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에는 벚꽃축제가 없습니다
쉬는 날, 모처럼 동탄에 사는 친구를 만나기로 했다.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 바이러스의 여파로 친구를 만나는 것조차 눈치가 보이는 요즘이다. 하지만 삶은 이어나가야 한다. 노동에 쪄든 나는 힐링과 수다가 절실히 필요했다. 마스크로 하관을 단단히 조이고 모자까지 눌러쓴, 거의 복면강도 수준으로 무장을 한 채 나는 집을 나섰다.
정말 오랜만에 집 밖으로 나온 휴일이었다. 출퇴근할 때는 볼 수가 없었던 대낮의 길거리에는, 어느새 완연한 봄이 묻어있었다. 따뜻한 날씨와 곳곳에 피어오르는 꽃의 기운, 그리고 알록달록해진 사람들의 옷차림까지. 어김없이 이번에도, 봄이 온 것이다. 바이러스도 막지 못하는 봄이다!
하지만 슬펐던 건, 봄이 와서 가볍고 환해진 사람들의 옷과는 달리, 다들 얼굴엔 철옹성 같은 마스크가 끼워져 있다는 것이었다. 이제는 너무도 당연히 느껴지는 마스크 쓴 얼굴의 풍경. 봄을 느끼고 싶은 마음과, 돌아다니면 안 될 것 같은 불안의 슬픈 공존일까. 가벼운 옷과 두꺼운 마스크의 대비가 오늘따라 더 크게 느껴졌다.
문득 뉴스에서, 마스크도 끼지 않은 채 집 밖에 나가지 말라는 정부의 지침에 항의하던 어느 나라 시민들이 떠올랐다. 거긴 우리나라와 정서가 사뭇 다른 듯했다. 날씨가 이리 좋은데 대체 왜 집에 (격리되어) 있어야 되냐는 매우 감성적인 분위기가 대다수였던 것이다. 그래서 너무 놀랍고 한편으론 부럽기도 했던 그 태도. 뉴스를 보면서는 '그래도 저건 미친 짓이야'라고 생각했으면서, 막상 내 피부에 봄이 스치자 나도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니 날씨가 이렇게 좋은데 왜 밖에 나가면 안 돼?' 맡고 싶다고 봄 냄새를! 직접 내 얼굴로, 내 피부로, 자연이 해마다 주는 이 각별한 선물을 맘껏 느끼고 싶다구…
버스에 앉아 동탄까지 가는 길, 창으로 내내 따뜻한 햇빛이 새어 들어왔다. 마음이 심하게 일렁거린다. 어차피 제대로 봄구경도 못할 거, 비나 왕창 내려주지. 이렇게나 날씨에 크게 동요되는 우리 인류에게, 이 전염병은 육체의 병을 넘어 정신적 슬픔까지 주고 있는 것 같다. 우리가 가엾다. 언제까지 이래야 할까. 매년 맞이하지만 매년 새롭고 애타는 이 봄을, 정녕 지나쳐야만 하는 이 현실이 야속하다.
2020년의 봄, 곳곳의 벚꽃축제가 취소되었다. 사계절이 뚜렷하다고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봄은 사실 그중에 지분이 제일 적다. 그리고 그중에서도, 피어있는 날짜로만 계산한다면 벚꽃시즌은 채 2주도 되지 않을 것이다. 이 2주간의 짧은 축제마저도 허용되지 않는 올해,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봄에 대한 갈증과 미련이 어느 때보다 크게 남을 것 같다.
나 또한 그렇다. 봄이, 꽃이, 처음으로 목마르다. 부디 내년엔, 피부가 그을릴만치 야외활동을 해야지, 하고 다짐해본다. 허락될지는 잘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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