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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따수운 작가 우듬지 Dec 14. 2023

[임신일기] 먹덧 체덧 토덧까지, 입덧의 종류

임신 7주 차, 입덧의 다채로운 종류와 형태를 알아가다

입덧에도 종류가 있다는 거 아니?


미르야 안녕.     


엄마는 아주 입덧의 클라이맥스를 달리고 있단다. 양치를 하다가도 우루룩 먹은 음식을 쏟아내고, 평소에 잘 먹던 것들에서 화장품 맛이 느껴져 입에도 못 대는 이상한 현상을 겪고 있어. 얼마 전에는 자몽주스에서 화장품 맛이 나더니, 엊그제부터는 엄마가 정말 좋아하는 바질페스토에서도 화장품 맛이 느껴지더라. 산모들마다 입덧을 겪는 증상도 시기도 천차만별이라지만 지금까지 엄마가 겪은 증상들을 미루어 볼 때 엄마는 먹덧과 체덧, 양치덧을 도합한 괴상망측한 형태인 것 같아.     


그래, 입덧에도 종류란 게 있단다. 임신 전에는 입덧이 그저 음식을 잘 못 먹는 것인 줄만 알았는데, 입덧의 세계는 아주 넓고 깊더라. 음식 냄새를 잘 못 맡거나 먹지 못하는 가장 기본적인 ‘입덧’부터, 공복 상태를 잘 견디지 못하는 ‘먹덧’, 먹고 나면 얹힌 것처럼 속이 불편해지는 ‘체덧’, 먹은 것을 전부 게워내는 ‘토덧’, 그리고 양치를 하면 토가 나오는 ‘양치덧'에, 역해서 침도 못 삼킨다는 '침덧'까지. 그 증상이 너무도 다채롭지.     


엄마는 처음에 그냥 단순한 '먹덧'인 줄 알았단다. 공복 상태가 제일 울렁울렁 힘들었고, 그나마 뭘 먹으면 괜찮았거든. 그런데 입덧약을 먹기 시작한 이후로는 오히려 오전 공복 상태가 그나마 가장 버티기 괜찮더라. 문제는 뭔가를 먹은 직후야(체덧). 먹을 때는 분명 맛있게 즐겁게 먹는데, 먹고 난 이후 소화가 안 되면서 밀려오는 음식물 냄새가 그렇게 역할 수가 없어. 분명 엄마가 먹어치운 음식들이고, 내 위장에서 올라오는 냄새인데 마치 음식물쓰레기를 푹푹 삶아 입속에 넣은 것처럼 너무 역겹지 뭐니. 그래서 밥을 먹고 난 직후가 엄마는 가장 힘들어.      



맛있는 음식도 멀어지는 입덧의 시기│사진출처 ⓒpexels





임산부가 힘들다고 하면 그냥 공감해 주면 안 되나요



시간대도 영향이 있어. 입덧이 최고로 심한 시간대는 바로 저녁을 먹고 난 직후인 것 같아. 밥을 먹고 좀 쉬다 보면 씻어야 할 시간이잖니? 샤워를 하러 들어가서 양치를 하려다 보면 공포가 밀려오기 시작한단다. 이상하게 양치만 하면 토를 할 것 같거든(양치덧). 실제로 몇 번은 나도 모르게 음식물이 우르르 쏟아져 아빠가 몇 번이고 하수구 청소를 해야 했단다. (화장실 청소 담당은 아빠거든) 그래서 엄마는 요새 양치하는 게 너무 무서워. 최대한 비위를 거스르지 않으려고 임산부 전용 치약까지 쓰고 있어. 하지만 그래도 입 속을 건드리는 것 자체가 늘 구토를 유발해서, 매번 양치 시간이 바로 인고의 시간이지.     


그런데 가끔 이런 엄마의 증상을 고깝게 보는 사람들도 있더라. 특히 옛 어르신들이 그래. 30년 전 일이라 까마득한 예전이실 텐데도 라떼를 언급하며 훈수 두는 걸 멈추는 법이 없으시지. “아이구 먹는 건 잘 먹네 뭐, 그럼 입덧 아니야”라는 말이라던지, “나 때는 입덧약도 없었지, 지금은 세상 좋은 거야”라는 말이라던지. 언젠가는 “그때가 행복한 거야”라는 이상한 위로를 받은 적도 있었단다. 나는 죽겠는데 도대체 뭐가 행복하다는 걸까?      



양치도 무서워지는 입덧의 시기│사진출처 ⓒpexels



이런 엄마의 징징댐을 가장 너른 마음으로 받아주는 건 역시나 친정엄마, 너의 외할머니뿐이란다. 외할머니는 아주 시시콜콜 변화무쌍한 엄마의 입덧 이야기를 매일 무한공감을 하며 들어주고 있지. 그러면서 먹지도 못할 여러 간식거리를 택배로 보내주시는데, 그중 상당수가 아빠의 입으로 들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 외할머니가 아마 기함을 토하시겠지?     


참, 엄마가 입덧을 하다 보니 정말이지 아빠가 더 건강해지고 있어. 엄마에게 온 수많은 음식 선물들을 아빠가 대신 먹고 있거든. 대추즙, 쌍계즙, 당귀즙 등등 온갖 영양만점 즙들을 아빠가 대신 먹고 있고, 과자부터 과일까지 얻어온 여러 간식들도 모두 아빠 입으로 골인이지. 건강해져야 할 사람은 엄마인데 참 아이러니지?    

 

그래도 아빠는 ISTJ 치고 엄마에게 공감을 잘해주는 편이야. “듬지 불쌍해”하면서 머리를 토닥이기도 하고, 가끔 설거지를 대신해주기도 한단다. 음식물쓰레기 버리는 일은 이제 아빠가 고정적으로 해주고 있어서 얼마나 짜릿한지 몰라. 그건 임신해서 좋은 점 중 하나구나.     


무튼 엄마는 지금 평생 겪어보지 못한 묘하고 징글징글한 입덧으로 아주 고생길을 걷고 있단다. 의사 선생님이 그러시더라. 산모가 잘 못 먹어도 아기는 자기 주수대로 잘 크니 걱정하지 말라고. 정말 인체는 신비롭지? 내가 별다른 노력도 안 하고 있는데도 너는 내 뱃속에서 알아서 영양분을 챙겨서 커 나간다니, 미안하기도 하면서 참 대견한 마음이 들어. 그러니 얼마간 더 뻔뻔한 엄마가 되어볼 작정이야. 엄마가 아무렇게나 먹더라도 지금까지 하던 대로 알아서 영양분을 잘 챙겨가주렴 미르야. 다름 아닌 네가 위인이다.   

  

이제 엄마는 점심을 먹으러 가야겠어. 오늘도 바질페스토에서 화장품 맛이 난다면 슬프지만 이제 바질페스토도 보내줘야겠구나. (또르르..)               





임신 7주 차│태아가 2등신이 되어 머리가 몸의 반 정도를 차지하는 시기. 산모는 소변이 자주 마렵고 입덧이 심해진다. 태아는 1.2cm로 블루베리 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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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 결혼 힐링 에세이 『사연 없음

현실 직장 생활 에세이 『어쩌다 백화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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