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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관객 S Jun 13. 2023

나의 몸, 나의 인생

영화 <아워 바디>

다섯 번째 영화: <아워 바디>
감독: 한가람
선정자: E

[C, E, J, K, N, P, S, T님이 입장하셨습니다]


J: 영화는 다들 어떠셨나요~ 전 생각했던 거보단 괜찮았네요.

P: 개봉 당시에 트위터에서 나왔던 얘기보다는 괜찮았어요. 늙은 상사와의 섹스때문에 이런저런 얘기가 나왔던것 같은데 보고 나니 그 부분만 가지고 평가하기에는 아쉬운 영화였네요.

C: 제목만 보고 건강한 신체에 대한 자기애.....그런 내용인줄 알았는데 뒤끝 찜찜하고 허무주의적이고 그래서 어려웠어요.

S: 저는 너무 어려웠어요. 그리고 영화 보는 내내 현주랑 자영이랑 언제 자는거지? 지금인가? 아닌가?

(웃음)

P: 섹슈얼한 텐션은 현주랑 자영이 가장 셌던 것 같아요. 다른 장면에서 너무 텐션이 없어가지고.

E: 둘이 텐션이 있었으면 거기서 키스를 했어야 돼요.


#씬

T: 저는 부장과의 씬이 왜 들어갔는지 이해가 안 됐어요.

J: 현주의 성적판타지를 자영이가 대신 해보고 싶어했단 느낌이었어요. 현주를 사랑하고 현주의 몸을 사랑했으니까요.

T: 그럼 현주가 죽은 날에 달리기 멤버와 잔 건요?

J: 현주의 성적 판타지가 '어린 남자말고 나이 든 남자랑 자고 싶다' 였잖아요. 어린 남자들은 자기 몸 자랑 밖에 안한다고. 그래서 정말일까? 한 것도 있고 현주의 죽음이 괴로웠기에 같은 고통을 겪고 있었던 동호회 친구와 정신적인, 또 육체적인 교감이 필요했던 것 같기도 해요.

N: 영화 보기 전에 부장씬으로 사람들이 뭐라고 하던데. 막상 보니까 별 것 없더라고요.

E: 이야기 전체를 몇몇 장면만 편집해서 판단하고 비난하는거 진짜 심한것 같아요. 이야기라는게 맥락이 있는건데. 이를테면 뭐 강간 장면이 나온다 하면 와 이 영화 빻았네요 그러고.

N: 관객수 만 명 못 넘었다던데 그런 비난도 일조한 것 같아요.

E, C: 그러기에는 너무 아까운 영화인데!

J: 영화에서도 회사원들이 맥락도 모르면서 자영이가 부장과 잤다니 어쩌니 입맛대로 조작하잖아요. 자영이가 해명해봤자 들어주기나 했을까요. 저희는 관객이니까 알지만, 회사원들은 철저한 타자고.

S: 저는 이 영화를 보면서 되게 충격받은게, 지금까지 살면서 섹스씬이 의미가 있어서 들어갔다는 생각을 한번도 못해봤거든요. 그래서 그런씬 나오면 엄청 대충 넘기고....잘 못보기도 하는데 필요없다고 생각해서 넘겨버릴 때가 많거든요. 대화하다 보니까 이런것도 의미가 될 수 있구나 싶네요. 그래서 내가 영화를 이해못한거였어!


#아워 바디

N: 자영이가 자기 몸과 사랑에 빠지는 과정이라고 해야할까. 처음에는 알바할 때도 품이 넉넉한 체크셔츠에 청바지만 입고 출근하잖아요. 달리기를 하면서는 점점 몸매가 드러나는 옷을 입더라고요. 자영이가 살면서 했던 일 중에 성과가 눈에 띄게 보였던 유일한 일이 달리기인 점도 있고요.

J: 거울을 보면서 변한 몸에 만족하잖아요. 처음에는 현주를 사랑하는 건지 현주의 몸을 사랑하는건지 초점이 불분명했는데 달리기를 하면서 자기 몸이 변화되어가는 걸 만족스러워하는 것 같았어요. 그러니까 근육으로 다져진 몸 그 자체를 사랑하게 된 것 같죠.

N: 그 몸을 움직이는 것 자체를 좋아하고요. 죽은 현주가 자기 품으로 파고드는 꿈을 꿀 때 자꾸 더듬잖아요. 만지고 싶고 타인이 알아주길 원하고.

J: 몸의 주도권에 관한 얘기를 계속 하는 거 같아요. 처음엔 남자친구한테 수동적으로 받기만 하고 엄마한테도 행시 계속 보라는 말을 듣는 등 롤모델 없이 남에게 휘둘리는 삶만 살잖아요. 그런 자영이가 앞이나 위를 보고 당당하게 달리는 현주를 만나면서 동경하고 선망하면서 '나도 자기 몸을 주체적으로 쓸 줄 아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바라게 돼요. 달리기를 배울때도 유튜브로 배우거나 수동적으로 살았다고 해야하나. 현주의 죽음을 뒤로 하게 되면서 자기 몸의 주도권을 점점 찾아가는 이야기라고 생각해요. 부장과의 섹스도 그랬던 거 같아요.

E: 자영이가 거울 앞에서 자기 몸 세세히 훑는 부분이 좋았어요. 진짜 피부의 솜털 하나하나까지 보여서. 근데 자영이 몸은 애초에 달리기 몇 달 했다고 만들어질 몸이 아니고. 배우분이 원체 몸매가 좋으신 것 같던데.

N: 영화적 허용

(웃음)

P: 자영이 눈빛이 변해가는 게 좋았네요.

E: 운동하면서 변하는 거 좋았죠. 속부터 차오르는 느낌. 단순히 몸 만들고 이쁘게 입어서 변한 게 아니라 사람 자체가 기운이 건강해진 느낌이라.


#쉬지 않고 얼마나 오래 달려봤어?

E: 자영이네 엄마가 학교 교감이잖아요. 엄마가 학교 교감에 행시 8년 준비했으면 사람이 돌아버릴법도 하다 싶더라고요.

J: 게다가 장녀고. 오랫동안 외동딸이었다가 늦둥이 동생까지 생기니까 엄청 들들 볶였겠더라고요.

N: 시험 안 본다고 할 때 이미 필사의 도전을 했던 거구나.

C: 대학교 2학년쯤부터 행시 준비를 한 건데. 그냥 인생을 공부에 쏟아부은 거예요.

E: 숨막힌다는 게 딱 맞는 감각인 것 같아요.

N: 사실 초반에 현주가 행시 이제 안본다고 할 때 아니....5급을 못 보면 9급 시험을 봐서 일하면서 5급을 준비하면 될 거아냐??

(웃음)

J: 전 2년정도 준비한 시험을 시험날에 안 갔거든요. 그래서 자영이 맘이 너무 공감되더라고요. 무책임하게 계획도 없이 그만두냐고 딱 엄마한테 그말 들었어요.

S: 근데 자영이는 8년이었잖아요. 그만둘거면 진작 그만뒀어야 했어. 

E: 오히려 8년을 준비했기 때문에 더더욱 시험장에 안 갈 수 있었던 것 같아요.

E: 자영이가 엄마한테 죽을만큼 달려본적있냐고 했을 때 너무 힘들어서 이것만 끝내면 될것같았다고 하잖아요. 행시 준비도, 인턴도 알바도 죽을만큼 해도 달성! 하고 끝나는게 아니잖아요. 끝없는 고통이지. 세상에서는 계속 목표를 설정하고 그거를 향해 나아가는걸 이상으로 여기니까. 현주를 이상점으로 삼고 그걸 따라갔던건데 막상 따라가보니까 걔는 또 걔의 문제가 있고.

C: 무언가를 시작하면 결과를 내야 한다는 것도 일종의 강박관념일 수 있다는 얘길 하는거 같았어요. 하다 싫으면 중간에 포기할 수도 있고. 민지가 너 그렇게 운동 열심히 해서 뭐하려고, 강사라도 하려고? 하는데 자영이가 나 그러려고 운동하는거 아니라고 하잖아요. 사람들은 자꾸 뭔가를 열심히 하면 결과를 바라는데 꼭 그런건 아니라는걸 말하는 것 같아요.

J: 인턴쉽이나 알바나 정규직 채용에서 자영이가 계속 회의적인 태도를 보인 것도 그런 것 같네요.

E: 요즘 휴학 길게 하거나하면 이유가 분명해야 한다고 그러잖아요. 목표만 보고 달리는 게 이상적으로 보이고 이론적으로는 가능해 보이지만 사실 안 되잖아요. 그렇게 몸 갈아서 열심히 살면 일찍 죽는 거죠, 뭐.

N: 이유가 뭐 있어 하고 싶으면 하는 거지. 이유가 있어도 유의미한 결과가 나오는 건 아니거든요.

E: 사람들이 제발 좀 대충 살았으면 좋겠어요

C: 다같이 대충 살아야 하향평준화 되는데

J: 요즘은 그거 아니에요? 열심히 살지만 대충 사는 걸 보여주는 게 대세

(웃음)


#자영

C: 자영이가 남의 말 잘 안듣고 한박자 늦는 게 너무 답답했어요.

K: 졸업 후 8년간 공부만 했다고 하면 현실감각이 없을수는 있어요. 그래서 이해는 할 수 있는데, 민지 입장을 생각하면 그러면 안되었죠.

C: 현주가 죽고 나서 자영이가 무단결근하잖아요. 그때 민지가 회사에서 쉴드까지 쳐주고 걱정되서 찾아온건데 자영이는 그게 그렇게 중요하니....?라고 하잖아요 그부분은 너무했어요. 현주가 죽어서 힘든 건 알겠는데 민지한테 설명을 해야지.

N: 친구는 대리인데 나는 아직 이러고 있다는 현실에서 기인하는 위축감도 있었을 것 같아요.

E: 설명하는 거.....할 수 있기는 하지만 저는 공감되기도 했어요. 정말 지치고 힘들때 주변에서 맨날 정신 좀 차리고 살라고 할만큼 넋 빼놓고 살때가 있거든요. 물론 혼신의 힘을 다해 사회생활이랍시고 하고 있긴 하지만, 제가 8년 고시공부하면 그렇게 될 것 같아요.

J: 동호회 친구들이랑 현주 죽음 얘기하면서 자영이는 계속 현주가 여기 있을 거 같다고 하잖아요. 그런 자영이한테 언제까지 그럴 거냐고 다그치던 사람도 있었고. 현주의 죽음을 자영이 본인도 아직 못 받아들였는데 그걸 남한테 설명할 기력이 있을까 싶어요.

T: 자세하게 설명하지 않는다고 해도 다른 말이라도 민지 기분 안 상하게 대응할 수 있는 거잖아요. 알바자리도 연결해 주고 애 써준 사람 앞에서 그게 그렇게 중요하니? 라고 하면.

S: 설명은 못해도 그 말은 하지 말았어야 했어요.


#화영

J: 자영이 동생이 콘돔을 주머니에 넣고 화장에 큰 흥미를 가진다던가, 완성된 자영이의 몸을 훑고 언니한테 출처 모를 돈을 턱턱 주고.....전 이거 너무 기이하게 봤거든요.

N: 전 자영이가 동생 하체를 노골적으로 훑고 치마가 짧네 이러던 장면이요.

E: 성인 여성으로서 그런 걸 보면 흠칫하게 되기는 해요.

C: 돈은 그냥 자기 용돈이었었던 것 같아요. 이 영화가 신체에 관한 이야기고 동생은 아직 어리고 건강한 신체를 가지고 있으니까 그 연장선이라고 생각했어요.

N: 자영이가 달리기를 하지 않았으면 화영이가 자영을 롤모델로 보기나 했을까 하는 의문이 있네요.

E: 동생은 전혀 자영이 타입이 아닌 것 같죠. 애가 야무지고.

C: 동생 너무 귀여워요. 볼도 말랑찹쌀떡같고. 


#현주

E: 현주랑 자영이 첫 만남 말인데요. 사실 자영이 이상한 사람이잖아요. 현주 뒤 졸졸 따라가다가 갑자기 주저앉아서 엉엉 울고.

(웃음)

C: 근데 현주가 다가갔다는 게, 현주도 외로운 사람이었구나 싶었어요. 자영이의 모습에 공감하지 않았을까요?

E: 어디 후기에서 자영이가 현주의 과거였을 수도 있겠다는 걸 봤어요.

N: 저는 현주네 집에 가구가 별로 없고 냉장고에 술이나 생수통밖에 없어서 현주가 오피스텔 성매매에 발을 담갔나....?

(인류애 바닥난 사람들2)

E: 저는 자살하고싶어서 짐을 많이 안 남겨둔거라고 생각했어요.

S: 저도 현주가 현실에 정을 못 붙인 거라고 봤어요. 그리고 현주가 '내가 쓴 거 읽어볼래? 하는데 자영이가 별 반응을 안 해줘서 너무 섭섭했어요(글 쓰는 사람)

C: 아 그거 자영이가 술 취해서 잠든 거였어요

(앗)

E: 타이밍이 너무 안타까웠는데. 소설 읽어주고 뭔가 반응을 보여줬어도 결말이 달랐을 것 같거든요. 주변에 '기를 빨아먹을 사람'도 없었고.

C: 내 글 읽어볼래? 라는 말이 마지막 지푸라기를 잡은 것 같아서 너무 안타까웠어요. 

J: 자영에겐 현주가 있고 화영이한텐 자영이 있었는데. 현주는 그런 사람이 없었다는 게. 같이 뛰는 남자들은 공감해줄 것 같지도 않고요.


#갑자기 분위기 미생

J: 회사 면접 준비할 때 말이에요. 원래 그런 식으로 견제하고 그러나요?

N: '언니 고대 나오셨네요'

E: 텍스트로만 봐도 살떨려요

S: 걔네 처음에는 자영이를 경쟁상대로 안 봤는데, 고대 나왔다고 하니까 갑자기 날 세우는 것 같았어요.

N: 인간의 적은 인간, 취준생의 적은 취준생

C: 그래도 인턴 면접 볼때 첫 번째로 나온 사람이 면접 유형 알려주잖아요. 거기서 인류애가 막 느껴지고

E, S: 저같으면 그냥 집에 갔을 거예요

T: 면접관들이 질문 안하고 있을 때 진짜 숨막혔어요. '무슨 질문이라도 해!!'

E: 이 나이까지 뭐 한거지? 라고 써 있는 것 같아서.

N: 갑자기 장르 미생

E: 미생이면 진짜 건강한 편이죠. 긍정적이고.

N: 미생이 건강하다는 게 너무 슬프다......


#결말

햄버거를 먹기 위해 운동하는 거야

N: 자영이가 호텔에서 자위하는 장면 좋지 않았나요. 룸서비스로 버거 시켜먹고 타인이 있는 게 아니라 온전히 자신과 친밀해지는 것 같았거든요.

E: 섹스판타지를 스스로 이뤄낸 거라 더 좋았어요. 앞선 3개의 헤테로 섹스씬이 깔려 있어서 더 의미 있었던 것 같아요. 정말 드디어 온전한 쾌락을 느끼는구나 싶은 해방감 말이에요. 앞에서는 안 행복해 보이잖아요. 뭐 대충대충.....

J: 그냥 현주가 원하던/해봤던 거 따라 하는 느낌이죠.

C: 저는 그 호텔씬에서도 그렇게 행복해 보이진 않았어요.

E: 표정 베리에이션 내에서는 최대한의 행복을 낸 거라고 생각돼요. 나름 몸의 주체성을 찾고 홀가분해진 것 같았거든요.

N: 자영이 표정이 겉으로 잘 드러나는 편은 아니니까요.

E: 그리고 그 호텔 제가 되게 가고싶었던 곳인데. 생각보다 그렇게 안 비싸요.

-강남 임페리얼 팰리스라고 합니다-

N: 다음에 가면 햄버거 시켜먹어야지

S: 이거 성지순례 되는 건가요


#영차 멤버들의 한줄평

J: 나이키 런 클럽 가입하고 싶게 하는 영화

N: 몸이 건강하면 정신이라도 붙들게 한다

E: 내 미래를 보는 것 같아 숨막힌다

K: 취준생의 힐링물

한가람 감독은 이 영화가 여성영화는 아니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들 영화가 여성주의적인 면에서 중요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다. 여성 캐릭터들이 보편적인 경험을 쟁취하는 것은 중요하다. 그것은 더 많은 영화들이 여자들의 다양한 경험을 들려주어야 한다는 것이고 그 경험이 꼭 건전할 필요는 없다는 뜻이다. 그리고 그 다양한 경험 속에서 영화는 또다른 이야기를 찾을 것이다.

-듀나, <까다로운 ‘아워 바디’·솔직한 ‘엑시트’, 생활체육 영화의 다른 길>

*사진: 다음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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