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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따수운 작가 우듬지 Aug 09. 2017

책 <템테이션(Temptation)>

템테이션(Temptation)_더글러스 케네디(Douglas Kennedy)


헐리우드에서 성공하려면 어머니라도 팔아야 한다. 
성공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다른 사람들이 실패해야 한다!




성공이라는 건 양날의 칼일까.

아직 사회적으로 성공이란 걸 해보지 못한 나에게 소설 템테이션은 성공에 대한 무거운 뒷면을 일깨워준다.

흔히들 성공은 유지가 관건이라고 한다. 높은 자리에 있을수록 그 자리를 유지하는 것이 힘들고 불안하다고 한다. 그럼 불안 없는 성공은 존재할 수 없는 걸까. 불행하게도 성공과 실패의 시스템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은 것 같다. 끝없는 경각 상태로 성공을 유지하지 않으면 추락밖에는 없음을, 소설의 주인공 데이비드를 통해 느낄 수 있었다.

데이비드는 11년째 무명생활을 거듭한 끝에야 뒤늦게 작가로서의 성공을 거머쥐게 된다. 작가로서의 명성과 더불어 좋은 집, 좋은 차가 따라왔고, 성공한 남자에게 으레 그러하듯 여자의 유혹 또한 따랐다. 데이비드는 11년 동안 자신의 힘든 무명생활을 함께 견뎌오며 멀어질 대로 멀어진 아내 루시와 헤어지고, 비슷한 업계의 잘 나가는 여성 샐리와의 사랑을 택한다. 여기까지는 성공신화의 흔한 도입부라 할 수 있겠다.

데이비드가 이름을 떨치는 무대는, 할리우드의 방송계다. TV 시트콤 작가로 유명세를 타고 엄청난 인기를 거머쥐지만, 책에 쓰인 대로 할리우드의 인기는 한철이다. 첨예한 트렌드와 엄청난 인재들에 의해 시시각각 판도가 바뀌는 전쟁터 같은 곳에서 데이비드는  쉴 새 없이 일하며 유명세의 끈을 이어간다. 잠시라도 쉬는 순간 그 끈은 사라져버릴 것이기 때문에. 성공의 탄력성을 유지하기 위해 데이비드는 쉼 없이 달려야 했다.

그러나 성공가도를 이어가던 데이비드는 표절 시비에 휘말리게 되고, 복구할 수 없는 지경으로 추락하고 만다. 좋은 집과 차, 성공으로 얻은 여자 샐리가 차례로 떠나가고, 성공으로 인해 맺어진 관계인 방송국 관계자들, 유명인사 지인들 역시 하나씩 등을 돌린다. 성공했던 이가 가지고 누렸던 것들은 성공을 유지하지 않으면 모두 허탈하게 떠나가는 것임을 데이비드는 처절히 체감한다.

성공은 영원한 해피엔딩이 아니다. 소설 템테이션은 그 성공의 속성에 대해 말한다. 오히려 성공하지 않았을 때의 삶보다 더욱 불안하며 복잡하다는 것을. 많은 것들을 가지고 있다는 건 그것들을 끊임없이 돌보고 신경 써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나도 작가를 꿈꾸는 사람으로서 늘 성공을 꿈꾼다. 나의 글이 세상에 노출되고, 많은 대중에 의해 읽히고, 사랑받고 사는 삶. 아직 그런 삶을 누려보지 못한 내게 성공이란 항상 희망의 다른 말이었다. 그래서 막연하게 꿈만 꾸었는지 모른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성공 이후의 삶에 대해서도 한 번 깊이 생각해보게 되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원하는 반열에 오른 이후의 마음가짐이라는 걸 느낀다. 자만하지 않고, 도를 넘지 않고, 차근차근 이룬 것들을 지킬 줄 아는 자세. 한마디로 겸손함 그리고 초심. 그것이 성공을 실패로 추락시키지 않는 근본적 요소임을 절실히 느낀다. 

성공 뒤에 불안함과 실패의 가능성이 있음을 따로 염두에 두고 성공을 꿈꾸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막연한 성공신화로 허파에 바람을 집어넣는 뻔한 자기계발서보다 이 잔인하고 비극적인 소설이 더욱 와 닿았다. 성공을 바라되, 성공의 잔인한 속성에 대해 철저히 염두에 두라고 일러주는 이야기였다.





/템테이션(Temptation) 본문 중.../



누구나 가십을 좋아하지만 어디까지나 자신이 주인공이 되지 않았을 때의 이야기다. _224p

한 때 유명했던 사람이 이제 맛이 간 이야기는 누구나 좋아한다. _296p

모두 댁이 스스로 내린 결정이에요. 나는 아무런 장난도 치지 않았어요. 댁이 스스로 선택한 일에 희생된 거예요. 인생은 그런 겁니다. 누구나 선택을 하죠. 자신의 선택에 따라 상황이 바뀌고요. 그게 바로 '인과율'입니다. 우리는 스스로 내린 결정 때문에 나쁜 일이 생기면 늘 남 탓을 하는 버릇이 있어요. 상황이 안 좋았다거나 사악한 사람 때문에 일을 그르쳤다고 생각하죠. 하지만 근본적으로 조목조목 따져보면 진정 탓할 사람은 자기 자신뿐이라는 걸 알게 되죠. _426p

무엇이든 가볍게 결정해서는 안된다. 화려한 외양에 끌려서는 안된다. 성공의 힘을 전적으로 믿어서는 안된다. _432p

도박이에요. 우리는 늘 도박을 간절히 바라죠. 왜냐하면 우리에게는 위기가, 드라마가, 위험이 필요하니까요. 그런 만큼 우리는 위기를, 드라마를, 위험을 늘 두려워하죠. 그러니까 우리는 우리가 무엇을 원하는지 절대로 모를거에요._448p

거울 같은 것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인식하게 되는 순간부터, 인간은 날마다 자신을 엄습하는 질문, '이 세상 속의 나는 누구일까? 나라는 존재에 어떤 의미가 있을까?'라는 오리무중의 질문에 시달리는 게 아닐까. 그러나 그런 질문을 던져도 답은 그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다, 지금의 나처럼. 그래도 답 하나는 얻을지 모른다, 역시 지금 내가 스스로를 타이르며 말하는 것 같은 답을. 그런 불가능한 질문들은 아예 생각하지도 말자. 모든 게 헛되다는 생각도 잊자. 그때 이렇게 했더라면, 하고 상상하지도 말자. 과거를 짊어지자. 달리 어쩌겠는가? 치료약은 하나뿐이다. 다시 일에 열중하자. _452p

<옮긴이의 말 중>
'템테이션' 즉, '유혹'이라는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 한번 성공은 영원한 성공으로 귀결되지 않는다. 한번 성공이 인생의 성공으로 귀결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산의 정상까지 올라간 산악인에게는 또 다른 산이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성공한 사람 역시 마찬가지다. 성공한 사람 앞에는 무수히 많은 유혹의 손길이 뒤따른다. 유혹일 이겨낼 것인가, 넘어갈 것인가? 흔히 초심을 잃지 말아야 한다는 말은 이럴 때 통용된다._454p

뒤집어 생각해보면 성공이란 도 다른 갈등과 시련의 출발점이라고 할 수 있다. 죽음이 있기에 삶이 있고, 성공이 있기에 실패가 있다. 그러므로 한 번의 '성공'은 또 다른 '성공'에 이르기 위한 출발점일 뿐이다. _45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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