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는 비건으로 먹어요.
오늘은 남편과 브런치로 비건 브리또, 참외샐러드를 먹었다. 남편은 빵을 참 좋아한다. 무조건 아침은 커피에 빵을 먹어야 한다나 어쩐다나. 그러고 보니 아버님이 빵을 좋아하신다. 베트남에 가서도 아버님 조식은 무조건 빵과 커피였다.
난 한식파인데...
암튼 남편은 당분간 아침겸 브런치는 비건으로 먹는다는데 임시적으로 동의를 했다. 그리고 입맛은 남편에게 최대한 맞춰주기로 했다. 요즘 우리 부부는 약간의 휴전(?) 상태다. 그래서 중식, 일식 요리 연습도 뜸해졌다. 어쩔라고 이러는지.
참외 1/2개 + 양상추, 양배추 채소믹스 100g (1인분)
나는 원래 가공식품을 잘 안 먹는 편이었는데 남편을 통해 이것저것 경험해보고 있다. 비건이라도 맛만 있다면 좋다는 남편. 남편은 걍 가공식품을 좋아한 거였다. 양심상 몸에 미안한 부분이 있어서 아침엔 샐러드를 꼭 챙긴다. 오늘은 참외샐러드를 했다.
소스나 드레싱 대신 과일을 1인 분량에 맞게 잘게 썰어서 채소믹스 위에 낸다. 1인당 참외 1회분량은 1/2개. 둘이서 하나를 얇고 잘게 썰어서 채소와 함께 먹는다. 참 맛있게 물이 오른 참외. 소스나 드레싱 대신 제철과일의 달달한 맛을 느끼게 된다. 채소 먹기가 꺼려지는 입맛이라면 과일과 함께 먹는 방법도 좋은 것 같다.
남편은 나 만나기 전엔 쌈채소도 입에 안 댔다던데. 이렇게 먹으니 좋다고 했다. 포크에 참외와 채소믹스를 콕 찍어서 한입에 쏙 넣는다. 아삭아삭한 양배추, 양상추, 당근의 맛과 함께 참외의 시원달달함이 느껴진다. 겉보기엔 참외가 엄청 많은 것 같아도 얇고 잘께 썰어서 위에 올리니 푸짐해보이기도 하고, 한번 먹을 때 조금씩 여러번 먹을 수 있으니 일석이조다.
소스 대신 과일. 과일과 채소를 함께 먹으면서 입맛도 조절하고, 채소과일 섭취량도 채울 수 있는 좋은 방법인 것 같다.
오늘 먹은 비건 브리또 제품이다. 가공식품은 좋아하진 않지만. 남편이 한번 먹어보자고 해서 구입한 제품. 남편은 요즘 이것저것 비건 가공식품 사먹는 거에 재미가 들린 모양이다. 고기맛이 나는 것 같기도 하면서 가공식품 좋아하는 입맛엔 잘 맞는가보다.
난 그냥 밥이 좋다.
하나에 200kcal인데 크기가 너무 작아서 놀랬다. 그리고 하나씩 개별포장되서 3개가 들어있는데 가격은 8440원. 거의 9000원에 육박하니 낱개당 가격은 3000원에 달한다.
이것도 한번 먹어보고 못 먹겠구나 싶었다. 크기에 비해 너무 비싼 가격. 비건을 하려면 이런 비싼 댓가(?)를 치뤄야하는가? 고기 아닌 제품을 고기처럼 만들려고 하니 그만큼 개발비용이나 제품의 희소성 등을 감안하면 비싼 가격이 비싼가보다...싶지만. 그래도 진짜 고기보다 비싼걸 생각하면 대중적인 제품이 되려면 얼마나 시간이 더 흘러야할까? 생각해본다.
요즘 브라질의 조류독감으로 브라질산 닭고기 수입이 금지되었다던데. 그래서 원재료값 상승으로 닭강정, 닭꼬치를 파는 소상공인들의 부담이 더 커졌다. 지난해까지 닭강정을 팔았던 남편은 한숨을 푹 내쉬면서 "관두길 잘했나?"란 씁쓸한 말을 내뱉었다.
남편이 잘 안 먹는 고기가 있다면 바로 닭고기다. 자신이 닭강정을 팔면서 닭냄새를 너무 맡았는지 닭고기는 입에도 대지 않는다. 하루 한 끼라도 비건으로 먹으면 세상이 좀 나아지는 걸까? 기후변화는 공장식 사육으로 인한 가축의 감염병 발병에 기름을 껴얹는 것만 같다.
"여기엔 고수가 들어갔으면 좋겠는데." 비건 부리또를 먹으면서 남편이 한마디 건낸다. "그럼 고수를 직접 키우시던지!"
남편은 요즘 식물재배에 재미가 들린 것 같다. 다이소에서 방울토마토, 바질, 루꼴라 키우기 재배키트를 사와서 씨부터 길렀는데 고것들이 아주 먹음직스럽게 잘 크고 있다.
요건 부모님께 전해드리고 남은 카네이션 한 포트. 그리고 유자청을 담다가 유자씨가 나와서 흙에 심었는데 그게 사진 오른쪽 상단처럼 자라버렸다. 그리고 아래는 레몬씨부터 키운 레몬싹들.
카네이션은 남편이 분갈이를 해준 후 아주 잘 자란다. 모종이었을 때 내 손에서는 죽을똥 말똥했던 것들이. 남편은 채소는 별로 좋아하지 않으면서 채소키우기에는 아주 재능이 있다.
토마토 새싹들. 나는 매번 식물들을 죽이는 반면 남편은 식물들을 살리는 신의 손이다. 내가 매번 "언제 먹을 수 있을까? 맛있게 자라렴~" 이라며 물을 줘서 그런가. 내 손에서는 채소, 식물들이 잘 자라지 않는다. 수경재배를 해도 죽는다. 희안한 일이다.
언젠가는 소, 돼지, 닭을 대량 사육하는 일은 줄어들고, 집집마다 소소하게 채소를 키우는 일들이 작지만 소중한, 꼭 필요한 일들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