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는대로 맘먹은대로

일상의 긍정정인 자극이 필요한 순간


한없이 우울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요즘이다. 백수라는 게, 취준생이라는 게 그런 것 같다. 괜찮다가도, 안개속에 가려진 것 같은 미래와 즐거울 것 없는 현재를 생각하면 갑자기 우울해지고 만다.


이럴수록 일상의 활력을 위해 밖에도 나가고 사람도 만나야 한다고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그럴 '경제적 여유'가 있을 때 하는 이야기고. 정말 간만에 맘 잡고 밖으로 나가는 일이 아니라면, 일상에서 완전히 지출을 줄여야 하는 게 백수의 삶이다.


고로 '지출을 줄이는 삶'을 선택한 만큼 요즘의 나는 일상에서 오는 즐거움을 느끼기가 매우 힘들고, 나날이 궁상맞고 단조로운 시간들을 맞이하고 있다.


오늘도 그런 하루였다. 일어나서 토익 모의고사 1회를 실전 시험처럼 두 시간 꼬박 풀고, 점심을 먹으며 좋아하는 예능프로그램을 잠시 보고, 다시 영어공부를 하고, 늦은 밤엔 이렇게 글을 쓴다. 더 나은 미래를 도모하기 위해 감행하는 일이지만, 사람과 말 한마디 나누지 못하는 일상이 얼마나 우울한 지는 이루 말할 수 없을 거다.


그럴 때면, 지난 즐거운 일상들을 떠올려보곤 한다. 내가 여길 갔었지, 이런 걸 먹었었지, 이렇게 예쁜 옷을 입고 사진을 찍었었지, 하며 지난 좋은 기억을 꺼내보는 건, 우울한 현재를 달래는 가장 쉬운 방법일지도 모르겠다.


최근의 가장 가까운 즐거운 기억은, 지난 금요일 저녁, 지인과 함께 한밭대학교의 90주년 행사에 갔던 일이다. 봄에서 여름이 되는 밤공기는 딱 기분 좋게 선선했고, 화장이 마음에 들었고, 행사장의 바닥은 아스팔트나 모래밭이 아닌 푸른 잔디밭이었다.


그리고 행사에는 평소에 TV에서만 보던 유명 연예인들이 대거 참석했다. 소울 충만한 뮤지션인 '자이언티'가 왔고, 사회자로는 개그우먼 '권진영'과 '임혁필'이 왔다. 모두 유명한 인물들이라 눈 앞에 있는 게 너무도 신기했지만, 사실 그들을 모두 제치고 제일 반가웠던 건 '홍지민'언니였다.


감히 언니라고 칭해도 될까. 평소에 TV를 통해 알고는 있었지만 딱히 특별한 팬심은 못 느껴왔던 그녀는, 그 날 자이언티를 능가하는 존재감을 뽐냈다. 그녀는 인간 비타민 같은 존재였다. 등장부터 퇴장까지 밝은 에너지가 온몸에 넘쳐흘렀다.


사실 요즘의 내게는 그런 에너지가 필요했다.


우울한 삶을 무한 긍정 모드로 바꿔주는 그런 사람, 그래도 삶이 이렇게 의미가 있단다! 하며 까르르 웃어 넘겨주는 사람이 절실히 필요했다. 가족도 친구도 내게 그런 존재가 쉽게 되어줄 수 없는 현실인데, 놀랍게도 나와 아무런 인연도 없는 연예인 홍지민 언니가 그 날 내게 그런 존재가 되어주었다.


그녀가 처음 부른 곡은, 무한도전 가요제에서 발표된 이적과 유재석의 '말하는 대로'였다. 잔디밭에 앉은 수많은 인원들 중, 아마 그 노래의 선곡에 가장 쓸 데 없이 감격한 사람은 나였을 것이다. '말하는 대로'의 가사는 완벽히 요즘의 나를 위로하는 말이었으니까. 잠자리에 들 때면 불안한 미래가 떠오르고, 내일 뭘 하지 하는 생각에 두렵고. 그러나 말하는 대로, 맘먹은 대로 모든 게 이루어 질 거라고, 그러니 무한히 도전하라는 노랫말.


나는 하마터면 주책스럽게 눈물을 흘릴 뻔했다. 반짝이는 의상과, 다소 통통한 매에도 경쾌하던 몸짓, 대중을 압도하는 밝고 우렁찬 목소리. 그건 잠시 잠깐 무대를 꾸미기 위해 나오는 '연기'가 아니었다. 분명히 일상으로부터 다져진 그녀의 에너제틱한 성격이었다. 감동적이었고, 부러웠다. 문득 잊고 있었던 에너지를 되찾은 느낌이 들었다. 타인의 에너지 넘치는 모습을 보고 내가 그 에너지를 전수받은 느낌이랄까.


그래, 힘을 내야지. 힘들고 지치고 무기력하지만, 마음먹은 대로 말하는 대로 이룰 거고 그렇기 때문에 도전도 꿈도 무한히 영원히 꾸어야지, 하는 오랜만의 용기가 생겼다.


물론 이 에너지라는 건 언젠가 다시 무기력한 현실에 의해 사그라들 수밖에 없다는 걸, 그간의 경험을 통해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끊임없이 다른 자극과 에너지를 갈망하게 되고, 그럴 때면 또 어김없이 어딘가에서 긍정 에너지를 주는 무언가가 나타나 나를 위로하겠지.


그녀 또한 단지 스쳐 지나가는 여러 긍정적 자극 중 하나였겠지만, 그래도 그날 밤 나에게 최소한 일주일은 유효할 에너지를 준 홍지민 언니에게 감사한다. 덕분에 오래 전 나를 자극시켰던 '말하는 대로'라는 노래를 다시금 듣게 됐고, 얼마간은 힘이 날 것 같다.


노래가 끝난 후에도 말하는 대로 마음먹은 대로 모든 걸 이루시길 바란다며 희망이 가득 찬 메시지를 전하는 그녀의 모습은 너무나 인상적이었다. 그녀는 오랜 시간의 소망 끝에 뱃속에 둘째 아이를 가졌다고 했다. 그리고 감기에 걸렸지만 임신 중인 터라 약을 먹을 수 없었고, 그래서 이번 행사에 올까 말까 고민을 했지만, 무대에서 노래를 부르고 나니 이깟 감기쯤이야 대수가 아니더라, 하고 호탕하게 웃으며 이야기했다.


그녀가 순산을 하길 바란다. 그리고 나 아닌 또 다른 누군가에게도 무한 긍정 에너지를 주며 연예인으로서의 사명을 다하는 그녀가 진심으로 아름답다고 이렇게 꼭 글을 남기고 싶다. 그리고 홍지민이라는 배우에 대한 특별한 인상을 가지게 되어서 그것도 기쁘다.


누군가에게 좋은 에너지를 줄 수 있다는 건 정말 의미 있는 일이다. 훗날 나도, 지금의 나처럼 지친 일상을 걷고 있을 누군가에게, 글로써 힘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





2017 일상의짧은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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