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머리의 고충

보기엔 예쁘죠 ? 힘들어죽겠습니다

정사각.jpg



짧은 머리를 한 여자들은 긴 머리의 여자를 동경한다. 길고 탐스럽게 흘러내리는 머리, 생머리여도 파마머리여도 예쁘며 그 외의 다양한 연출이 가능한 긴 머리. 머리가 짧은 그녀들은 긴 머리가 되길 소망하며 저들처럼만 된다면 매일같이 여신 머리를 하고 다니리라 다짐한다.


그러나 여기, 허리선에 닿는 긴 머리를 유지 중인 한 여자의 입장은 그리 간단하지 않은 것 같다. 매일 정성스레 감고 에센스를 바른 후 머릿결이 상하지 않게 찬바람으로 말려주며 매일매일 여신처럼 굵은 웨이브로 고데기를 할 것 같지만, 실상은 참혹하기 그지없기 때문이다.


긴 머리는 머리를 감는 것부터가 지옥이며 말리는 데에는 상상할 수 없이 끔찍한 시간이 소요된다. 그 시간에 더 생산적인 활동을 한다면 벌써 지금쯤은 뭐하나 이뤘을 듯 한 그런 시간을, 눈도 다 뜨지 못한 아침에 사용하고 있는 셈이다. 완벽히 말리다가는 인내심에 큰 한계가 오기 때문에 평상시에는 70프로 정도만 말려주어도 양반이다. 실상이 이러니 고데기란 아주 중요한 날이 아니면 도통 이루어지지 않는 특별행사다.


머리가 잘 자라지 않는 나는 오랜 기간 긴 머리를 동경해왔었다. 그래서 엄청난 인내 끝에 지금의 긴 머리를 가지게 되었는데, 이를 유지하는 일이 참으로 고된 일이라는 걸 하루하루 체감하며 살아가는 중이다. 감고 말리고의 단순한 일상조차도 남들보다 두 배의 시간과 정성을 쏟아야 하니까.


긴 머리가 되어보니, 생각처럼 여신 고데기로 하루하루를 화창하게 열기란 너무나 어려운 것이었다. 가끔 텔레비전에 나오는 여자 연예인들의 완벽한 긴 머리를 볼 때마다 한 번씩 생각한다. 최소 한 시간은 걸릴 머리구나. 저 예쁜 스타일링을 하기 위해 바쳤을 시간을 상상하면 왠지 모를 측은함마저 들 정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긴 머리들이 이 고됨을 인내하는 이유는, 아마도 힘이 남는 어느 날, 힘을 주어야 하는 어느 날, 이 긴 머리로 조금 더 화려한 치장을 할 수 있다는 이유 때문일 것이다. 예나 지금이나 긴 머리가 주는 고전적인 아름다움은 여전하니 말이다. 물론 그럴만한 가치를 느끼지 못하면 과감히 잘라버리는 것이 정신건강에 좋겠지만.


어쨌든 나도 남자친구를 만나는 주말에는 고데기를 한다. 만사가 귀찮은 요즘의 경우에는, 오로지 데이트를 위해 내 머리카락이 존재하는 것 같다. 회사를 가는 평일에는 두피만 말리기도 벅차니 원.


그래도 나는 긴 머리를 유지하고 싶다. 왜냐고? 나 역시 긴 머리의 고전적 아름다움을 포기할 수 없는 여자 중의 여자기 때문이다.





2017 일상의짧은글
copyrightⓒ글쓰는우두미


(클릭 시 페이지로 이동합니다)
BLOG. blog.naver.com/deumji
INSTAGRAM ID. @woodumi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