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과 맞서는, 숨겨진 NASA의 인재들
인종차별이 존재하던 1960년대 미국의 NASA. 실화라서 더 쫄깃한 이 이야기는, '유색인종'이며 '여성'이라는 카테고리에 갇혀 그 재능을 백인남성만큼 존중받지 못했던 여성과학자 3명의 삶을 다룬다.
친하게 지내는 이 세 명의 여성은, 아직 인종차별이 존재하는 NASA 내에서 차별을 겪지만, 각각의 맡은업무를 자신의 큰 프라이드로 여기며 살아간다.
당시에는 우주프로젝트에 쓰일 숫자계산을 일일이 사람이 했다고한다. 방대하고 어려운 계산이니만큼 수학에 능통한 자들이 필요했는데, '전산원'이라는 이름으로 수학에 뛰어난 흑인여성들이 그 일을 담당했다. 하지만 이는, 직접 프로젝트에 일원으로 가담하는 것이라기 보다는, 백인남성 직원들과 고위직들이 생각하고 회의한 자료를 가지고 그 계산이 맞는지 검토해주는 서브역할에 가까웠다.
하지만 당시 유색인종에 대한 사회적 차별이 만연했던 미국에서, 그것도 천재들만 모인 NASA에서 일한다는 것은 그녀들에게 엄청난 프라이드가 아닐 수 없다. 그녀들의 표정과 몸짓에서 느껴지던, 능력에 대한 당당함은 어찌나 멋지던지.
캐서린 존슨. 그녀는 어린시절부터 수학천재로 못하는 계산이 없는데.
소련과의 우주경쟁으로 과열이 심하던 미국은 우주궤도 탐사 프로젝트를 진행중이었으나, 풀리지 않는 계산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 과정에서 흑인여성 전산원인 캐서린이 투입되고, 본격적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녀는 업그레이드된 직무에 만족하는듯 했으나, 곧 좌절감을 맛보게된다. 유색인종 전용 화장실이 없어 거의 1km나 떨어진 유색인종 화장실을 써야했으며, 백인들과 같은 커피포트를 쓰지도 못했다.
뿐만 아니라, 그녀의 재능을 '인종'이라는 문제 때문에 인정하려들지 않는 팀장 스태포드 때문에 제대로 된 계산마저도 쉽지않다.
특유의 강인한 의지로 버텨내는 캐서린이지만, 비가 심하게 내리던 어느날, 그녀는 폭발해버리고 만다. 1km나 떨어진 화장실을 다녀오다가 흠뻑 젖어버리고 만 것. 그 사이에 프로젝트의 대장급인 부장이 그녀를 찾고, 대체 어딜 그리 다녀오냐고 추궁하자 그녀는 빵 터져버리고 만 것이다.
자신의 부하직원인 캐서린이 먼 거리의 유색인종 화장실을 다닌다는 것에 큰 충격을 받은 부장 해리슨. 개인적으로 이 해리슨 부장 너무나 멋졌다.
그는 캐서린이 폭발해 눈물을 보인 바로 다음날, 유색인종 화장실을 찾아가 '유색인종 전용'이라 쓰여진 표지판을 해머로 부숴버린다.
"NASA의 직원들은 모두 같은 색 소변을 본다"
그는 유색인종 직원들이 자신의 근무지와 가까운 화장실 어디든 사용할 것을 명령한다.
그 이후 조금씩 달라지는 캐서린에 대한 시선. 그녀가 발휘하는 수학적재능과 업무에 대한 관심도는 상관 해리슨을 감동시키고, 점점 해리슨은 우주프로젝트에 있어 그녀에게 의지하는 모습을 보인다.
여성은 참가할 수 없었던 참모회의에까지 캐서린을 투입시켜 인재등용에 있어서는 그 무엇도 장벽이 없음을 몸소 보여주신다.
메리잭슨은 최초의 NASA 여성엔지니어를 꿈꾸는 흑인 여성이다. 하지만 흑인 여성에 대한 차별의 벽은 높기만하다. 백인남성만 수료가 가능한 학교에서 특별과정을 수료해야한다는 것. 그러나 그 학교는 여성을 입학시킨 전례가 없어, 그녀는 재판까지 하고 판사를 설득시키기에 이른다. 포기를 모르는 그녀의 굳건한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그녀의 입학을 두고 백인 판사가 거절하자, 메리는 말한다.
"판사님 저는 최초의 NASA 여성엔지니어를 꿈꿉니다. 최초의 중요성을 아시겠지요. 100년 뒤 역사에 남을 판결은 무엇일까요? 판사님은 최초로 여성을 백인남성학교에 입학시킨 판사가 되실겁니다"
똑소리 나는 메리의 설득에 판사는 그녀의 손을 들어준다. 그녀가 차별에 맞서 자신의 꿈을 당당히 쟁취해나가는 과정은, 같은 여자로서 박수를 칠만큼 멋졌다. 아니, 존경스러웠다.
IBM이라는 초대형컴퓨터가 NASA에 도입된다. 수많은 흑인여성 전산원들의 계산에 의해 돌아가던 NASA가 컴퓨터를 통해 계산을 하게된 것. 전산원들의 주임격을 맡고있던 도로시 본은, 자신만 IBM 관리 직원으로 제안을 받자, 수많은 동료직원들이 해고되는제 자신만 일할 수 없다며 파격적 제안을 거절한다. 이 여성들은 대체 어찌 이리 멋있는지.
그런 도로시의 패기에 놀란 상관은 그녀의 의견을 수용해 초대형컴퓨터를 관리하기 위해 전산원 전원을 보낸다.
캐서린, 메리, 도로시. 그녀들은 숨겨진 숫자(히든피겨스)를 찾는 인물들이었지만, 그녀 자신들이 NASA의 숨겨진 숫자들이기도 했다.
그녀들은 시대적 상황과 차별에 굴하지 않았다. 이는 영화라면 그럴수도 있는 일이겠지만, 100퍼센트 실화였다는 점에서 더 진한 감동이 밀려온다.
1960년대의 백인남성 과학자 집단에서, 흑인이자 여성인 몸으로 그 능력을 인정받는다는 것은 얼마나 대단한 것인가. 흑인과는 커피포트도 같이 쓰지 않던 사회에서 말이다.
생각해보면 차별이라는 것은 참 열등한 사고로부터 출발하는 것 같다. 피부색이 짙은 인종들을 유색인종이라고 분류할 수 있다면, 백인들은 피부색이 없는건인가 ? 무색인종인가 ?
같은 곳을 살며, 같은 공기를 마시고, 같은 일을 하는 이상 피부색은 업무능력에 아무런 영향을 끼칠 수 없다. 피부색이 그럴진대, 성차별은 더욱 당연하다. 남성과 여성의 업무능력 차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차별이란, 어쩌면 남들과 무엇인가를 나누기 싫은 열등한 사고를 가진 사람으로부터 탄생했는지도 모른다.
캐서린을 향한 상사 해리슨의 꿀 떨어지던 표정이 잊히지않는다. 그는 그녀의 재능과 역량은 기가막히게 알아보았지만 피부색이나 성별은 보질않았다.
그는 철저히 업무중심적인 인물이고 일을 위해서라면 밥도 굶을 완벽주의자지만, 인재를 등용하는 데 있어서는 차별적 시선을 두지 않는 멋진 인물이었던 것이다.
반면 캐서린을 매우 끈질기게 차별하던 팀장 스태포드. 보는 내내 얄미워서 한 대 때리고 싶었으나, 그는 미국의 인종차별이 낳은 폐해의 전형이라 볼 수 있었다. 사회규범을 준수하는 모범생으로서, 여자는 참석이 불가능하며 기밀사항은 흑인 전산원이 알아선 안된다,라는 규정들에 얽매여있다. 우리 사회 곳곳에 있는 꼰대의 모습이다.
결국에 그 얄미운 스태포드도 캐서린을 인정하기야 하지만, NASA에 해리슨과 같은 상관이 많았더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랬다면 피부색에, 성별에 가려진 그녀들의 재능이 조금 더 빠르게 인정받을 수 있지 않았을까.
아무쪼록, 그럼에도 불구하고 절대 물러서거나 포기하지않고 전진했던 그녀들의 삶은, 참으로 많은 깨달음을 준다.
2017 매우주관적인평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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