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사실 가공육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소세지 보다는 차라리 기름기 없는 뒷다리살이나 사태를 수육으로 먹는 편이지요. 그런데 어느날 남편이 "나 소세지야채볶음 좀 해주면 안 될까?" 라며 불쌍한 눈초리로 저를 쳐다보기 시작했습니다.
생각해보니 햄이나 소세지 반찬을 먹는 건 2달에 한번 정도? 지금처럼 남편의 요청이 있을 때 가끔 먹는 편이고 자주 먹지는 않습니다. 집밥은 매번 요리 담당인 제 입맛을 따라가다보니 저희 집에서 가공육을 먹는다는 건 정말 하늘에 별따기 같은 일이죠.
그런데 남편의 입맛은 저와 정반대입니다. 가공육(햄, 소세지, 스팸 등등)을 좋아하고 집밥은 주는대로 그럭저럭 먹는 편이지만 외식에서는 부대찌개나 햄버거, 페페로니 피자를 자주 찾는 편입니다. 그때마다 얼마나 먹고 싶어서 저러겠나? 군말 없이 따라주는 편인데 역시 전 입맛에 안 맞아서 몇 번 못 먹고 젓가락을 내려 놓는 편입니다.
좋아하는 걸 해달라니 안 해줄 수도 없고 그래서 이왕이면 건강하고 맛있게 해주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간장이나 소금 양을 줄이는 대신 케찹과 어울리는 토마토로 감칠맛을 내고 당근, 양파, 미니파프리카를 넣어 설탕 없이도 단맛을 냈습니다.
짜지 않게 저염으로 만든 어린이용 소세지를 이용하는 것도 좋아요. 대게 어린이용 식재료는 보존료나 인공향료가 적고 맛이 약간 심심하긴 하지만 어른이들도 건강하게 먹을 수 있는 식재료기도 합니다. 순한 아가입맛인 저도 짠맛 줄인 아가용 식재료들을 요리에 많이 활용하는 편이에요. 건강한 어른이가 되는 법, 참 쉽죠?
만드는 법
1
간이 잘 배게 소세지는 칼집을 잘게 넣어주세요. 토마토는 소스처럼 활용할 거라 8등분 이상으로 조각냅니다.
2
설탕을 따로 넣지는 않을 거라 당근은 얇게 반달썰기합니다. 양파는 아삭한 맛을 살리기 위해 0.7cm로 도톰하게 썰어주세요.
3
양송이는 적당한 두께로, 파프리카는 한입 크기로 썰어줍니다.
4
올리브유에 마늘을 달달 볶아주세요. 고소한 향이 올라오면 토마토를 넣고 살살 으깨줍니다.
(토마토는 익은 다음 으깨야 부드럽게 뭉개집니다.)
5
토마토가 소스처럼 익으면 저염간장을 넣고 같이 볶아주세요.
6
당근이 부드럽게 익으면 양파를 넣고 한번 볶아주세요.
7
소세지를 넣고 생강가루, 후추를 넣어 줍니다. 한번 휘릭 볶은 다음 양송이를 넣고 볶아주세요.
8
소세지의 칼집이 벌어지기 시작하면 케찹, 미니파프리카를 넣고 볶습니다. 마지막으로 불을 끄고 홍고추, 청양고추(선택)를 넣은 뒤 마무리합니다.
진짜 토마토 넣은 소세지야채볶음
완성!
상차림
남편이가 좋아하는 들깨우거지국, 곤약쌀밥, 어머님표 오이장아찌와 같이 차렸습니다. 남편은 콩밥도 싫어해서 콩을 걷어내고 주던가 아니면 곤약쌀밥으로 줘야합니다.
시댁에 갖다드릴 거까지 챙겼어요. 어머님, 아버님도 소세지는 별로 안 드시는데 왜 우리 남편만 소세지를 좋아하는지 모르겠네요. 누구 입맛 닮은 겁니까?
그래도 매번 반찬투정 안하고 맛있게 먹어줘서 한번씩 가끔 먹고 싶은 반찬 요청할 때면 더 맛있게 해주고 싶어요♥
남편이 저 잔망루피 닮았다는데 진짠가요? 자주 먹으면 좋진 않지만 가끔식 먹을 때도 건강하게 드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