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드라마 <사냥개들> 리뷰
사냥개들(Bloodhounds, 2023)
채널 : 넷플릭스 오리지널 │ 장르 : 액션·범죄 │ 연출·극본 : 김주환
등급 : 청소년 관람불가 │ 원작 : 웹툰 『사냥개들』
출연 : 우도환, 이상이, 허준호, 박성웅, 류수영 외
‘사냥개’는 사채시장에서 ‘일수꾼’으로 통용되는 말이라고 한다. 사냥개는 어떤 존재인가. 한 번 주인에게 충성한 사냥개는 집요하게 사냥감을 추적하고 한번 물면 절대 놓지 않는다. 매우 직관적인 제목의 넷플릭스 시리즈 「사냥개들」은 사채시장의 사냥개가 된 주인공 두 청년이 벌이는 명쾌 통쾌한 액션활극이다.
주인공 ‘건우(우도환)’는 복싱 신인왕을 거머쥘 정도로 복싱 실력이 좋은 이십 대 청년이다. 그런 건우에게는 사랑하는 홀어머니가 있는데, 지독히도 장사가 어려웠던 코로나 팬데믹 기간에 어머니가 악랄하기로 소문난 사채에 손을 대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건우 어머니가 대출을 받은 ‘스마일 캐피탈’이라는 업체는 불합리한 내용을 계약서에 개미 코딱지만 한 글씨로 기재해 채무자를 기만할뿐더러, 말도 안 되는 불법적인 수수료로 폭리를 취하는 곳이었다.
그 시점에서 만난 ‘최사장(허준호)’은 건우에게 은인이었다. 그 역시 사채업을 하고는 있었지만 일명 ‘선한’ 사채업자로, 어렵고 힘든 사람들에게 이자를 거의 받지 않다시피 해서 돈을 빌려주는 인물이다. 손녀딸처럼 여기는 ‘현주(김새론)’를 경호하려고 고용한 건우에게서 선하고 반듯한 마음을 본 최사장은, 어머니의 빚을 갚으라며 1억을 흔쾌히 빌려주게 되고, 그렇게 건우는 주인을 위해 뭐든 물어뜯을 각오가 되어있는 최사장의 ‘사냥개’가 되어간다.
그러던 건우는 우연히 자신과 어머니를 시궁창으로 몰아넣었던 스마일 캐피탈의 ‘김명길(박성웅)’ 대표가 최사장과도 깊은 악연이라는 걸 알게 된다. 하지만 김명길은 깡패용역과 손을 자고 정재계도 주무를 만큼 위험한 인물이기에, 최사장은 어린 건우가 김명길과의 일에 휘말리기를 원치 않는데. 하지만 사냥개에게 어디 후퇴가 있을까. 이미 충성할 각오가 되어있는 건우는 함께 복싱을 하며 만난 형 ‘우진(이상이)’과 ‘김명길 없애기’에 가담하기로 결심한다. 20대 청년과 사채업 최강자의 싸움.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을 가슴 졸이며 지켜보는 게 바로 이 극의 최대 재미 포인트다.
이 드라마는 액션을 빼면 정말이지 시체나 다름없다. 그만큼 액션이 주가 되고 액션신을 위해 이야기를 만들었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액션이 미.쳤.다. 주인공 건우와 우진은 복싱 신인왕전에서 만난 사이니 그 주먹의 파워는 말하지 않아도 충분하리라. 건우와 우진이 오로지 단련된 체력과 뜨거운 복서의 심장으로, 서른 명이 넘는 용역깡패들을 제치는 수많은 신들은 그야말로 엄청난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지루하지 않게 짜인 카메라 무빙과 우도환과 이상이의 찰떡 케미로 인해 정말이지 한 신 한 신이 주옥 그 자체다. 게다가 단순히 주인공이 악역을 때려눕힐 뿐 아니라, 서민의 피를 빨아먹는 악덕사채업자를 청소한다는 대의까지 더해지니 짜릿함은 배가 된다. 평소 액션 장르를 좋아하지 않는데도 푹 빠져 볼만큼 정말 대단했다.
군더더기 없이 잘 짜인 이야기와 쫄깃한 액션신이 정말 멋진 드라마지만 이 드라마에는 (모두가 아는 그) 우여곡절이 있었다. 바로 ‘현주’ 역을 맡았던 배우 김새론의 하차 소식. 김새론은 극 중 비중도 정말 컸고 연기도 훌륭했지만, 불미스러운 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촬영 후반부 하차 소식을 전했다. 그러다 보니 갑자기 등장한 다른 여성캐릭터로 인해 후반부가 조금 붕 뜬 느낌을 주기는 한다. 하지만 그런 해프닝도 별 탈 없이 메꿀 만큼 다른 배우들의 연기와 호흡이 정말 어마어마한 수준으로 완벽했기에 큰 방해요소로 느껴지지는 않았다.
특히 우도환과 이상이의 연기는 입이 마르도록 칭찬해도 아깝지 않을 정도다. 평소 배우 우도환을 날렵한 눈 때문에 악역에 적합하다고 생각해 왔는데, 그런 그에게서 선함을 발견하고 그 선함을 최대치로 끌어내 건우라는 캐릭터로 녹여낸 감독의 선구안이 정말 놀라울 정도였다. 건우의 절친이자 투톱인 배우 이상이의 연기도 압권이었다. 그냥 두 주인공의 케미스트리로 끌고 가는 드라마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
더불어 김명길에게 또 다른 피해를 입은 재벌로 등장하는 최시원(민범 역)의 연기도 정말 인상적이었다. 민범은 후반부에 건우와 우진을 도와 김명길을 잡는데 일조하는데, 진짜로 저런 의리 있는 호감형 재벌이 있었으면 좋겠다 싶을 정도로 인상이 깊은 캐릭터였다.
드라마의 원작은 동명 웹툰인 「사냥개들」이다. 주인공 두 명 건우와 우진 그리고 빌런 김명길과 은인 최사장 캐릭터를 가져왔지만, 배제된 캐릭터도 많으며 설정도 플롯도 원작과는 많은 부분 다르게 각색되었다고 한다. 웹툰을 보지는 않았지만 워낙에 드마라가 흥미진진하게 짜여, 원작에 못 미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듯싶다. 감독은 앞서 강하늘과 박서준의 케미가 빛나는 「청년경찰」을 연출했던 김주환 감독이다. 「청년경찰」 때보다 더욱 기술적으로 탄탄해진 액션극이라는 호평을 듣는 「사냥개들」은 아마도 그의 필모 중 최고 작품이 되지 않을까. 연기력이 입증된 주인공들의 굵직한 연기, 지루할 틈 없이 촘촘한 액션신,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좋아해 마지않을 ‘권선징악’의 카타르시스까지 제대로 담은 드라마 「사냥개들」. 개인적으로는 최근에 보고 온 「범죄도시3」보다 더 재밌었다는 건 안 비밀이다.
* 해당 포스트는 인스타그램 매거진 『주간우두미』의 96호입니다. 『주간우두미』는 인스타그램@woodumi 계정 또는 해시태그 #주간우두미를 통해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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