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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따수운 작가 우듬지 Sep 22. 2020

오마카세 체험기 <심야식당 쿤>

돈이 아깝지 않은 맛있고 푸짐한 일식 다이닝!

일식 다이닝 레스토랑 <심야식당 쿤>
심야식당 쿤
경기 성남시 분당구 정자일로 121 (정자동)
OPEN 11:30 - CLOSE 22:00
BREAK 15:00~17:30│연중무휴


지난 8월 나의 생일날. 엄마와 시어머니께서 각각 생일을 축하한다고 얼마씩 용돈을 보내주셨었다. 철저히 내게 주시는 용돈이니 내 마음대로 내가 하고픈 걸 할 수도 있었건만, 왠지 신랑과 함께 맛있는 걸 먹고 싶었다. 정확히 말하면 비싸고 맛있는 거, 평소에 감히 먹을 수 없는 고급 요리 같은 걸 말이다. 정자동에 평소에 호시탐탐 노리고 있던 <심야식당 쿤>이 딱 생각났다. 이곳은 미식가들 사이에선 이미 유명하다는 '육군철 셰프'의 일식집으로, 가게 이름도 좋아하는 일본 영화 '심야식당'을 차용해서 더 마음에 들었던 집이다.


내가 여기서 맛보고 싶었던 건 오마카세 코스요리다. 오마카세(お任せ)란 '맡긴다'는 뜻의 일본어로, 손님이 요리사에게 메뉴 선택을 온전히 맡기고 요리사는 가장 신선한 식재료로 제철 요리를 만들어 내는 것을 뜻한다. 평소에도 일식을 좋아하고, 그중에서도 생선을 좋아하고, 죽기 전에 먹고 싶은 음식 하나를 택하라면 1초도 망설이지 않고 초밥이라고 대답할 정도로 나는 회 사랑꾼인 사람. 디너 오마카세가 1인당 9만 원을 호가하는 곳이지만 서른한 살 생일에 회 사랑꾼으로서 이 정도 플렉스를 못하랴. 생일 저녁, 신랑을 끌고 위풍당당하게 그곳에 들어갔다. 




조명이 살짝 어두운 매장의 예약된 테이블에 안착했다. 셰프 바로 앞에서 식사를 할 수 있는 바(bar) 쪽의 '카운터 오마카세'도 있었지만, 카운터는 테이블보다 2만 원이 더 비싼 11만 원이었고, 음, 돈을 조금 아껴보자는 마음과 더불어 셰프와 너무 밀착되어있는 게 오히려 불편한 내향 인간들인 우리 부부는 그냥 테이블에 앉기로 했다. '어차피 음식은 똑같잖아?!' (셰프님과 소통하며 드시는 걸 좋아하는 분들은 카운터 오마카세를 추천해요)


메뉴판을 보니 스텔라(Stella) 생맥주가 있길래 오마카세와 함께 스텔라를 마실까 싶었는데, 스텔라는 그만 동이 났단다. 할 수 없이 차선책으로 에비수(Yebisu) 생맥주를 시켰다. 에비수는 처음 마셔보는 맥주였는데 미안하게도 그저 그랬다. (먹어본 맛있는 맥주가 너무 많아서 그렇다) 하지만 괜찮다. 오마카세가 맛있을 테니까!




(좌) 계란찜 , (우) 관자&우니크림


첫 시작은 새우와 표고버섯이 들어간 계란찜으로 시작했다. 나도 집에서 계란찜을 종종 하는 주부지만 대체 계란찜에서 어찌 이런 맛이 나는지 모를 일이다. 맛있어서 금방 먹었다. 뒤를 이어 나온 문어 간장조림도, 관자&우니크림도 너무너무 맛있음은 당연했을까. 신랑은 우니를 접할 때마다 자신이 일본에서 먹은 굉장히 비렸던 우니 얘기를 꼭 곁들이며 '우니는 비리다' 공식을 내세우는데, 이곳의 우니를 먹으면서는 너무 맛있다고 했다. 똑같은 재료도 누굴 만나느냐에 따라, 누가 가공하느냐에 따라 맛은 천차만별인 모양이다. 관자에 우니크림을 곁들여 김에 싸 먹는 그 맛과 식감은 와우, 정말 예술이었다. 입에 넣자마자 사라진다는 게 이럴 때 쓰는 표현이리라.


오마카세 코스는 우리가 접시를 비울 때마다 직원이 계속 채워주며 친절하게 설명도 곁들여주었다. 설명은 매우 전문적인 데다 자세하고 길었는데, 회를 먹을 줄만 알지 배경지식은 전혀 없는 우리 부부는 들어도 모르는 게 태반이어서 어찌나 미안했는지 모른다. 직원이 떠나간 자리로 "이게 뭐라고?", "어떻게 먹으라고?", "모르겠어 일단 맛있네"만 연발하는 우리였다. 다음에 오면 핸드폰을 켜고 열심히 메모라도 해봐야지.




충격적으로 맛있었던 금태밥


거의 모든 메뉴들이 우열을 가리기 힘들 만큼 개성 있고 맛있었지만, 가장 맛있었던 메뉴 하나를 꼽으라면 나는 참기름을 넣은 밥에 금태 구이를 올린 '금태 밥'을 꼽겠다. 사실 이것도 금태인 줄 당연히 모르고 너무 맛있다고만 생각하고 있었는데, 코스가 다 끝난 후 직원분이 가장 맛있었던 것 하나를 앵콜 메뉴로 다시 주겠다고 하셔서 그때야 알았다. "그..그.. 밥 위에 생선구이 올린 거요!"라고 했는데 그건 너무 비싸서 안된다고 했기 때문이다. 그 비싼 몸이 바로 금태셨던 것. 찾아보니 금태는 7월에서 10월 사이에 잡히는 매우 매우 고급한 어종이란다. 역시 뭘 몰라도 제일 비싸고 맛난 건 알아맞히는 신기한 내 입. 아무튼 앵콜은 안되었던 그 금태 밥이 난 제일 맛있어서 기억에 남더라는. (대신 앵콜 메뉴로는 관자&우니크림을 받았다.)


그 외에도 명칭과 재료가 다행히 기억에 남는 건, 전복을 소금과 내장 소스에 찍어먹었던 전복 술찜, 새끼 복어와 고추를 튀긴 요리, 마치 카스테라 같았던 계란구이 교쿠 등등이 있다. (회를 좋아한다면서 그에 비해 정보력은 좀 딸리는 게 매번 머쓱하긴 하다.) 이십 대 초반, 만 삼천 원인가만 내면 무제한으로 스시를 즐길 수 있었던 초밥집에서 나의 회사랑은 시작됐었는데. 당연히 냉동이었을 횟감들로 시작하여 내 입은 점점 지평을 넓혀나갔고, 세상에 맛있는 게 생선요리가 많다는 걸 십여 년의 세월 간 참 많이도 먹어오며 깨달아왔더랬다. 이제는 어엿하게 코스요리도 먹는 어른이 되다니, 돌이켜보니 참으로 감개가 무량하다. 한마디로 입만 고급져졌단 소리지만 말이다. 단지 더 친절하고 풍부한 리뷰를 쓰기 위해서라도 이제부터는 내 사랑 회에 대해 공부를 좀 해야겠다는 걸 느끼는 요즘이다.



인스타그램 매거진 <주간우두미>의 일부.


<심야식당 쿤>은 훗날 부모님을 모시고 다시 오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정말 훌륭한 곳이었다. 맛과 품위와 품질을 두루 갖춘 일식 다이닝 집. 내내 감탄을 하며 코스를 즐긴 우리는, 밥값으로 전에 긁어본 적 없던 금액 20만 원을 긁고 나오면서도 돈이 아깝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정말 너무 만족스러운 경험이었기 때문이다. 다음에 다시 부모님이랑 와서 세상에 이렇게 맛있는 것들이 있다는 걸 부모님들께도 알려드릴 수 있을 때까지, 돈 열심히 벌고 있어야겠다.


관자&우니크림, 전복 술찜, 금태 밥. 다시 만나자!








해당 포스트는 인스타그램 매거진 <주간우두미>의 23호 포스트의 일부입니다. <주간우두미>는 인스타그램 @woodumi 계정 또는 해시태그 #주간우두미를 통해 보실 수 있습니다. 


2020 먹고 여행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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