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극적 리뷰어가 되기
아침에 일어났는데, 어제 무엇인가 하지 않은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런 기분이 들 때면 그게 뭐였는지 생각이 날 때까지 내내 찜찜하다. 분명히 어제 뭔가를 하려고 했었는데 이상하다, 대체 뭐였더라. 대단한 일은 아니었는데...,
머리를 말리고 집을 나설 때 즈음에야 생각났다.
'아! 택시 아저씨!'
어제저녁 일을 마치고 퇴근을 하던 길에, 양손에 짐이 많아서 어플 택시를 불렀었다. 갈수록 내향적으로 변하는 성격 탓인지 평소 택시를 타면 말을 거는 기사님을 그다지 좋아하는 편이 아닌 나는, 말 한마디 없이 조용히 집까지 가주셨던 어제의 기사님이 참 편안하고 감사했더랬다.
그런데 집 앞에서 내리려는 찰나, 기사님이 뭔가를 말할 듯 말 듯 작게 내게 읊조리셨다. "네?"하고 되물었더니 그제야 큰 목소리로 되돌아오는 대답은 놀랍게도, "별 다섯 개 눌러줘요... 택시 어플..."이었다. 별 다섯개라니. 그 말씀이 왠지 귀엽게 느껴져 웃으면서 "네 꼭 눌러드릴게요"하고 내려서는, 그대로 집에 와서 씻고 눕느라 까먹은 것이었다.
오늘 오전이 되어서야 나는 택시 어플을 켜서 어제의 기록을 찾아 별 다섯 개를 꾹 눌러드렸다. 세상에 그렇게나 택시를 자주 이용하면서도 나는, 그간 나를 어딘가로 태워준 택시기사님들께 별표 한 번을 눌러주지 않고 살았었다. 별로 수고롭지도 않은 일이었는데...,
SNS에 글을 기고하고, 하루에도 몇 번씩 그 반응을 확인하며 울고 웃는 내게, 어제 그 기사님의 그 한마디가 어찌나 와 닿았던지 모른다. 자영업자에게도, 어딘가에 글을 쓰는 내게도, 하물며 택시기사님들에게도, 리뷰는 참으로 중요한 것이었다.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언젠가부터, 소비자들이 그것을 이용할지 말지 판별하는 기준이 인터넷 상에 매겨진 별점이 된 지 오래인 세상. 그렇게 수줍은 사람에게조차 큰 용기를 내어 별을 눌러달라고 하게 할 만큼 타인의 평가란 참 중요한 거구나. 당연한 얘긴 줄 알면서도 조금 씁쓸한 생각이 들었다.
굳이 불편을 느꼈다고 긴긴 악평을 남길 용기는 없는 소심쟁이이지만, 가능하면 내가 좋았던 경험에는 꽤나 적극적으로 별 다섯 개를 눌러주는 소비자가 되자고, 다짐을 해본다. 무미건조한 이 세상에 이렇게라도 한 스푼의 기름기를 발라주는 존재가 되고싶다.
어제의 그 기사님은 나의 리뷰에 조금이나마 힘이 되셨을까. 그러셨기를 바라본다. 말없이, 부드러운 운전으로, 내게 편안함만을 주셨던 그 기사님의 운행이 다른 사람에게도 널리 널리 좋은 경험이 되었으면.
2020 일상의짧은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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