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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따수운 작가 우듬지 Sep 27. 2020

직접 만들어 먹는 빵,
베이킹클래스 <엠유베이킹>

연남동 베이킹클래스에서 오감으로 힐링 체험하다!

베이킹클래스 스튜디오 <엠유mu베이킹>.



엠유 베이킹 (mu baking)
· 서울 마포구 연남로 42 (연남동) 코오롱상가 B동 303B호
· Le Cordon Bleu, patisserie , 일본동경제과학교 연수
· 원데이 클래스, 정규 클래스 가능
· 참가문의 >> 블로그 또는 카카오톡(ID:엠유mu베이킹)


지난 주말. 평소 랜선으로 알고 지내던 분의 베이킹 클래스 스튜디오에, 남편과 함께 원데이 클래스를 다녀왔다. 베이킹 클래스를 알아보던 참에 아는 분이 이런 스튜디오를 한다는 것이 내내 매우 반가웠었고, 용기를 내 원데이 클래스를 신청했다. 부담스러워하실까 걱정한 것과는 달리 너무나 흔쾌히 받아주셨다. 연남동 연트럴파크에 위치한 <엠유 베이킹>을 가는 길, 하필 또 날씨가 너무 좋았다. 이런 날씨에 달큼한 빵 만들기라니 뭔가 감성영화의 주인공이 된듯한 기분에 간질간질거린다. 일요일이라 그런가 차는 좀 막혔지만. 


화이트톤의 깔끔한 스튜디오에 도착하자, 이미 우리 클래스를 위해 준비를 마치신 선생님이 기다리고 계셨다. 랜선으로만 알고 지내서 인지 서로 실물을 영접하고 어찌나 신기했는지! 선생님은 수업하기에 앞서, 간단히 오늘 배울 메뉴의 구성과 레시피에 대해 설명해주셨다. 우리가 하기로 한 베이킹은 '단호박 앙금 쑥 파운드케이크'와 '엠유(mu) 쿠키'. 선생님은 모르셨겠지만 이론 충인 나는, 바로 베이킹부터 시작하지 않고 이런 설명의 시간을 가져주신 게 너무 흡족했다. 그동안 짧게나마 여기저기서 베이킹 클래스를 체험했을 때마다 이론을 짚고 넘어가 주는 선생님은 없었기 때문이다. 그냥 바로 앞치마를 맸었고, 하라는 대로 그저 반죽을 젓고, 굽고, 사진을 찍고 끝났었던 짧은 기억들. 어차피 들어봐야 비전문가의 귀에는 수박 겉핥기에 불과하겠지만, 그래도 대략적인 개념 설명을 듣고 윤곽을 알고 싶은 나로서는 항상 아쉬운 부분이었다. 그런데 엠유 선생님은 우리 눈높이에 맞추어 최대한 베이킹의 개념을 잡을 수 있도록 설명해주셨다. (레시피를 보고 혼자 할 수 있게끔 재료를 묶는 방법, 과정을 나누는 방법 등을 알려주신다.)



개념 설명이 끝난 후 베이킹에 들어갔다. 테이블에는 이미 계량과 소분이 끝난 재료들이 가지런히 놓여있었다. 베이킹 클래스를 체험해본 적 없는 남편 왈, "아아 이렇게 다 (소분과 계량) 되어있는 거구나. 나는 아예 처음부터 다 하는 줄 알았어"라고. 귀여운 남편. 계량컵을 들고 박력분을 푸는 것부터 시작하면 우리 클래스는 다섯 시간이 될 거야, 남편... 물론 실제 베이킹은 계량과 체치기 부터 시작해야겠지만 두 시간 남짓한 클래스에서는 효율을 위해 이를 선생님이 미리 준비해주신다는 거.




내가 먼저, 파운드케이크를 만들었다. 상온에 잠시 꺼내 둔 버터를 먼저 믹싱볼에 넣고 핸드믹서로 부드럽게 녹여준다. 거기에 설탕을 넣고 버터와 섞어주고, 계란과 우유 순서로 또 섞어준다. 고체에서 액체 순서로 재료를 버터와 섞어주는 것을 '버터의 크림화'라고 한다고. 베이킹을 배워보기 전엔 그냥 아무렇게나 섞어버리면 반죽이 되는 줄 알았지만, 베이킹에는 굉장히 섬세한 단계와 순서 그리고 주의사항들이 있다. 버터와 섞는 재료들이 분리되지 않도록 여러 번에 걸쳐 재료들을 섞어주어야 하는 데다, 온도에도 민감하다. 조금만 온도가 차이 나거나 한꺼번에 섞게 되면, 버터가 분리되어 마치 순두부처럼 된다고. 성격 급한 내가 계란을 콸콸 부었다가 바로 순두부 반죽을 맛보게 됐다. 물론 선생님의 터치로 다시 소생에 성공했지만.


섬세하게 마친 버터크림화 과정이 끝나면, 이제 잘 체 쳐둔 박력분+베이킹파우더를 넣어준다. 이때는 핸드믹서를 이용하지 않고 스페츄라(주걱)로 조금 덜 섬세하게 섞어줘야 한다. 11자로 섞다가 가루가 날리지 않을 때 즈음 치대 준다. 중간중간, 재료의 손실에 없도록 믹싱볼에 남은 재료를 스페츄라로 싹싹 모아주어야 하는데, 회사에서 화장품 실험을 하는 남편이 스페츄라를 익숙하게 다뤄 선생님의 칭찬을 받고 으쓱해졌다. 그렇게 곱게곱게 섞고 치댄 우리의 빵 반죽은, 쑥가루까지 들어가 예쁜 초록색 반죽이 되었다. 


다 된 반죽은 짤주머니에 넣어 유산지를 깔아 둔 파운드케이크 틀에 모서리 부분부터 꼼꼼히 채워지도록 짜준다. 개인적으로 제일 귀여운 과정이었다. 좁은 짤주머니 입구에서 초록빛 반죽이 꿈틀대며 나오는 게 어찌나 기분 좋던지. 반죽 중간에는 단호박을 쑤어 만든 앙금을 넣고, 반죽이 다 된 윗면에는 남편이 잘게 다져 만든 콩가루 크럼블을 솔솔 뿌려 마무리했다. 그렇게 완성된 파운드케이크 반죽은 예열을 마친 오븐 안으로 들어가 이제 우리가 익히 아는 모습을 갖추기 위해 노릇노릇 잘 구워진다. 




파운드케이크가 익는 사이, 이번에는 남편이 엠유 쿠키 만들기에 도전했다. 엠유 쿠키는 이 스튜디오에서 인기 있는 쿠키로, 견과류와 다크 초콜릿이 아낌없이 듬뿍 들어간다. 아 정말 내 스타일이다. 쿠키 반죽은 질감 면에서 파운드케이크와 조금 달랐다. 쿠키가 파운드케이크보다 더 바삭한 만큼 반죽도 더 되직하다. 하지만 만드는 과정은 같아서, 역시 버터를 녹이고, 설탕을 넣고, 계란을 조금조금씩 넣어주고, 우유를 넣어 섬세하게 반죽한다. 마무리된 반죽은 잘 분할해서 손으로 동글동글 말아 팬에 간격을 유지해 놓아준다. 그렇게 완성된 쿠키도 파운드케이크를 따라 오븐으로 들어가면, 우리가 할 일은 이제 끝.



빵이 구워지길 기다리는 동안 감사히도 앞 타임의 클래스에서 만든 케이크도 맛볼 수 있었다. 향긋한 레몬 커스터드 크림 케이크였는데, 이때 시식의 중요성을 느낄 수 있었다. 왜냐면 너무 내 취향을 저격한 맛이라서 (케이크에 유자, 레몬 들어간 거 좋아함) 다음에는 이 케이크를 만들러 와야겠다고 느꼈기 때문. 철부지 같은 우리가 케이크를 먹는 사이 선생님은 부리나케 설거지를 하셨다. (원래 설거지는 신청자의 몫입니다.) 이때뿐 아니라 우리가 반죽을 하는 사이, 떠드는 사이 등, 클래스 사이사이 틈이 나면 기구를 재빨리 씻어 엎어놓으셨다. 그 모습을 보며, 주방에서 사이사이 설거지를 하는 게 살림에 얼마나 효율적인지를 매일 체감 중인 주부로서 공감이 많이 됐다. 역시 부지런함은 언제 어디서나 빛을 발한다. 선생님께는 너무 죄송했다.


레몬 케이크를 먹는 동안 어느새 잘 구워진 파운드케이크와 쿠키가 오븐 밖으로 나왔다. 몽글몽글 부풀어 통통해진 파운드케이크와 쿠키를 보니 감격스러웠다. 이걸 우리가 만들었다니! 아, 물론 8할은 선생님이 도와주셨지만. 선생님은 파운드케이크가 잘 익었는지는 이쑤시개로 빵을 폭 깊숙이 찔러 넣었을 때 반죽이 묻어 나오지 않는지를 보면 된다고, 너무 귀여운 팁까지 알려주셨다. 흡사 감자나 고구마를 삶을 때 젓가락으로 푹푹 찔러보는 것과 비슷한 이치로군. 요리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뼈대가 다 일맥상통하는구나 느꼈다. 



선생님은 상자를 만들어 어느 정도 식은 파운드케이크와 쿠키를 넣고 리본으로 묶어주셨다. 선물용으로도 무방할 만큼 박싱은 예뻤다. 이쯤 되면 선생님이 다 만드시고 우리가 손을 얹은 셈이려나. 그래도 너무너무 즐거운 시간이었다는 걸 선생님이 꼭 알아주셨으면!


따뜻한 빵과 쿠키를 끌어안고 돌아가는 길, 햇살이 너무 좋아 잠시 연트럴파크 숲길을 걸었다. 의도하지 않았지만 날씨가 받쳐주니 내 삶에 따스한 여유가 흐르는 것만 같고 기분이 막 좋았더랬다. 손이 많이 갔을 우리 부부를 아이처럼 섬세하게 대해주신 선생님께 정말 감사했다. 금전적인 것에 뜻을 두지 않고 저렴한 비용으로, 다른 사람들에게 베이킹을 널리 알려주고 싶으시다던 따뜻한 선생님의 마음이 오래오래 기억될 것 같다. 우리 부부의 마음도 빵처럼 보송보송 부푼 하루였다.



(+) 단호박앙금 쑥 파운드케이크의 사랑스러운 단면.




해당 포스트는 인스타그램 매거진 <주간우두미>의 24호 포스트의 일부입니다. <주간우두미>는 인스타그램 @woodumi 계정 또는 해시태그 #주간우두미를 통해 보실 수 있습니다. 




2020 먹고 여행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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