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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확실하지만 좋아하는 것에 베팅하기

꿈이 있는데요, 계속 꿈꾸고 싶은데요, 안되면 어떡하죠?

by 따수운 작가 우듬지 Aug 02.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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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그램 연재글 @woodumi인스타그램 연재글 @woodumi


인스타그램과 브런치라는 플랫폼을 통해 글쓰기를 해온 지 어언 5년이 지나간다. 5년은 느끼기에 따라 길다면 긴 시간이고, 짧다면 짧은 시간이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데 이렇게 끈질기게 쓰기만 한다고 되는 걸까? 하는 마음 반, 그래도 나를 믿어보자는 마음 반으로 버틴 5년은 나에게 개인적으로 힘든 시간이었다.      

    

작가의 길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전공자로서의 작가의 길, 그리고 비전공자로서의 작가의 길. 당연히 전공자의 경우가 확신을 가지기가 쉬울 터다. 동아줄로 비교하자면 문예창작학과를 전공한 이들의 경우 비교적 튼튼한 동아줄이 눈앞에 주어지기 때문이다. 커리큘럼 속에 잘 짜인 교육, 같은 전공자들과의 활발한 교류는 물론, 교수의 냉철한 피드백과 조언을 들을 수도 있을 것이다.           


반면 비전공자의 눈앞에는 이렇다 할 동아줄 자체가 없다. 썩은 동아줄이라도 주면 어떻게 본드칠이라도 해볼 텐데. 문창과는커녕 글과 무관한 전공과 직업으로 10여 년을 보내온 나는 늘 글쓰기 전공자들이 부러웠었다. ‘아, 나도 전공했더라면 교수님 첨삭도 받고 막 합평도 하고, 선후배 간에 응원도 주고받고 그랬을 텐데, 작가가 되는 길도 더 수월했겠지?’ 물론 과거는 고쳐쓸 수 없으니 하나마나한 자책은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다. 하지만 어쩔 땐 작가가 되고 싶은 마음 자체가 맨땅에 헤딩하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그런데 부러움을 잔뜩 유발하는 전공자라고 해서 꼭 빛이 내리쬐는 길을 걷는 것만은 아닌 모양이다. 이를테면 오늘 잡지에서 본 한 문예창작과 전공자의 이야기처럼. 서른이라는 늦은 나이에 문예창작학과를 들어간 글쓴이는 내가 꿈꾸던 반듯한 커리큘럼 속의 교육과, 교수님 그리고 학우들과의 활발한 합평의 시간을 보냈지만, 그는 아직 자신의 이름으로 된 책 한 권을 내지 못했다며 한탄과 자위가 섞인 글을 쓰고 있었다. ‘저 사람은 걱정이 없을 거야’하는 사람들도 때때로 이처럼 궂은 사연들을 가지고 있는 걸 보면 놀랍다.  


        

불확실하지만 좋아해서 고민되는것들 (사진출처:핀터레스트)불확실하지만 좋아해서 고민되는것들 (사진출처:핀터레스트)


조금 다른 이야기인데, 얼마 전에는 애정하는 인친(인스타그램 친구)이 ‘글을 쓰는 길이 너무 막막하다’는 글을 올린 것을 보고는 얼마간 마음이 시큰했었다. 이렇게 열심히 포기하지 않고 글을 쓰는데도 연락이 오는 출판사도 없고 이 길이 맞는지 막막하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글을 쓰는 삶을 이어가고 있었다. 유일하게 하고 싶은 것이 글쓰기이기 때문이다. 그 모습에서 나는 나를 발견했다. 과거의 나이기도 했고 현재의 나이기도 했다. 많이 막막하고, 많이 불안하고, 가끔 희망에 젖으며, 늘 “그럼에도 불구하고”의 힘을 믿는 나.          


어떤 이는 묻는다. 어떻게 그렇게 남의 시선에 굴하지 않고 너의 꿈을 꾸느냐고. 작가가 안 될 수도 있지 않느냐고. 어찌 확신이 드느냐고. 하지만 내게도 확신 같은 건 없다. 죽을 때까지 내 이름으로 된 책 하나를 못 내고 죽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며 글을 써왔다. 불확실함으로 따지자면 작가만큼 불확실한 꿈이 또 있을까. 글을 읽고자 하는 사람보다 글을 쓰고자 하는 사람이 더 많은 것이 출판시장이고, 시장에 나온다고 한들 버려지는 책들이 그렇게나 많다는데.    


      

그런 내게 생각보다 기회가 빨리 찾아와 올해 봄, 새로 론칭하는 출판사와 출간 계약을 하게 되었을 때. 남들에게는 쿨한 척했지만 사실 나는 그날 밤 집 근처 공원을 산책하며 울었다. 숱하게 투고를 거절당하던 중 들어온 출간 제안이었기 때문이다. 언젠가 출간 제안이 오면 기쁨의 미소를 빵! 짓고 싶었는데, 막상 그 순간이 되어보니 가장 나약했던 마음이 솟구쳐 눈물부터 났다. 그동안의 길고 긴 막막함과 불안, 남들의 비웃음 등을 견뎌온 마음이 한 번에 터져버린 것이다. 공원을 돌며 십여분을 울고 나서야 나는 스스로를 칭찬할 수 있었다.           

“대견해, 잘했어, 거 봐, 될 거라고 했잖아”  

             

겨우 책 한 권을 출간하면서 유수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이라도 탄 듯 눈물까지 흘린 사연은 지금껏 아무도 모른다. 그래서 가끔 다른 사람들의 출간 소식을 접하고 나서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는 인친들을 볼 때면 왠지 모르게 마음 한구석이 아파온다. 그들은 이제 막 글쓰기를 시작했거나, 몇 년째 글을 써오고 있지만 아직 출간 기회를 접하지 못한 이들이다. 나는 그들이 느끼는 막막함의 깊이와 크기를 누구보다 절절하게 알고 있다. 한쪽 어깨에는 “하면 된다니까! 괜찮아”라고 속삭이는 요정이 앉아있고, 한쪽 어깨에는 “야, 안되면 어떡해? 지금이라도 포기하는 게 낫지 않아?”라고 속삭이는 요정이 앉아있는 그 기분.           


나는 막막해하는 그들의 피드를 지나칠 수 없을 때면 가끔 댓글을 단다. 나도 그 시간을 견뎠고, 지금도 견디는 중이기 때문에. 「충분히 지금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그냥 묵묵히 열심히 하다 보면 언젠가 꼭 자신만의 기회가 찾아올 거예요」 표면적으로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이 무력한 댓글은, 모순적이게도 내가 아는 가장 진실된 위로이자 희망이기도 하다. 지금의 내가 과거의 나에게 하고싶은 말이기도 하고 말이다.    


   

좋아하기에 관둘 수도 없는 것들 (사진출처:핀터레스트)좋아하기에 관둘 수도 없는 것들 (사진출처:핀터레스트)


아래를 보면 천당이고, 위를 보면 지옥이라는 말이 있다. 그 말을 내 식대로 의역하자면 “다른 사람과의 비교는 금물”쯤으로 표현할 수 있을까. 나보다 더 오래전에 글을 쓰기 시작해서 책도 내고, 베스트셀러도 되고, 가판대에 인기 서적으로 분류된 그런 이들의 삶을 바라보면 나는 한없이 초라하고 나약해진다. 하지만 동시에 내가 부러워하는 그들조차도, 종종 자신보다 더 뛰어난 누군가를 부러워하고 자신을 못 미더워한다는 사실도 알고 있다. 반대로 그런 이들을 부러워하는 나를 부러워하는 이들도 있다. “작가님은 그래도 곧 책도 나오시잖아요”라며 댓글을 다는 나의 글쓰기 인친들.        

   

고백하자면, 나는 매일매일 행복하고 또 불안하다. 그런데 그렇게 오랜 시간을 지내보니 그냥 그게 작가의 길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책을 내도, 내지 못해도, 베스트셀러가 되어도, 되지 못해도 글쓰기의 삶은 끊임없는 불안과 행복으로 채워진다. 출간을 해도 책이 잘 팔려야 하고, 책이 잘 팔리면 다음 책에 대한 불안으로 살아야 하니까. 어디가 성공의 좌표인지, 어디가 실패의 좌표인지 구분하기가 힘들다. 따박따박 월급을 주는 사람도 없다. 그러니 겨우 계약 하나 했을뿐인 나를 누군가가 부러워할 필요도 없고, 나도 겨우 계약 하나 한 것일 뿐이니 너무 들뜨지는 말아야 할 일이다. 그다음은, 정말로 아무도 모르니까 말이다.          

 

고로, 불확실함은 언젠가 사라지는 존재가 아닌 평생 짊어져야 할 친구라는 걸 인정해야겠다. 특히나 글을 쓰고 음악을 하고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에게는. 언젠가 불확실함이 펑 하고 터져 영원히 소멸하리라는 기대보다는, 작업할 때의 행복과 불확실함이 서로 잘 지낼 수 있게끔 마음을 중립적으로 유지하는 것이, 우리의 하루하루를 윤택하게 할지도 모른다.           



세상에 책은 정말 너무나도 많다. 음악과 영화도 너무나도 많다. 하지만 멜론 차트 100위에 들지 못해도 가수는 가수고, 박스오피스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해도 감독은 감독이다. 같은 의미로 내 책을 아무도 모르거나 심지어 내 이름으로 된 책 한 권이 없더라도, 열심히 묵묵히 글을 쓰고 있다면 그 모든 이들은 아마도 ‘작가’가 아닐까.           


그러니 막막하고, 이 길이 맞는지 모르겠어서 불안에 떨고 있는 작가들에게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여전히 무책임하고 딱딱해 보이지만, 내가 아는 가장 진실된 위로이자 희망적인 말로.   

       

「충분히 지금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그냥 묵묵히 열심히 하다 보면 언젠가 꼭 자신만의 기회가 찾아올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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