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우동 맛집 등극! <묘오또>
저 세상 식감의 면발. 여기가 내 인생 우동 집!
우동맛집 <묘오또> 분당 서현점. 맛집을 알아내는 방법은 다양하지만 제일 쉬운 방법은 아무래도 지인의 추천이다. "묘오또 한 번 가보세요. 거기 우동 맛집이에요. 듬지씨네 집 근처던데!" 상권 형성이 미미해서 뭐 하나 먹을 게 없다고 생각했던 우리 집 근처에 우동 맛집이? "그 집 우동이 제 인생 우동이에요" 웬만한 확신이 아니면 할 수 없는 말, '인생 OO'. 그 말에 한껏 신뢰를 얻어 그다음 주, 나는 곧바로 신랑과 함께 우동을 먹으러 갔었다. 바로 서현동의 <묘오또>.
집 근처 공원 쪽에 위치한 그곳은 소박하고 아담한 매장이었다. 흡사 인적도 그다지 많지 않고 허름하지만 미슐랭 뺨치는 경우가 많았던 일본의 맛집들처럼. 그곳에 앉아 신랑과 나는 붓가케 우동과 니꾸 우동 세트, 그리고 가라아게를 주문했다. 제일 먹어보고 싶었던 메뉴는 단연 지인이 칭찬을 그렇게 하던 '붓가케 우동'이었다. 붓가케 우동은 이른바 '국물 없이 먹는 우동'으로, 쯔유 간장과 토핑에 비벼먹는 우동이었다. 반면 남편이 주문한 니꾸 우동은 국물이 있는 우동으로, 한우불고기를 간장에 볶아 올린 우동이었다. 하지만 국물이 있던 없던, 이 집의 가장 큰 메리트는 "탱탱한 식감의 면발"이라 했으니... 면을 한가닥 집어 입에 넣어보니 아, 왜 지인이 인생 우동이라 했는지 알 것 같았다. 과연 저 세상 식감, 저 세상 탱탱함이다! 세상에, 내가 여태껏 먹었던 우동은 다 뭐였는가. 또 또 먹부림의 신세계가 열렸다.
■ 붓가케 우동 세트 : 11,000 (단품 7,000)
차가운 면에 다양한 토핑을 얹어 쯔유에 비벼먹는 우동
면발, 그러니까 재료 자체에 자부심이 있어서일까. 붓가케 우동은 토핑이나 소스가 화려하지도 않다. 정말 소량의 쯔유 간장과 생강, 무, 쪽파, 텐가스(튀김가루)가 토핑의 전부다. 그런데 거기에만 슥슥 비벼 먹어도 맛은 정말 일품이다. 아니 면이 너무 맛있으니, 자극적이고 화려한 소스라면 되려 그 맛을 반감시킬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이 곳 묘오또의 우동은 일본 우동의 대표인 '사누키 우동'이다. 사누키 우동은 다른 우동 면에 비해 면발이 굵고 식감이 쫄깃쫄깃한 것이 특징이라고 한다. 특히 이곳의 반죽은 여타 첨가물 없이, 밀가루와 정제수 천일염만을 이용해 반죽하여 24시간 이상 숙성시킨 생면이라고. 그렇게 만들면 이런 넘사벽 식감이 탄생하는 모양이다. 아직 씹지도 않았는데 목구멍으로 후루룩 넘어갈 듯한 면발에 우리 부부는 감탄을 멈출 수가 없었으니.
■ 니꾸 우동 세트 : 12,000 (단품 8,000)
한우불고기를 쯔케 간장에 볶아 우동 위에 올린 우동
신랑이 주문한 니꾸 우동도 맛있었다. 몇 입 뺏어먹어 보았는데, 붓카케 우동과는 다르게 불고기라는 화려한 고명이 올려져 있고 국물도 있었지만, 마찬가지로 자극과는 거리가 먼 맛. 면 자체에 승부를 거는 담백한 맛이었다. 그치만 개인적으로 나는 국물 없는 붓가케가 조금 더 맛있더라. 뭔가 이 집의 얼굴 같은 느낌이랄까.
우리는 세트를 주문해서, 계란 프라이를 올린 밥과 새우튀김이 함께 곁들여져 나왔다. 소량이지만 튀김과 밥도 맛있고 궁합이 좋았다. 어딜 가나 단품으론 배가 차지 않는 우리 부부에게 세트 주문은 당연한 일이지만, 단품 우동도 판매를 하니 단 돈 칠천 원에 퀄리티 있는 우동을 맛보고 싶다면 정말 강력 추천이다. 자신 있게 말하건대 칠천 원을 내고 만 오천 원짜리 퀄리티의 우동을 맛볼 수 있다.
■ 닭다리살 가라아게 : 6,000
그렇다. 우린 단품으로는 모자라 세트 메뉴를 시켰지만, 그래도 또 사이드 메뉴를 시키는 대식가들이다. 뭔가 모자랄 바에야 배 터지게 먹자는 주의의 부부는 가라아게도 주문했더랬다. 가라아게의 맛은, 우동의 맛이 너무 충격적으로 맛있어서였는지 비교적 평범하게 느껴지기는 했다. 여긴 우동 맛집이니까 가라아게가 조금 밀리는 것이야 어쩔 수 없겠지. 그래도 다시 생각해보면 분명 평균보단 맛있는 가라아게였던 것 같다. 우동과 마찬가지로, 소금만 살짝 찍어 담백한 맛이 배가되는 그런 맛의 가라아게. 이 곳은 소스와 토핑의 최소화로 원재료의 싱싱함을 돋보이게 하는 그런 맛집이구나.
나는 왜 집 근처에 이렇게 맛있는 우동 집이 있는 걸 몰랐을까. 매번 서울로 나가 맛집을 찾아대면서, 정작 집 가까이 존재하는 맛집들은 탐색해볼 생각조차 하질 못했다. 사실 맛집들이 꼭 핫플레이스나 큰 도로변에 존재하는 것만은 아닌데... 공짜로 정보 얻기는 좋아하고 발품 팔기는 싫어하는 게으름 탓이다. 하지만 우연한 기회로 남의 인생 우동 맛집을 가볼 수 있게 됐으니 어찌나 감사한 지. 뭔가 찔리긴 하지만 나도 이곳 우동을 '인생 우동'이라 칭해도 되려나. 그 정도로 맛있는 건 뭐, 분명한 사실이니까!
무엇보다 기분 좋은 건, 앞으론 너무 멀리 안 가더라도 집 근처의 우동 집에 편한 차림으로 갈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다음엔 뜨끈한 국물이 있는 가케우동으로 도전해보련다. "어, 우리 집 뒤쪽에 진짜 맛있는 우동 집 있어. 내 인생 우동이잖아 거기가."라는 멘트를 칠 수 있게 됨에 묘한 자부심을 느끼며.
얼른 코로나가 종식되어, 근 반 년간 힘들었을 곳곳의 자영업자분들이 다시 미소를 되찾길 바라본다. 맛있는 곳들이 코로나의 피해를 이기지 못해 문을 닫고 힘들어하는 걸 보니 너무도 안타깝다. 맛난 음식들을 먹으러 다니는 행위가 우리 인류에게 얼마나 큰 행복이었는지 절절히 느끼는 요즘. 어서 마스크 없이 맘껏 맛집을 찾아다니는 날이 다시 오기를, 오기를... 소망해본다.
묘오또 みょうと
경기 성남시 분당구 서현로239번길 1 (서현동)
OPEN 11:30 - CLOSE 20:30BREAK 14:30 - 17:30 │ 연중무휴
[방배점] 서울 서초구 방배로28길 16 (방배동)
[수원점] 경기 수원시 팔달구 권광로175번길 31-9 1층 (인계동)
(방배점, 수원점 영업시간은 상이할 수 있습니다.)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이전에 안전하게 방문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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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먹고 여행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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