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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따수운 작가 우듬지 May 31. 2023

책과 예술의 멋들어진 조합에 대하여 <내일의 가능성>

무라카미 하루키부터 코코샤넬, 위대한 개츠비, 에드워드 드가까지 총망라!

인스타그램 @woodumi


책과 그림이라는 멋들어진 조합, 동경해     


어린 시절부터 책과 그림을 동경했다. 둘 중 무엇도 ‘제대로’ 안다고는 할 수 없지만, 모르기에 더욱 좋아하고 갈망했달까. 이런 동경의 마음이 있는지라 두 가지 모두에 박식한 사람을 만나면 몹시도 벅찬 경외의 마음을 느낀다. 《내일의 가능성》을 쓴 저자 조민진 역시 내게 벅찬 경외의 마음을 느끼게 하는 인물이었다.   

   

17년 동안 기자 생활을 하다가 작가의 길로 들어섰다는 그녀는 평소 깊이 있게 탐색하던 책과 그림이라는 요소를 멋지게 조합해 《내일의 가능성》을 펴냈다. 그녀의 호흡을 따라가다 보면 내가 모르던 멋진 책과 그림들에 대해 절로 귀를 기울이게 된다.       

      





책과 그림은 어떻게 연상되고 연결되는가  

   

이 책이 독특하고 재미있는 이유는 사실상 서로 연관은 없는 책과 그림을 작가만의 주관적 감상에 따라 ‘엮어서’ 설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책은 책대로 그림은 그림대로 존재하지만, 작가는 책을 읽으며 그림을 떠올리거나, 그림을 보며 책을 떠올리는 식이다. (두 가지 분야 모두에 조예가 높은 덕분에 가능한 일이다.)   

        

소개되는 것들에는 아는 책과 그림도 있었고, 아닌 것들도 있었다. 하지만 독자에게 그 데이터가 있느냐 없느냐와는 무관하게, 작가가 떠올리는 그 연관성이 너무나 흥미롭고 공감되어 감탄되는 부분이 많았다. 우아함에 대해 기술한 책 《우아함의 기술》을 읽으며, 대상의 우아함을 포착했던 명화가 ‘드가’를 떠올리는가 하면, 웨인 티보의 <도넛>이라는 그림을 보고는, 이혼한 주인공들이 늘 도넛가게에서 마주치던 소설 《연애시대》를 떠올리기도 한다.    

       

19세기 프랑스 파리의 순간순간을 사진처럼 남겨두고 간 화가 에드가르 드가. 우아한 그림을 떠올릴 때마다 가장 먼저 그가 생각난다. 다만 편안함이 곧 우아함이라면 정작 화가의 삶은 우아하지 못했다. 드가는 고집스러운 성정과 완벽주의 기질 탓에 예민하고 불안한 사람이었다.
p.21      
나는 티보의 그림을 보면서 노자와 히사시의 소설 『연애시대』를 떠올렸다. 『연애시대』를 책으로 읽었거나 드마라로 봤다면, 남녀 주인공들이 줄기차게 드나들던 던킨도넛 가게가 생각날 것이다. 오랜만에 책을 꺼내 다시 읽는데, 한동안 잊고 있던 던킨을 그만 다시 찾고 말았다. 스토리의 힘이란 이처럼 신비롭다. p.39   








재가공된 감상에 흠뻑 도취되는 시간


더불어 이러한 두 가지 요소의 결합은, 단순한 정보전달뿐 아니라 작가가 깨달은 감상들을 재가공해 나눈다는 점에서 독자에게 또 다른 감상을 일으키기도 한다. 많은 독자들에 의해 속물적인 여자로 비치는 《위대한 개츠비》의 ‘데이지’에 대해 새로운 시각과 이해를 전하기도 하고, 밝은 동화인 줄만 알았던 《정글북》의 원작소설을 통해서는 세상에 대한 씁쓸한 통찰과 함께 양육강식의 냉철함에 대해 느꼈노라고 이야기한다.      


다채로운 시각과 깊은 공감능력을 지닌 작가의 눈과 입을 빌려 재해석된 이야기를 듣는 것은, 단연 이 책을 읽는 가장 큰 즐거움이라고 할 수 있겠다.   

          

문자 텍스트의 묘미는 읽는 이에 따라 그 의미와 여운이 무한히 다양하게 재생산된다는 데 있다.
p.42               







작가는 왜 17년이나 몸담은 직장을 떠났나     


책의 중반부 이후를 넘어가면 조금씩 작가의 서사도 등장하기 시작한다. 17년이나 성실한 기자생활을 했으나 그 일을 관두고 작가로 돌아선 작가 자신의 이야기. 그러나 그 고백은 책과 예술에 대해 주로 감상하던 주제에서 벗어나 겉도는 것이 아니라, 또 다른 작품들을 통해 자연스럽고 부드럽게 스며들어있다. 


기자를 관둔 건 무엇보다 직업에 대한 나의 성실한 사랑이 끝났기 때문이다. 새로운 사랑이 찾아와서 옛사랑을 끝낸 건지, 옛사랑이 끝나서 새로운 사랑을 찾은 건지는 선후 구분이 어렵다. 분명한 건 다시 열정적으로 살기 위해 과감한 결정이 필요했다는 사실이다.p.224     


그녀가 읽었던 여러 자기계발서와 ‘코코샤넬’의 전기, 무라카미 하루키의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등은 작가가 앞으로의 진로와 방향에 대해 사색하게 만들었고, 과거에는 사랑했으나 지금은 사랑하지 않게 된 일(직업)을 놓아주는 것 또한 용기임을 깨닫게 한 계기가 되었다. 말하자면 책의 제목인 ‘내일의 가능성’에 대해 사유할 수 있도록 작가를 이끌어준 것 또한 수많은 책과 그림이었던 것이다.        

         





소장 뽐뿌 일으키는 책들로 가득한 아트북스     


이 책을 펴낸 출판사 아트북스는 예술서를 전문으로 하는 출판사로, 그동안 펴낸 책들을 보노라면 아름다운 미술관에 온 것처럼 마음이 달뜬다. 예술에 대한 묘한 동경을 불러일으키는 책의 내용들, 아름다운 표지, 섬세한 감성 하나마저 놓치지 않았을 책의 구성에 소장욕구를 불러일으키는 책들이 많아서다.      

책과 예술에 대해 사람들이 점점 등을 돌리는 시대다. 누군가는 문학과 예술을 사치라 하겠다. 실용적이지 못한 것, 해설 없이는 볼 수 없는 난해하고 어려운 것이라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쩌면 그만큼 우리 마음에 여유가 없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오늘 본 책과 그림, 언젠가 피와 살이 되리     


기자였으나 지금은 작가이고, 바삐 살아가는 와중에도 늘 마음 한켠에 책과 미술을 품었던 작가를 통해 나를 돌아보게 된다. 먹고살기 힘들다는 이유로, 바쁘다는 핑계로, 내 마음을 환기해 줄 멋진 책 한 권, 그림 한 점을 못 보고 사는 것은 아닌지 말이다. 이 책은, 당장 오늘의 내 신상에 별 도움이 되지 않을지라도 책과 그림을 가까이하면, 그것들이 언젠가 뜻하지 않은 시기에 의외의 해답이 될 수도 있다는 걸 상기시켜준다.      


당장 많은 책을 읽고 그림을 공부하는 것이 어렵다면, 이 책 《내일의 가능성》을 읽어보는 건 어떨까.           




내일의 가능성 (2022)
저자 조민진│출판 아트북스│카테고리 한국 에세이
쪽수/무게/크기 260쪽, 408g, 138*210*16mm








고민 많고 마음 여린 어른이들을 위해 따수운 글을 전합니다.



■ BOOK

연애 결혼 힐링 에세이 『사연 없음

현실 직장 생활 에세이 『어쩌다 백화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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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 문의 deumji@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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