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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따수운 작가 우듬지 May 04. 2023

내향인이지만 핵인싸를 꿈꾼다면

혼자가 편한 나, 여러 사람들과 두루 잘 지낼 수 있을까

인스타그램 @woodumi



공감만랩 INFJ 작가의 시선에서 고민을 풀어드리는, '따수운 상담실'을 OPEN했습니다.
다음은 '따수운 상담실'로 보내주신 사연입니다.



사진출처:핀터레스트



[오늘의 고민]
내향인이지만 여러 사람들과 어울리고 싶어요




안녕하세요, 3n살 직장인입니다.

저는 사람을 좁고 깊게 사귀는 편인데요. 나이가 들면서 친구의 양이 질보다 중요하지 않다는 걸 알지만, 그래도 때론 나도 많은 친구들과 어울리고, 무리에 속해 인싸처럼 여러 사람들과 친하게 지내고 싶단 갈망이 늘 있는데요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이겠죠?)  
 
그래서 몇 년간 다양한 모임도 가입했었는데 뭔가 진득하니 오래 활동하지 못하고 한두 번 나가고 말고, 그러다 보니 더 못나가겠고, 스스로 괜히 어색해져서 탈퇴하고의 반복이었습니다. 또, 사실 애초에 약속을 많이 잡는 걸 피곤해서 좋아하지 않고, 주말 중 하루는 온전히 집에서 쉬는 걸 매우 선호하는 집에 순이 성향도 있는데요. 그래도 조금 더 인간관계를 넓히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할까요?     

+
솔루션에 좀 더 도움이 되고자 추가로 제 성향을 적어보자면, 직장동료들과는 직장 밖에서 따로 만나거나 연락하지 않으며(그렇다고 직장 안에서 쭈뼛대는 건 전혀 아니고 농담도 하고 두루두루 잘 지냅니다), 의미 없는 만남을 시간/돈/에너지 차원에서 아깝다 생각합니다..

(내담자 : 함께하고 싶지만 혼자 있고 싶어)








[고민 처방]
얕은 관계일지라도 부딪혀 만나보는 경험



안녕하세요, 함께하고 싶지만 혼자 있고 싶어님.    

      

사연을 들으면서 제 얘기인 것 같아 쿡쿡 웃음이 났습니다. 혹시 저와 같은 INF~ 계열이 아니신지요. 주어진 내향적 성격과 다른 외향적 성격을 가지고 싶으신 마음, 저도 매우 잘 압니다. 저도 제 마음속에는 어딜 가나 주목받는 화려한 핵인싸 연예인 한 명이 살고 있거든요. 하지만 현실은 말 걸기 전 5만 번 고민하고, 어떤 무리에 가서도 소외당할까 싶어서 눈치 보고, 막상 놀더라도 금방 기가 빨려서 집 가서 충전해야 하고 그런 스타일이죠.    

      

제가 직장인이던 시절에는 MBTI 개념이나 내향인에 대한 존중 같은 게 별로 없어서, 그때는 저도 엄청 핵인싸인 것처럼 저를 포장하며 살았습니다. 그게 멋진 성격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성격이 이렇다 보니 여기저기 소모임 동호회에 가입해서 나갔다가도 탈퇴했다를 반복했죠. 소외감도 많이 느꼈고, 그 관계가 얼마나 유지될까 회의감도 느끼곤 했거든요.      



사진출처:핀터레스트


그러다 30대 초반에는 제 성격을 완전히 알았다고 생각하며 그런 모임을 일체 만들지 않고, 소수의 친구들만 폐쇄적으로 만나왔는데요. 지금에 와서 드는 생각은, 너무 완고하게 내 성격을 규정하고 내 성격에 맞는 안전한 일들만 반복하는 것도 답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안전하고 익숙한 일만 하면 인생에는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으니까요. 인간관계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친한 친구가 최고고, 친해지기까지 오래 걸리는 내향인이지만, 그래서 가벼운 관계를 잘 못 견디고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마저 가끔 들곤 하지만, 그래도 부딪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귀찮은 몸을 일으켜 밖으로 나갔을 때 생각지 못했던 일을 마주하고 기쁨을 발견하듯, 관계도 마찬가지가 아닐까요. 처음 동호회에 나가면 당연히 성격상 어울리기 힘들지만, 우리 예전 옛 친구들과도 아마 맨 처음에는 서먹하고 어려웠을 거예요. 그리고 뭐 또 가벼우면 어떤가요. 건설적이지 않은 대화, 시시껄렁한 세상사 이야기, 남 잘 사는 얘기, 친구의 친구 얘기, 이런 것부터 쌓아나가야 나중에 견고하고 단단한 관계로도 이어질 수 있는 거죠.     



사진출처:핀터레스트


마음에 맞는 모임이 생기는 과정이 쉽지는 않을 수 있지만, 이런저런 모임에 나가다 보면 그중에 하나는 운명처럼 사연자님 마음에 가 닿을 거라고 생각해요. 인생사 신기하게도 늘 그렇더라고요. 비슷한 사례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여러 사람들의 눈길이 오가는 게 불편해서 운동시설을 잘 못 즐기는 저였는데, 현재 저는 2년간 요가에 정착해 여러 사람들과 함께 담소도 나누며 요가를 하고 있거든요. 처음에는 잘하는 사람이 있으면 잘해서 신경 쓰이고, 안 친한데 말 거는 사람이 있으면 말 걸어서 짜증 나고 그랬지만, 그것도 계속 나가다 보니 무뎌지게 되었어요. 이제는 서로 집주소도 나이도 이름도 모르지만, 만나면 그냥 반갑게 인사하고 시시껄렁한 이야기 주고받으며 요가를 합니다. 딱 그 정도에 머무는 관계일지라도 이제는 부질없다는 생각이 잘 안들죠.      

사연자님도 결이 맞는 모임에 하루이틀, 한 달, 세 달, 그렇게 나가다 보면 그곳의 사람들과 그런 시간이 올 거라고 저는 확신합니다. 서로 밖에서 만나자고 하는 친밀한 사이는 아니지만, 그 모임에 있는 동안은 여러 가지 가벼운 이야기를 편하게 할 수 있는 그런 관계요. 그러다 더 내 마음에 맞으면 자연히 더 깊은 사이의 친구가 될 것이고, 아니면 그냥 그 관계에서 머물겠죠. 그러든지 말든지 내버려두세요. 어차피 관계는 어떻게 ‘하는’ 게 아니라 ‘되는’ 거니까요.       

        


사진출처:핀터레스트



결론은,     

1. 소모임, 동호회, 무엇이든 한 곳을 찍고 꾸준히 나가보는 것은 적극적 찬성!

2. 하지만 그곳에서 만나게 되는 얄팍한 관계에 대한 회의감은 잠시 내려놓기!

3. 지금처럼 질적으로 단단한 내 사람들과 관계 잘 유지하기!      

    

함께하고 싶지만 혼자 있고 싶은 마음, 상반되는 이 두 마음이 잘 공존할 수 있도록 충분히 해내실 거라고 믿습니다. 응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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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 결혼 힐링 에세이 『사연 없음

현실 직장 생활 에세이 『어쩌다 백화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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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 문의 deumji@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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