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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

멈추지 않는 이 눈물은 어디서 나오죠


너무나도 우울하던 어느 날. 나는 파이프가 고장 난 수도꼭지처럼 몇십 분을 울었다. 멈추질 않는 눈물을 닦으며 나는 이 많은 눈물이 대체 어디에서 나오는지 궁금했다.


나는 인체구조에 대한 어떤 해박한 지식도 없지만, 아마도 눈물은 내 얼굴 어딘가에 차곡차곡 쌓여있었던 게 아닐까 생각했다. 기분이 좋을 때는 그저 잔잔한 호수처럼 아무 요동도 없지만, 갑자기 슬프거나 괴로운 일이 생길 때면 불시에 그 언제든 활화산이 폭발하듯 터져 나올 수 있게끔 늘 마르지 않게 고여있는 거라고. 분명히 아주 많은 양의 눈물이, 작디작은 눈물샘 말고 다른 어딘가에 지하수처럼 저장되어있는 거라고.

그러지 않고서는, 지금 잠깐 우울이 나를 스쳤다는 이유로, 이 많은 양의 눈물이 한꺼번에 흐를 수가 없다. 한 방울씩 그때그때 준비된다고 하기엔 터무니없이 많은 양의 눈물을, 설명할 길이 없다. 내가 언제든 울 수 있도록, 슬픔을 씻어 내릴 수 있도록 우리 몸은, 의사들도 찾지 못하는 어딘가에 눈물을 차곡차곡 쌓아놓음이 분명하다.





2020 일상의짧은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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