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을때와 먹고난후 다른심리.
책을 읽기 위해 집 앞 카페(정확히는 커피와 더불어 빵도 있는 뚜레쥬르)에 왔다. 네 조각이 하나로 담겨있는 샌드위치 한 팩을 저녁으로 먹으면 괜찮을 것 같았다. 영양소와 칼로리와 재정상태를 모두 세심하게 고려해 간택한 샌드위치를 다 먹는 데에는 채 10분이 걸리지 않았다.
그런데. 분명 합리적으로 내린 선택이었는데 먹은 지 얼마 안되어 다시 배가 고프고 억울해지는 건 왜일까. 분명 한 팩이면 알맞을 저녁이었는데.
나는 아쉬운 배를 마저 채우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나 3천 원짜리 샌드위치를 하나 더 골라왔다. 샌드위치에 총 천 칼로리에 육박하는 열량을 섭취하고 8천 원을 지불했다. 그럼 어때, 배가 고픈데. 일단 즐겁게 먹자!
그러나 대다수의 여자의 심리가 그러하듯, 전투적으로 먹고 난 뒤 어김없이 찾아오는 이 찝찝함이란... 안 먹어도 될 걸 더 먹는 데 사용한 금전과 엄청난 칼로리는 갑자기 스멀스멀 후회가 되어 다가온다. 심지어 먹는 것 앞에 합리적 소비가 불가능한 나라는 존재에 대해 신뢰를 잃기 시작한다.
사실 이 바보스러운 과정이 한두 번도 아니다. 28년을 살면서 끊임없이 반복된 루트였거늘. 나는 왜 먹기 전과 후의 자세가 이리도 다르단 말인가. 왜 수천 번을 후회해도 까먹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것일까.
결국 간단한 요기로 때울 요량이었던 샌드위치를 밥보다 비싼 가격으로 먹어치운 후에야 생각이 들었다. 내일부터는 절대 이 바보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리.
그러나 다짐하면서도 나는 안다. 내일 다시 배고픔의 여신이 날 찾아오는 순간, 언제 그랬냐는 듯 오늘의 다짐을 잊어버릴 나를. 뭐 뻔한 일이다. 반드시 다시 필요 이상으로 먹게 된다. 이것이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인간의 길이자, 다이어트를 365일 제자리걸음 하는 여자의 길이겠지, 암.
2017 일상의짧은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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