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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호흡

잡념이 많을 땐 녹차 한모금을 입에 머금는다. 엷은 초록의 맛. 숲을 닮은 향기는 머리를 개운하게 만든다.


초록이 부는 휘파람. 울창한 숲은 나에게 메아리친다. 난에서 올라오는 은은한 향기, 산뜻한 솔향도 났다가 바다에서 올라온 감태의 향기도 조금씩 느낄 수 있다. 이제 막 새순을 틔운 어린 찻잎은 향이 그득하다.


차 한 모금에 푸른 숲과 같은 숨을 나눠마시는 느낌. 입가엔 어느새 울창한 숲이 담겨있다. 초록 잎사귀가 불어낸 바람은 내 입가를 타고 들어와 씁쓸한 심장을 녹인다. 차에 녹아든 숨을 입으로, 코로 나눠마신다.


도시에 살면 숨 쉴 겨를이 없다. 바쁘게 돌아가는 시간 속에서 내가 코로 숨을 쉬고 있는지 입으로 숨을 쉬고 있는지조차도 잘 느껴지지 않는다. 차에서 들이마시는 깊은 숨 한 잔에는 여유와 자아, 또렷한 정신이 숨어 있다.


삭막한 것들로부터 나를 지켜주는 잎사귀와 하나가 된다. 깊은 향은 콘크리트 장벽 속에서 마음을 가지런히 할 수 있는 최소한의 마지노선이다. 그리고 더 큰 숨을 내뱉는다.


머나먼 곳에서 온 찻잎은 나에게 생명의 숨을 불어 넣는다. 차나무가 내뿜는 신선한 공기들은 찻 잔 속에서 좋은 글동무가 되어 준다. 같은 숨을 나눠마시는 사이. 인공호흡처럼 도심의 심장 속에서 메말라가는 갈증을 조금이나마 적셔준다.


그리고 녹차 한 모금을 또 나눈다. 숲과 초록, 맑은 공기에 대한 갈망. 가고 싶구나. 울창한 숲 속으로. 그런 눈물들이 찻 잔 속에 고여있다. 연둣빛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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