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사는 지금

더 이상 후회하지 않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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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대학도서관에서 공부를 했다. 전문대학을 졸업한 지 어언 6년. 캠퍼스 안에 형형색색 사복을 입은 대학생 아이들이 농구도 하고 친구들과 얘기도 하고 밥도 먹는 모습을 보니 감회가 새로웠다. 한때 나도 저 나이일 때가 있었는데, 하는 애늙은이 같은 생각이 든 것이다.


나는 트레이닝복 바지에 막 입으려고 산 민무늬 티셔츠 차림으로 책가방을 메고 대학도서관에 '출근'했다. 자연스럽게 그 학교 학생인 양 도서관에서 공부를 하려고 말이다.


내 나이가 스물여덟이란 걸 알면 아이들이 날 이상하게 쳐다볼까? 저 나이에 여기 와서 뭘 공부하는 거지? 하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한심해할지도 모른다. 난 저 나이엔 취업 못해서 저러진 않아야지, 하는 반면교사로 삼을지도 모른다. 공무원 시험도 공인중개사 시험도 아닌 겨우 토익 책을 펴고 있는 나를, 스물여덟이라고는 짐작조차 못할지도 모른다.


어찌 됐든 난 그렇게 옷차림으로라도 대학생인 척, 토익 책을 펴고 열심히 공부를 했다. 이제 철판이 두꺼울 대로 두꺼워져서 사람들의 시선 따위야 신경조차 쓰지 않지만, 어린아이들 속에서 늦깎이 공부를 하고 있으려니 문득, '다시 시간을 돌릴 수 있다면' 하는 매우 무의미하고 비생산적인 생각이 들었다.


생각해보면 난 그 나이 때 내 나이가 소중한 줄 몰랐던 것 같다.

스무 살, 스물한 살. 아무리 흥청망청 하루를 보내도, 내 뒤에는 커다란 가능성과 무한한 시간들이 있다고 여겨지던 그 시절. 나는 6년 뒤의 내가 취업에 전전긍긍하며 다시 대학도서관을 찾아 열공모드에 돌입할 거라곤 생각지 못했다. 알았더라면 시간을 그리 바보같이 쓰진 않았을 텐데.


내가 걸어온 길을 사랑해야 마땅하겠지만, 그리 열심히도 살지도 못했고 그렇다고 엄청 즐겁게도 살지도 못한, 그냥 저냥 우물쭈물 보내버린 20대 초반의 시간들이 눈물 나게 아까운 건 어쩔 수가 없나 보다.


도서관에는 생각보다 저녁 늦게까지 공부를 하는 대학생들이 많았다. 나는 저 때 절대로 이 시간까지 남아서 공부란 걸 해본 적이 없었는데. ‘대학생 = 노는 삶’이라고 생각하며 2년을 보낸 나였으니. 20대 초반의 시간들이 나머지 인생을 설계하고 결정하는 데 중요하게 쓰이는 시간이란 걸 조금 더 일찍 깨닫지 못한 내가 야속하기만 하다.


딱히 대학생이니 열심히 공부를 했어야 했는데, 라는 심리는 아니다. 주어진 소속 내에서 최선을 다하고 매일매일을 소중히 쓰는 모습을 스스로 느껴본 적이 없던 게 후회가 되는 거다. 공부를 열심히 할 수도 있었고, 여기저기 여행을 원 없이 다닐 수도 있는 나이였는데. 공부건 경험 쌓기 건 그 어떤 것도 치열하게 해본 적이 없던 게 후회가 됐다.


아무리 생각 없이 지내도 무한한 시간이 날 기다려주고 있다고 착각하며 지내는 동안, 나는 벌써 이렇게 스물여덟이 되었다. 가끔씩 나도 내 나이를 부정하고 싶고, 언제 이렇게 시간이 흐른 건지 적응이 되지 않아 힘들다.


5,6년 뒤의 모습, 10년 뒤의 모습을 알 수 없었던 철없던 그때. 돌아갈 수만 있다면 그때로 돌아가 지금의 내가 후회로 얼룩지지 않도록 열심히 살아볼 텐데. 하지만 그때는 절대로 돌아오지 않겠지. 도서관에 앉아 20대 초반의 시간을 낭비하지 않고 소중히 쓰고 있는 아이들이 부러웠다.


언니는 너희만 할 때 공부를 하도 안 해서 지금 이렇게 너희 학교에 와서 공부를 하고 있단다 얘들아. 그래서 시간을 거슬러 거꾸로 된 생활을 하고 있지. 그때 했어야 할 '미래를 위해 열심히 살기'를 지금 실천 중이거든. 너희에겐 분명 언니보다 더 후회 없는 스물여덟 살이 기다리고 있을 거야. 하지만 나도 지금은 열심히 살고 있단다. 앞으로의 5,6년 뒤에는 꼭 후회하지 않으려고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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