을 해왔다. 이는 예술계만 해당되지는 않을 것이다. 하물며 태초에 미국이라는 땅 자체가 이민자들에 의해 만들어진 다양한 민족의 땅
아닌가.
메릴스트립 그녀의 말을 빌리자면, 라라랜드로 최전성기를 맞은 라이언 고슬링은 늘 그렇듯 사람 좋은 '캐나다'출신이고, 나탈리 포트만은 '예루살렘'출신이며, 그날 골든글러브에서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아름다운 흑진주 피부의 바이올라 데이비스는 명백한 흑인이지만 '미국 태생'의 배우이다. 피부색과 출신지를 기준으로 사람
을 나누고, 강력한 이민자 반대 정책을 펴는 트럼프의 주장이 무의미하게 느껴지는 대목이었다.
이미 세상은 다채로운 사람들이 함께 살아가는 곳. 특히나 국제적으로 뛰어난 영화예술이 꽃 핀 미국 땅에서 외국인들을 몰아낸다면, 메릴스트립의 말처럼 아마 예술은 사라지고 말 것이다.
무례함은 무례함을 낳고, 폭력은 폭력을 낳는다. 우리는(배우들은)공감의 연기를 할 수 있는 특권과 책임감에 대해서 서로에게 계속 상기시켜야 한다.
그녀가 단상에 올라 배우들에게 당부한 말이다. 공로상에 빛나는 진정한 여배우의 감동적인 수상소감이었다.
이 날 메릴스트립의 이 소신 있는 수상소감에 사람들은 박수갈채를 보냈는데, 놀랍게도 차기 대통령으로 선정된 트럼프께서는 이 수상소감을 들으셨는지 다음날 자신의 SNS에 이런 말을 올린다.
"메릴스트립은 가장 과대평가된 배우 중 하나다"
눈을 뜨고 봐 줄 수가 없을 정도로 유치한 반격이었다. 아니, 반격을 한 것 자체가 이미 한 나라의 국가원수로서 매우 모자란 인격임을 인증하는 일이었다. 그녀의 공로상을 축하는 못할 망정 비아냥이라니.
좋은 지도자를 만나는 것이 얼마나 축복인 일인 지 새삼 실감하게 되는 요즘이다. 대한민국의 현 사태만으로도 큰 재앙을 맞이한 우리지만, 미국 대통령에 도널드 트럼프가 당선되면서 남의 나라 미국 땅 또한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남 일 같지가 않기 때문이겠지.
아직 취임도 하지 않은 트럼프의 격 없는 언행들이 이미, 앞으로 미국 대통령으로서의 그의 행보가 어떨지 여실히 말해주고 있다. 미국 예술가들의 상당수가 트럼프에게 등을 돌리고 있으며, 많은 국민들 역시 반대운동을 벌이고 있다고 한다.
대중을 대표해 단상에 올라, 이런 자질 없는 대통령을 향해 뜨거운 메세지를 전한 메릴스트립에게 공경을 표한다. 나라를 이끌어가야 할 대통령이 여배우보다 못한 소신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조금은 슬프지만.
우리나라도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가 존재한다고 하는데, 예술인들의 표현의 자유까지도 말살하려고 하는 정권에 살고 있는 지금. 먼 나라 여배우의 수상소감에 격한 공감을 하게 되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일까. 씁쓸한 일이다.
2017 일상의짧은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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