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식을 결심한 이후 소고기뭇국보단오징어 뭇국을 더 많이 끓여 먹기로 결심했습니다. 요즘은 페스코 채식을 한다며 붉은 고기보다 채소와 생선 위주로 냉장고를 채우고 있죠. 그런데 이게 왠일! 냉동실 한구석에서 소고기 한덩어리를 발견한 게 아니겠어요!
'이서방 먹여라! 이서방!' 귓가에 들리는 엄마의 목소리. 분명 친정에서 보내주신 소고기였습니다. 저는 이 소고기를 얼른 없애버리기 위해 소고기뭇국을 끓였지요. 신랑을 주겠다며 열심히 끓였는데...간을 보니 맛이...맛있는 거에요. ㅠㅠ
너무 오랜만에 먹어서 그런가? 순간 이성을 잃고 밥까지 말아 소고기뭇국을 먹게 됐습니다. '그만 먹어라. 그만.' 마음에서 들려오는 양심의 소리에도 숟가락질은 멈출 줄 몰랐습니다. 그리고 '이서방 줘라! 이서방' 동시에 들려오는 친정어머니의 애잔한 목소리까지.
"그래. 언제까지 먹나보자." 이건 주방을 지나가며 나의 1일1채식을 비아냥거렸던 남편의 레알 목소리."나는 진짜 이게 마지막이야. 당신 꺼는 따로 있어." 제발 이것이 제 인생의 마지막 소고기뭇국으로 남길 바라면서 반성의 마음으로 오징어 뭇국을 끓였습니다.
그런데 소고기뭇국보다 맛있다는 남편의 칭찬! 역시 뭇국은 오징어? 칼칼한 국물에 밥을 말며 소고기에게 작별인사를 고합니다. 1일 1채식도 페스코 채식으로 아슬아슬하게 넘어가는데 1일 1비건은 할 수 있을까? 새해엔 더 타이트하게 1일 1채식(페스코)에서 1일1비건으로 목표를 잡아보지만....저...할 수 있겠죠? ㅠㅠ
만드는 법
1
무는 0.5cm 두께로 잘라주세요.
(오징어 뭇국은 오래끓이면 오징어가 질겨지기 때문에 무가 금방 익을 수 있도록 한입크기 정도로 잘라주시는 게 좋습니다.)
2
국물용 멸치는 머리와 똥을 떼고 준비한 다음 건다시마와 함께 냄비에서 구워주세요.
(이렇게 하면 비린내가 날아가고 구수한 감칠맛이 깊어집니다.)
3
물 750ml를 넣고 강불로 푹 끓여주세요.
4
다시마, 멸치를 건져낸 다음 무를 넣고 5분 간 푹 끓여줍니다.
5
무 겉면이 약간 투명해졌다 싶으면 간마늘을 넣고 냉동 오징어를 넣습니다.
6
냉동 오징어가 잘 익을만큼 강불에서 5분 간 끓여주세요. 오징어가 익으면 가위와 집게를 사용에 먹기 좋게 잘라줍니다.
7
오징어의 간이 잘 우러나오게 한번 섞어준 다음 불을 끄고 간을 합니다.
(너무 뜨거운 온도에선 맛이 제대로 느껴지지 않기 때문에 국의 간을 맞출 땐 불을 끄고 하는 게 좋습니다.)
8
입맛에 따라 대파, 홍고추를 올린 후 먹기 직전에 짧게 후르륵 끓여주세요.
오징어 뭇국
완성!
상차림
곤약쌀밥, 어묵볶음, 무나물, 멸치볶음. 이모님 김치와 양파절임을 같이 차렸습니다. 저희 어머님은 어묵을 정말 좋아하시는데 남편도 그 입맛을 똑 닮았어요.
그래서 그런지 김치찌개도 참치김치찌개, 동태탕 같이 생선 들어간 음식을 좋아하고, 뭇국도 오징어 뭇국을 좋아한다는 게 다행입니다.
반성의 의미로 차려낸 오징어 뭇국. 올해는 저 자신과의 약속을 잘 지켜야겠습니다. 그래도 저를 얄짤없이 감시(?)해주는 남편이 곁에 있어서 다행입니다.
여뵤, 당신도 함께 페스코 채식을 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럼 내가 이렇게 쉽사리 소고기의 유혹에 현혹당하지도 않겠지?....라며 핑계를 대봅니다. 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