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 매몰되지 않을 권리

달팽이 발꿈치만큼이라도 발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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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다양한 권리가 있다. 상처받지 않을 권리, 눈치 보지 않을 권리, 기죽지 않을 권리, 차별받지 않을 권리 등…, 이런 권리는 법 조항에 명시된 권리도 아니거니와 그냥 아무 말이나 다 갖다 붙이는 대로 만들 수 있는 말일뿐이지만, 사람이라면 사실 무슨 권리든 주장할 수 있다. 어차피 그 권리야 스스로 만드는 것이므로.


최근의 나는 '일상에 매몰되지 않을 권리'를 주장해오고 있었다. 물론 외침의 대상은 나 자신이다. 말은 있어 보이게 했지만 의미는 이런 거다. 회사와 집만을 반복하다 보니 어쩐지 내가 쳇바퀴처럼 굴러가는 일상에 파묻혀버린 무생물 같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나는 이것저것 욕심이 많아서 퇴근 후하고 싶은 것들 또한 많은데─영화보기, 책 읽기, 글쓰기, 영어공부하기 같은 평범한 것들이긴 하지만─ 그 모든 욕심들이 그저 의무적인 일상에 눌려 아무 힘도 못내고 있는 게 어쩐지 억울했다.


이런 기계적인 일상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운 사람들이 있을테지만, 나는 왠지 놀면 불안해져버리고 마는 요상한 심보가 있었다. 퇴근 후 지쳐서 아무것도 하기 싫어 쉬다가도 어쩐지 퇴보하는 것만 같아 찝찝하고 나 자신이 한심해져 버리고 마는 요상한 심보. 그저 밥벌이일 뿐인 '일' 외에, 나를 위한 생산적인 활동을 뭐라도 해야 될 것 같았다.


그래서 '일-떡실신'으로 반복되던 기계적이고 무의미하며 아무 색채도 없는 일상을 떨치려, 오늘은 집 앞 카페로 책과 노트를 들고 나왔다. 다행히도 무라카미하루키의 에세이집을 50페이지 정도 읽은 후 이렇게 오늘의 감정을 글로 남기니 훨씬 덜 찝찝한 기분이 든다. 대단한 일을 하는 것도 아닌데, 달팽이 발꿈치만큼이라도 발전하

고픈 나의 목적에 그래도 부합하는 시간이 아닌가.


정말 너무도 오랜만에 카페에 와 글을 쓰는 이 느낌은 상쾌하다 못해 벅차오른다.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글을 쓰고 책을 내는 무라카미 하루키를 보고 뭔가가 꿈틀대는 것도 같다. 이 기운이 오래 지속적으로 이어지면 좋겠다마는...


오늘은 힘들고 지치던 일상을 깨고 나온 첫걸음이기에, 무리를 하지 않고 가벼운 하루키 에세이와 가벼운 글쓰기로 만족하려 한다. 나는 누구도 알아주지는 않지만 그냥 속으로 외쳐대던 나 스스로의 권리, '일상의 매몰되지 않을 권리'를 오늘 몸소 실천하였으니!





2017 일상의짧은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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