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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따수운 작가 우듬지 Dec 21. 2023

[임신일기] 산후조리원 계약하다

임신 8주 차, 마사지? 아기 케어? 시설? 산후조리원 고르기


산후조리는 한국에만 있다니 충격인데?



미르야 안녕.     


너를 임신하고 나서 엄마는 매일 엄마를 행복하게 해 줄 미드를 한편씩 보고 있단다. 요즘 보고 있는 건, 벌써 세 번째 돌려보고 있는 《에밀리 파리에 가다》야. 미국에서 일하던 에밀리라는 통통 튀는 20대 여성이 파리에 출장을 가게 되며 벌어지는 이야기지. 그런데 벌써 몇 번째 보는 장면인데도 어제는 임산부로서 너무 놀라운 장면을 보고 또 한 번 놀라게 되었단다. 바로 에밀리의 직장상사인 ‘메들린’이라는 여성의 모습이었지. 그녀는 만삭인 몸으로 파리에 출장을 오는데(그것도 이미 놀라움) 심지어 아이를 낳고는 3일 만에 다시 출근해서 일을 하는 거 있지? (놀라 자빠짐) 한국에선 정말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인데 말야.     



산후조리 없는 미국, 실화인가요?│ⓒNetflix《에밀리 파리에 가다》


미국에 있는 지인 언니와 통화를 하다가 알게 된 사실인데, 미국에는 산후조리원이라는 게 아예 없더다라구. 그러니 아이를 낳고 3일 후에 일을 하러 가는 여성이 ‘당연하게’ 미드에 나올 수 있는 거겠지. 참 신기하게도 병원과 독립되어 민간으로 운영되는 산후조리원 시스템은 역시나 한국에만 있는 것이라고 해. (중화권에도 있긴 하지만 대한민국이 독보적!) 우리나라가 유별난 걸까? 아니면 산모에 대한 감수성이 풍부한 걸까?  


어찌 됐든 엄마는 전형적인 한국문화에 지배당한 한국여성이기에 얼마 전 산후조리원 계약을 마쳤단다. 산후조리원 없는 분만은 상상조차 한 적이 없지. 게다가 엄마는 타고난 저질체력이라 아마 미국에서 살았더래도 출산하고 며칠 만에 일하러 나가는 일은 꿈도 꾸지 못할 것 같아. 아이를 낳으면 여자의 몸은 ‘산후풍’으로 온몸의 뼈 마디마디가 열려 바람이 드나들고, 커졌던 자궁은 강한 수축작용을 하게 되며, 한 달 동안 자궁 속의 분비물이 나오는 ‘오로’를 겪게 되는 것은 물론, 아이에게 먹일 젖으로 젖이 퉁퉁 불어 ‘젖몸살’이란 걸 경험하게 되거든. 오죽하면 한국에는 흔히 이런 말이 있기도 하단다. 산후조리를 잘 못하면 평생 몸이 고생한다는 무서운 말 말야. 그만큼 아이를 낳은 직후 여성의 몸은 엄청난 케어를 필요로 한다는 거야. 그리고 이건 정말이지 엄살이 아니란다.     





나는 대한민국 여자고 산후조리원 꼭 필요해


그래서 엄마는 산후조리원만큼은 돈을 아끼고 싶지 않았어. 하루빨리 산후조리를 잘해야 남은 평생이 덜 힘들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으니까. 그래서 맘카페를 뒤져 수원에서 괜찮다는 산후조리원을 알아본 뒤 아빠와 함께 세 군데를 투어 했단다. 투어를 마친 결과, 조리원 A는 아기에 신경을 잘 써주고 무척 저렴한 대신 시골 모텔에나 있을법한 꽃무늬 이불과 다소 열악한 시설로 뜨악하게 하는 곳이었고, 조리원 B는 시설은 평균 정도에 가슴마사지를 매일 해주기로 입소문 난 곳이었지. 그리고 마지막 조리원 C는 분만이 가능한 병원과 연계되어 있고 시설이 매우 좋지만 기본가에 포함된 서비스는 그리 많지 않은 곳이었어.      


산후조리원을 고르는 산모들의 기준은 저마다 다양할 거야. 누군가는 아기를 잘 케어하는지를 중점적으로 볼 테고, 누군가는 마사지가 잘되어있는 곳인지를 우선적으로 보겠지. 그리고 누군가는 어차피 2주만 있다 나올 곳이니 가성비를 먼저 따져볼 수도 있어. 엄마는 어떤 유형이냐구? 난 지독히도 자기애가 강하고 겁쟁이 쫄보인 사람이잖니. 내가 가장 편하게 생활할 수 있는 곳인가를 중점적으로 살폈단다. 그러려면 무엇보다 시설이 좋아야만 했고 산모가 귀찮을 일이 별로 없어야 했지. 엄마가 최종적으로 계약한 곳 C 조리원은 시설이 매우 좋은 곳이었고, 병원과 연계가 되어있어 검진이 있을 시 아빠를 불러 밖으로 나갈 일이 없었단다. 그리고 매일 뷔페식으로 제공되는 식사도 마음에 들었고, 아래층에 별도로 커다랗게 마련된 마사지 샵은 (추가로 결제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지만) 무척 엘레강스하고 전문적으로 보였지. 엄마는 거기서 여왕님이 된 기분으로 매일 마사지를 받을 예정이야.      


이렇게 나를 중심적으로 고려한 산후조리원을 택했지만 그렇다고 아기를 잘 돌봐주지 않는 곳은 아니니 걱정 마. 엄마가 알아본 세 군데 조리원 모두 아이 케어는 평균 이상인 것 같았거든.     



산후조리원 계약했어요! │사진출처ⓒpexels



"8주 차에 벌써 조리원을 끊다니 준비성이 철저하네”


친한 친구가 이런 엄마를 보고 무척 빠르다고 하더라. 맞아, 엄만 성격이 급해서 뭐든 빨리 해야 해. 좋은 것들은 언제나 조기에 마감되는 법이라고 이 쓰디쓴 세상을 통해 배웠거든. 어쨌든 조리원을 예약하고 나니 큰 일을 해치운 것 같이 후련한 마음이 드네. 미리미리 항공권을 끊어놓은 여행자처럼 뿌듯하고 편안한 그 느낌 있잖니.      






사악한 조리원 비용과 국가정책

하지만 오늘날의 조리원 비용은 정말이지 사악하더구나. 13박 14일 머무는데 무려 370만 원이라는 거금이 들어갈 예정이야. 물론 상대적으로 가성비가 좋은 곳들은 200만 원 대도 있었지만, 엄마가 마음에 드는 곳은 슬프게도 300만 원이 훌쩍 넘더구나. 물론 그것은 기본가일 뿐 거기에 마사지 추가비용과 아빠 식사권 등등을 더하면 아마 100만 원 남짓이 더 더해질 예정이야. 하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초짜 엄마를 대신해 빨래하고 아기를 돌봐주고 이것저것 알려주는 대가이니 아깝게 생각하진 않으려고.      


그래도 세상이 조금씩 좋아지고 있는 걸까. 나라에서 출산지원금으로 200만 원이 나오니 그걸로 어마무시한 조리원 비용의 일부는 충당할 수 있을 것 같구나. 물론 이렇게 고금리 저출산인 시대에 겨우 몇백만 원으로는 출산을 장려한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말야. 엄마가 대통령이 된다면 임신과 출산에 드는 모든 비용을 적극 지원해 줄 텐데. 하지만 엄마는 대통령이 될 일이 없으니 그건 다음 세상에나 꿈꿔보자꾸나.      


그나저나 미르야 너는 이제 발가락과 시신경, 청각신경이 생겼다는구나. 하루하루 기특한 마음이야. 앞으로도 무럭무럭 잘 지내주렴.



8주 차│태아가 완벽히 2등신이 되며, 발가락과 눈과 귀의 신경이 발달하는 시기. 크기는 1.6cm 남짓으로 산딸기 크기!







■ BOOK

연애 결혼 힐링 에세이 『사연 없음

현실 직장 생활 에세이 『어쩌다 백화점


■ CONTACT

인스타그램 @woodumi

유튜브 『따수운 독설

작업 문의 deumji@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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