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코로나라는 터널

우리는 이 긴 터널을 지나는 중입니다

[브런치].jpg


코로나 19로 우리의 일상은 참 많이도 달라졌다. 이제는 마스크를 쓴 삶이 버젓한 일상이 되어서, 그 이전의 삶이 어땠는지 낯설 때도 있다. 어떤 거대한 터널을 통과 중인 것만 같다. 그런데 대체 언제 끝날까 이 터널은.


여느 때처럼 출근 준비를 하고, 일회용 마스크 한 장을 쓴 후에 출근길에 나섰다. 9시 10분이면 늘 오는 버스에 몸을 싣고 가다가 버스 안을 문득 둘러보았는데... 분명 평소와 다름없는 풍경이었을 텐데, 버스에 탄 모든 이들의 얼굴에 하나같이 마스크가 끼워져 있는 게 참 신기하게 느껴졌다.


전염병은 언제든 있었다. 메르스도 있었고 신종플루도 있었다. 그 외의 자질구레한 바이러스들도 참 많았더랬다. 그럴 때마다 뉴스에서는 늘 손을 자주 씻고 마스크를 쓰라고 했지만, 그때는 늘 지키는 사람 반, 무신경한 사람 반이었는데. 이제는 모든 사람의 얼굴에 마스크가 씌워져 있다. "에잇 난 그런 거 몰라유, 대충 살다 죽지 뭐!"라고 할 것만 같은 할아버지의 얼굴에도, "얘야 마스크 끼라니까!"라는 엄마 말을 무시하고 등교할 것만 같은 고등학생의 얼굴에도, 전염병 예방보단 자신의 화장을 뽐내고 싶어 할 듯한 20대 초반 여자아이의 얼굴에도, 모두 마스크가 씌워져 있다. 아무런 반항도 없고 원래 그래 왔다는 듯 모두 익숙한 표정들이다.


지속되는 공포와 반복되는 학습은 결국 모두를 변하게 만드는구나. 투덜대면서도 어쨌든 내 하루의 시작과 끝에 마스크가 존재하는 삶을, 결국 받아들이게 하는구나. 신기하고도 애잔하고도 괴로운 일상이다.


이제는 웹툰을 보고 있던 핸드폰 위로 재난문자가 울려대도 하나도 놀랍지가 않다. 아무도 호들갑을 떨지 않는다. 태고적부터 하루에 몇 번씩 이런 문자가 왔던 것처럼 느껴진다. 원래 하루에 사람은 몇 명씩 전염병에 걸리고, 손소독제는 어디에나 비치되어 있었던 것만 같고, 마스크를 끼지 않은 사람은 원래 바깥에 나오면 안 되는 존재였던 것만 같다. 모든 버거운 규칙들도 하나씩 당연하게 내 삶을 파고든다. 원래 그랬던 것처럼.


우리는 그 이전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점점 기억이 나지 않는다. 금방 끝나겠지 하던 게 어언 반년, 어쩌면 일 년, 어쩌면 유행이 아니라 정말 내 남은 삶의 영원한 일부가 될 것만 같다.






2020 일상의짧은글

ⓒ글쓰는우두미 All rights reserved.

인스타그램 @woodumi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먹는 게 제일 중요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