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미용기술은 놀라워요. 그리고 감사해요.
눈썹 문신을 했다. 나는 워낙 흐릿하고 숱이 적어 그려주지 않으면 정말 빈약하기 그지없는 눈썹을 가졌다.
예로부터 미인의 상징 중 하나는 짙고 예쁜 눈썹이다. 유전적 결과로 그런 눈썹을 가지고 태어나는 것에는 실패했지만, 이제는 인공적으로 색소를 심어 예쁜 눈썹을 가질 수 있는 시대가 되었으니. 나는 과감히 현대 미용기술을 이용해 눈썹을 그려 넣기로 마음먹었다.
친구에게 소개를 받은 눈썹문신시술소는 지하철역 근처의 커다란 오피스텔 빌딩에 위치해있었다. 매우 사무적인 동시에 비밀스러운 느낌을 풍기는 빌딩 탓에 왠지 숙연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문을 열면 매우 전문적인 포스의 흰색 가운을 입은 시술사가 나를 맞이할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러나 늘 나의 쓸데없는 망상은 엇나가곤 한다. 문을 열자 생각과는 매우 다른 왁자지껄한 풍경이 펼쳐졌다. 원룸으로 된 심플한 공간에 대략 열다섯 명은 되는 아주머니들이 앉거나 누운 상태로 눈썹에 하얀 마취약을 바른 채 떠들고 있었다. 정말 어디서도 본 적 없는 진풍경이었다. 놀랍다고 해야 할지 웃기다고 해야 할지 모를 시장통 같은 풍경 덕에 나는 숙연해지려던 마음을 금방 해제할 수 있었다.
세상엔 눈썹이 필요한 사람이 참 많았다.
수요가 많아 번호표까지 달고 기다려야 했던 이곳에서 나는 28번이라는 번호를 달고 차분히 차례를 기다렸다. 그러자 곧 마취를 전담으로 하는 듯한 언니가 나를 눕히고 마취약을 발라주었다. 아프진 않을까요, 진하기를 조절할 수 있으려나요, 등 질문을 하자 매우 친절하게 대답해주었다.
그리고 마취가 될 때까지 30분을 기다린 후에야 나는 시술을 하는 침대에 누울 수 있었다. 그러자 이번엔 안내 멘트만을 전담으로 하는듯한 언니가 다가와 내게 이것저것 설명을 해주었다.
그러고나자 드디어 이 시술소의 꽃, '시술을 하는' 아주머니가 다가왔다. 이곳에서 매우 오래 일하신 듯한 시술사 아주머니는 내 얼굴을 들여다보더니 사무적인 멘트로 "언니는 아치형도 어울리고 일자형도 어울려요"라고 말했다. 마치 사람 얼굴을 5초만 보면 그 사람의 인생을 볼 줄 아는 용한 점쟁이의 말처럼, 왠지 모르게 신뢰가 가는 말투였다. 오랜 경험에 의해 축적된 그 노련한 직관.
"아치형으로 좀 길게 빼주세요" 나는 소심하게 전문가가 제시한 두 선택지 중 하나를 골랐다. 둥글고 살이 많은 얼굴형을 가진 내게는 아치형의 세련된 눈썹이 필요했다. 주문을 접수한 아주머니는 곧바로 시술에 들어갔다.
시술은 전혀 아프지 않았고 매우 신속했다. 그리고 편안했다. 처음 문을 열었을 때 도떼기시장처럼 아주머니들로 바글거렸던지라 왠지 아주머니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촌스러운 눈썹을 갖게되는 건 아닐까 내심 두려웠지만, 매우 숙련된 기술자의 손길 그리고 각자의 작업이 매우 세분화된 이곳의 체계에, 나는 금방 불신의 마음을 내려놓고 편안하게 시술을 받을 수 있었다.
20분 남짓의 신속한 시술 뒤. 거울을 보니 절대로 나 혼자서는 그릴 수 없을듯한 완벽한 대칭의 눈썹이내 얼굴에 새겨져있었다. 매우 흡족한 모양의 눈썹이!
'대체 왜 처음부터 이런 눈썹을 갖고 태어나지 못한 거야.'
물론 처음부터 탐스러운 눈썹을 가지고 태어났다면 좋았겠지만, 십만 원을 지불하고 이런 눈썹을 가질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격스러웠다. 나는 내 뒤로 여전히 마취약을 바르고 대기 중인 여러 아주머니들에게, 매우 성공적으로 끝난 내 눈썹을 보이며 흐뭇한 마음으로 시술소를 나섰다.
나는 오늘 부로 눈썹을 얻었다. 더 이상 화장할 때 끙끙대며 눈썹을 그리지 않아도 된다니. 많은 여성들에게 눈썹이라는 중대한 이목구비를 선사해주고 돈도 많이 벌고, 세상에 참 다양한 직업이 존재하지만 이 또한 참 보람차고 괜찮은 직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튼, 감사합니다. 눈썹 너무 맘에 들어요.
2017 일상의짧은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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