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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따수운 작가 우듬지 Sep 04. 2023

보이지 않는 질병의 왕국, 만성질환을 말하다

인문학 책 추천



의료지식과 에세이 품은 인문학 책 추천!

오은 시인, 이길보라 감독 추천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뉴요커 타임 보그 선정 올해의 책   


       

작년 여름, 난데없이 시작된 비염이 6개월이 넘도록 치료되지 않아 고생을 했던 기억이 납니다. 원래도 알러지성 비염이 있기는 했지만 환절기에만 잠깐 나타났다가 사라지곤 했던 터라, 무려 반년이나 이어지는 비염이 너무나 당혹스러웠는데요. 두세 군데의 이비인후과를 방문해 고충을 토로했을 때 모든 의사들이 제게 비염수술을 권유했어요. 하지만 수술 후에도 전혀 제 코는 차도가 없었고, 그때 저는 직감했던 것 같습니다. 이게 단순히 수술로 치료되는 문제가 아니라 내 몸의 면역이 완전히 깨져버려서 일어난 일이라는 걸 말이죠.     

     




보이지 않는 질병과 싸우다    


오늘 소개하는 인문학 책 추천 《보이지 않는 질병의 왕국》은, 현대의학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다양한 만성질환들과 자가면역질환에 대해 설명하는 책입니다. 이 책의 작가 ‘작가 메건 오로크’는 20대 초반부터 원인 모를 증상과 통증을 경험하기 시작했는데요. 그때까지만 해도 작가는 현대의학을 완전히 믿고 있었고, 고치지 못하는 질병은 없다고 생각했다고 해요. 하지만 여러 병원을 다니면서 검사결과 아무 이상이 없다는 소견을 듣기도 하고, 서로 완전히 다른 질병을 진단받기도 하면서, 자신이 겪고 있는 증상이 현대의학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어떤 영역임을 느꼈다고 합니다.      

         




정의할 수 없는 질병, 자가면역질환     
     
[자가면역 질환]
외부의 병원체나 유해물질로부터 우리 몸을 보호해야 할 면역시스템이 오작동을 일으켜, 내 몸을 공격하는 질환          


작가는 아무리 병원을 가도 해답을 찾지 못해 오랜 시간 답답해하다가 자가면역질환을 진단받게 되는데요. 그런데 이런 자가면역질환은 명쾌하게 치료되기가 힘들다는 게 문제였습니다. 그 이유는, 환자에 따라 관절염, 간염, 당뇨병, 루푸스 등등 너무나 다양한 증상으로 발현되고, 환자마다 증상의 크기나 빈도, 치료방법도 제각각이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러다 보니 일반적인 매뉴얼로 정리되기가 어려운 측면이 큰 것이죠.     


"이제는 인정한다. 내 환자와 학생, 내가 사는 세상의 상당 부분은 불확실성으로 이루어져 있다. 불확실성을 시야에서 가릴 필요는 없다. 그것은 두려움의 원인이 아니다. 사용법을 익힐 수 있는 하나의 도구일 뿐이다." 록신이 보기에, 자가면역질환 치료의 핵심은 불확실성을 포옹하는 일이다.
p.193




    

      

현대의학이 정답은 아니라는 것
           


19세기에 결핵은 ‘낭만적인 사람들이 걸리는 병’이었고     

20세기만 해도 ‘암’과 ‘에이즈’는 잘 알려지지 않은 질병이었다    

 

현대의학은 완벽하게 정의된 질병들을 다룹니다. 암, 뇌졸중, 백혈병 같은 명확한 질병들. 그런 질병에 대해서는 이미 너무도 정확한 치료법이 존재하고 진단도 명확하죠. 하지만 작가처럼 아무리 치료해도 차도가 없거나 검사결과 아무 이상이 없는 증상을 겪는 분들이 분명히 있습니다. 인문학 책 추천 보이지 않는 질병의 왕국을 통해 작가는 자신의 지난한 경험담을 소상하게 밝히며, 그런 증상이 환자의 꾀병이나 착각이 아님을 이야기합니다. 더불어 이런 보이지 않는 질병들에 대해 무지하거나 환자를 무시하는 의료진들, 전체적인 맥락에서 보지 못하고 세분화되어 있는 의료시스템 등을 날카롭게 꼬집기도 합니다.     


"통증은 언제나 당사자에게는 새로우나, 주변 사람들에게는 참신함이 없다" 알퐁스 도데는 《고통의 땅》에서 이렇게 썼다.
p.78


          


병을 고치기 위한 사투


작가는 정말 오랜 시간 힘들어했더라구요. 정신적인 문제로 아프다고 착각하는 게 아닐까 스스로를 의심하기도 하고, 여러 의사들에게 ‘건강 염려증’을 앓는 예민한 여성환자 취급을 당했다는 대목에서는 마음이 무척 아팠습니다. 여러 병원을 수도 없이 돌아다니고 각각의 다른 치료법을 시도해 봐도 차도가 없자 그녀는 이제 스스로 병을 고치기 위해 스스로 공부하고 지식을 쌓기 시작합니다. 월급의 절반을 식비로 쓸 만큼 유기농 재료만 이용해 식습관을 고쳐보기도 하고, 질병에 관한 여러 책을 섭렵하기도 하거나 대체의학에 손을 대기도 했으며, 자신과 같은 자가면역질환으로 고통받는 사람들과 적극적으로 교류하기도 했죠.  


지식이 있으면 치료 혹은 치유의 희망이 생긴다. 치유가 안 된다고 해도, 앎의 한 형태로서 진단이 나와야 타인에게 우리의 경험을 인정받을 수 있고, 우리의 이야기를 전할 수 있다. 
p.88


        

하지만 작가가 결국 모든 병으로부터 벗어나 결국 행복해졌다는 이야기를 기대한다면 오산입니다. 작가는 알 수 없는 질환과 통증을 껴안고 무려 10년을 살아냈으며 그 와중에 두 명의 아이를 출산했거든요. 하지만 그런 그녀의 여정과 기록이 유의미한 건, 그녀처럼 정의되지 않는 무수한 질병들과 싸우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큰 힘이 되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보이지 않는 아픔을 끌어안은 사람들을 대변해 작가는 위로를 건넵니다. 나도 그랬다고, 당신만 외로운 게 아니라고 말이죠.  

        

병은 중요한 사건이었고, 지금도 내 삶에서 계속되는 일이다. 내 인생이 직선을 그리며 뻗어간다 싶을 때 곁에서 빙글빙글 돈다.
p.389


이 책 보이지 않는 질병의 왕국을 통해, 만성질환과 자가면역질환에 대해 깊이 이해할 수 있어 정말 뜻깊었습니다.           





인문학 책 추천《보이지 않는 질병의 왕국》
이런 분들이 읽으면 좋아요

 

쉽게 치료되지 않는 만성질환을 겪고 계신 분들     

검사로는 밝혀지지 않는 통증을 경험하시는 분들     

불확실한 치료에 막막하고 답답하신 분들에게     

이 책 보이지 않는 질병의 왕국을 추천합니다.  





완독챌린지 독파(Dokpa)의 앰배서더 자격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쓰여진 리뷰입니다.










■ BOOK

연애 결혼 힐링 에세이 『사연 없음

현실 직장 생활 에세이 『어쩌다 백화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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