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미소를 지어야 하는 슬픈 서비스인
한국에서는 유독 서비스 정신이 크게 요구되는 것 같아요.
그만큼 대접받고 싶은 사람들이 많은 걸까요.
그만큼 자존감 낮은 사람들이 많다는 걸까요.
타인의 극진한 대접이 아니면
자기 자신이 가치 있음을 느끼지 못하는 걸까요.
네, 우리는 서비스인이에요. 당신께 서비스를 베풀 수는 있죠.
하지만 우리가 늘 웃고 있을 수는 없어요.
웃지 않는다고 불 친절한 건 아니잖아요.
우리도 가끔은 억지미소를 쉬고 싶을 때가 있어요.
그렇다고 당신께 불친절하겠다는 게 아니에요.
우리가 말하는 건,
당신이 화장실을 찾다가 우연히 저와 0.1초쯤 눈이 마주친
그 찰나조차 웃고 있기는 힘들다는 거예요.
부모가 늘 아이를 안고만 있을 수 없는 것처럼,
연인이 늘 당신과의 메세지 화면만 들여다볼 수는 없는 것처럼,
우리도 매시간 웃기란 참 힘이 들거든요.
그러니 잠시 잠깐 당신과 마주한 몇 초 동안
서비스인이 웃음을 띄지 않았다고 노여워마세요.
우리가 웃어주지 않아도 당신의 가치는 변하지 않아요.
이런 우리를 이해해주는 사람이 늘어날수록
역설적으로 우리는 더 환히 웃을 수 있어요.
오늘 당신은 조금 피곤한 기색이 있었던 직원에게,
하지만 자신의 본분은 하나도 빠뜨린 적 없는 직원에게,
단지 웃고 있지 않다는 이유로 컴플레인을 걸었죠.
제 일은 아니었지만, 전 속상했어요.
웃기를 강요하는 세상,
별 값어치 없는 그 가짜 미소라도 원할만큼 마음이 병든 사람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요. 이 모든 게 참 슬프게 느껴져요.
언젠가는 변할 수 있을까요. 우리에게 다가오는 당신이 웃어주고,
그러면 우리도 자연스레 진심의 미소가 지어지는 세상.
다짜고짜 화부터 내는 당신께
무조건적으로 웃어야 하는 것이 '최고의 서비스'가 아닌 세상.
그런 세상으로 변할 수 있을까요.
'웃지 않음=불친절'이 아니라는 걸 언젠가는 당신이 알게 될까요.
가뭄으로 갈라진 땅 위에 꽃이 필 수 없듯,
메마른 당신께 오늘도 전 진심으로 미소 짓지 못했네요.
네, 당신이 본 저의 미소는 철저히 가짜였어요.
진심이 아닌 미소로 당신을 대해 죄송해요.
다음에 당신이 조금만 더 촉촉하게 절 대해준다면,
저도 그때는 진짜 미소를 지을 수 있을지도 몰라요.
언제나 웃을 수만은 없는,
그러나 웃어야만 하는 사람이,
수많은 당신께.
2020 일상의짧은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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