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간 이에게 쓴 글
옛 남자 친구와 헤어지고 끄적였던 글을 오래된 메모장에서 발견했다. 지금 와서 다시 읽어보니 내가 그때 참 많이 상처받았었구나 싶다. 시간이 약이라고, 잘 견뎌낸 지금 나는 아주 잘 지내고 있고, 이젠 아련한 회상으로 이 글을 복사해본다.
잘 가라 옛 연인아. 너는 떠났지만 글은 남았다.
나의 가장 건강한 모습을 사랑해줄 남자는 많다. 그렇지만 나의 가장 남루한 모습을 사랑으로 보듬어줄 남자는 많지 않다.
내가 누군가와 다시 진실된 사랑을 해야 한다면, 나의 건강한 모습에 반해 나를 택했더라도, 나의 예상치 못한 어둡고 초라하고 빗물이 새는 그런 면에도 달아나지 않는, 그런 남자와 할 것이다.
너는 나의 활기차고 밝은 모습에 반했지만, 나의 상처와 힘든 시간들을 외면했다. 그치만 그것 또한 네가 택한 나라는 사람의 일부였음을, 긴 시간이 걸리더라도 깨닫길 바란다.
나는 너의 가장 남루한 곳마저도 어루만질 수 있었지만, 넌 아니었었나 보다. 나는 앞으로 너보다 따뜻한 사람을 만나겠지만, 미안하게도 넌, 그렇지 못할 것이다. 딱 네가 나에게 했던 만큼, 그만큼의 애정만을 줄 사람과 만날 것이다.
저주에 찬 글이지만, 사실 이 글은 당시의 나를 일으키기 위한 위로의 글이었다. 연애라는 것은, 이토록 한 사람의 자존감을 뒤흔드는 일이다. 나는 저 때, 나의 온 자존감을 그 사람의 존재에 매단 채 살았다.
저 때의 남자가 너무나도 밉지만, 딱 한 가지 고마운 게 있다. 나에게 큰 선물을 주었다. 혼자서 이겨내는 동안, 나는 스스로 자존감을 회복하는 법을 터득했다.
정말 고맙다. 덕분에 지금의 나는, 그때보다 단단하다.
2017 일상의짧은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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