事實 VS 眞實
사실 (事實) [사ː실]
실제로 있었던 일이나 현재에 있는 일.
진실 (眞實) [진실]
거짓이 없는 사실.
사실과 진실의 사전적 정의를 찾아보면 이 두 단어의 차이는 거의 없다.
그런데 나는 5년 동안 기자로 일하면서 이 두 단어를 조금 다르게 체험했고, 또 그렇게 느꼈다.
사실은 무엇이며, 진실은 뭘까?
사실은 '있는 그대로 겉으로 드러나 밝혀진, 눈 앞에 일어난 일' 이라고 정의하고 싶다.
그런 의미에서 기자들은 사실을 그대로 전달하는,
겉으로 드러나 있는 팩트(fact)를 옮겨 담는 역할을 한다.
누군가 나에게 얘기했다.
"뉴스라는 건 확인된 팩트만 전달하는 거야."
맞는 말이다. 하지만 드러나지 않는 사실 속에 담겨 있는 진실은 뭘까?
난 진실을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사실의 이면', 진정한 이야기라고 말하고 싶다.
사실 이면에 감춰진 '진실'은 무엇이며 우리는 이것을 어떻게 찾아야 할까?
내가 취재했던 사건 중 2015년에 일어났던 일을 예로 들고 싶다.
당시 북한에서 쏜 포탄이 경기도 00에 떨어져 주민들이 급대피소로 대피했던 적이 있었다.
급작스럽게 일어난 일이라 아침부터 동료와 함께 방송중계차를 몰고 해당지역까지 가서 취재를 하러 대피소로 들어갔는데,
역시나 어린이를 포함해 많은 주민들이 두려움에 떨며 사태가 진정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 말고도 다른 방송국에서 온 기자들이 대피소 안에 들어오자 마자 신속하게 상황을 전달하기 위해 군청 공무원의 안내로 '행정상' 주민들의 대표격이라 할 수 있는 '부녀회장'의 인터뷰를 따갔다.
거의 그것이 '관례'처럼 진행됐고, 공무원들이 통제하는 대피소 분위기상 다른 주민을 인터뷰 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부녀회장은 계속해서 '대피소에 TV도 없고, 냉장고도 없고, 에어컨 등 시설들이 열악하고 부족해서 주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간과 상황에 쫓기는 기자들, 신속성이 필요한 현장 Live 중계 기자들의 경우는 급박하게 '대피소 시설이 많이 부족해서 주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는 식으로 인터뷰를 내보냈다.
하지만 나는 이상했다.
군청 여직원이 내려와 부녀회장 옆에 계속 서서 무언가를 귓속말로 얘기하면 부녀회장은 그것을 앵무새처럼 기자들에게 인터뷰 식으로 전달했다. 나는 그당시에도 분위기가 이상하다고 생각했고, 군청에서 내려온 공무원의 말을 그대로 전하는 인터뷰는 하고 싶지 않았다.
이제 생각해보니 결국, 대피소 시설이 열악하니 예산 좀 많이 내려보래라는 신호이자 인터뷰였던 것 같다.
난 다행히도 뉴스 시간까지 조금 텀이 있어서 대피소 내부를 잘 살펴 봤고, 부녀회장이 아닌 주민들의 있는 그대로의 삶, 민심을 전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아이들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르고 집에서 장난감을 가져와 모여서 놀고 있었고, 농번기 때라며 할 일이 많은데 이 상황이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는 분도 계셨다.
나이 지긋하신 한 할머니는 '근본적으로' 북한과의 관계가 좋아지면 이런 일들이 생기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 때야 괜찮지만 나이어린 '손주'가 걱정된다고 말씀하셨다.
주민들이 생각하는 '근본적인' 해결책과 '미래세대'를 걱정하는 마음이 인터뷰에 다 녹아 있었다.
뉴스의 답은 '사람의 진정성'이 담긴 인터뷰에 있다.
공무원들이 자리를 비운 사이나 슬쩍슬쩍 관계자들의 눈을 피해가며 있는 그대로, 주민들의 삶이 닮긴 인터뷰를 했고, 나는 그것을 방송을 내보냈다.
'있는 그대로 일어난 일'
사실을 전달하는 역할 역시 기자들의 몫이지만, 진실을 파헤치고, 그것이 가려지지 않게 해야하는 안목과 책임도 뒷따른다.
기자는 '사실'을 전달하는 사람이자, 그것을 뉴스로 만들어서 대중들에게 퍼질 '사실'을 만드는 사람이기도 하다.
'진실'이 '사실'이 될 수 있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