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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관객 S Jun 14. 2023

신인류의 방주

영화 <나의 마더>

여섯 번째 영화: <나의 마더>
감독: 그랜트 스퍼토어
선정자: C


[C, E, J, P, S, T님이 입장하셨습니다]


S: 다들 영화 어떠셨어요?

E: 재밌었어요~ 소재가 제 취향이라

T: SF영화 별로 안 좋아하는데도 재밌게 봤어요. 그 여자가 첫번째 배아였다는 것도 너무 반전이었구요.

P: 재밌게 봤어요! 딜레마 문제 나오는 장면에서 굿플레이스 생각도 났구요. 5명 중에 1명 죽이면 나머지 4명을 살릴 수 있다는 내용이 중간에 나오잖아요.

C: 사실 제가 이 영화를 고른 이유는 후기글에서 다들 모성애 얘기를 하는거에요. 전 이 영화가 그런 내용이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그래서 다른 사람들 의견을 듣고 싶었어요.

S: 저도 모성애 관련 얘기는 아니라고 느꼈어요. 제목은 나의 마더지만요. 원제는 아이엠 마더고.....로봇의 감정같은 걸 다루는줄 알았는데 후반부로 갈수록 좀 주제를 알수없게 된다고 해야하나. 내용은 나름 알차고 좋았지만요. 완성도가 좀 떨어지는 느낌이어서 딱 집어서 뭐에 관한 얘기라고 하기가 힘든것 같아요.


줄거리

인류 멸종 후 인간 배아가 보관된 쉘터. 로봇 '마더'는 그 중 하나를 '도터Daughter'로 키운다. 그러던 중 외부에서 인간 여자(손님)이 들어오고 손님은 도터를 데리고 밖으로 나간다.


#로봇 마더, 로봇 티쳐

J: 아이를 처음 낳은 엄마들에 대해서 생각하게 됐어요. 아이를 낳는다고 곧장 아이를 잘 키우는 엄마가 되는 건 아니잖아요. 마더도 처음에 아기를 키울때 자장가를 여러번 고르고 아이가 울지 않게 되는 자장가를 겨우 찾는 등 시행착오를 겪으며 애를 키운 걸 텐데, 사람 엄마들에게도 처음부터 완벽한 걸 요구하는 그런 게 생각나서.
영화 마지막에 도터가 불러주는 자장가가 마더가 불러줬던 거거든요. 도터가 노래를 멈추는데도 어디선가 계속 노래가 나오고. 도터가 또 한명의 마더가 되어서 배양 세포들을 도덕적으로 완벽한 신인류로 키워내겠구나 싶었어요. 근데 로봇이 아이를 키워도 될까? 라는 인간중심적인 사고 때문에 좀 불편하긴 했어요.

S: 저는 인간보다 로봇이 더 애 잘 키우는 것 같아서 좋던데

(웃음)

J: 도터는 마더에게 애착을 갖고 스티커를 붙여주고 그런게 좀 신기하더라고요. 하긴 로봇이 더 잘 키웠어

C: 그러게요. 결과적으로 생각해보면 로봇은 애착을 가지지 않았던 거니까.

E: 로봇한테 정들기는 쉬운것같아요. 그 얘기하니까 생각나는데 마더를 쐈어도 손님 집에서 다른 드로이드가 또 나오잖아요. 좀 의미가 없는 거 아닐까요. 열심히 싸웠지만 어쨌든 통제 아래 있는거고.

J: 도터가 애착을 갖고 있었던 로봇 개체는 '마더'고 자길 쏘는 것 자체가 실험의 마지막 완성 아니었을까요.

J: 뻘하지만 인공자궁 굉장히 맘에 들었네요. 24시간이면 애기가 태어나!

C: 맞아요 물에 불리면......

(웃음)

S: 저는 24시간 배양은 좀 짜게 식었거든요 장기가....뼈가...어떻게 24시간만에 형성되냐고

E: 배아가 24시간만에 태어나는건 그런가 했는데 그래놓고 나와서는 그대로 자라잖아요

S: 그냥 처음부터 성인으로 만들어서 교육시키면 안되는 거냐구

J: 근데 도터 진짜 똑똑해. 마더 손가락 이용하고 기계 다루는 거 천재에 수술까지 하고.

C: 머리도 똑똑하고 신체적으로도 엄청 튼튼하잖아요

E: 제가 대학에 돈 때려부어가며 배우는거를 뚝딱~!

S: 1가정 1마더 보급 시급

C: 아안돼 전 마더 밑에서 못살아요 열심히 살아야 하잖아요

오 어머니 저는 노는게 제일 좋아요


#마더의 큰그림

C: 저는 트롤리 문제가 이 영화의 핵심 장면이었다고 생각하거든요. 인간의 도덕성과 이타성 뭐 그런 것들요. 마지막에 도터가 마더 대신 아이들을 돌보기를 선택하잖아요. 그 장면에서 많은 사람들이 모성애를 끌어내더라구요. 사실 그게 모성애가 아니라 인간이라면 당연히 그래야 하는거잖아요.

S: 마더가 그렇게 교육시킨것도 있는것 같아요.

E: 윤리성을 최강으로 이끌어낸.....

C: 마더가 만들고싶었던 신인류-더 영리하고 윤리적인 인간의 완성형인 거죠. 모성애랑은 상관없이. 전 이 영화 전체가 마더의 테스트라고 생각해요. 마지막에 드로이드들이 공격하다가 도터가 '자기가 가족을 돌보겠다. 마더가 가르쳐준대로 하면 할수있다. 날 믿어달라'고 울면서 말하니까 공격이 딱 멈추거든요. 그게 정답이었던거겠죠.

J: 그 여자를 살려놨던 것도 그 날 같은 일을 어느 정도 계산해서 살려뒀을 거 같고.

C: 아님 딸이 공들여 키운 성공작이었어서 다치길 원치 않았던 걸까요?

E: 저는 그 때 마더가 묘하게 동요해서. 되게 잔연기를 하더라고요 로봇주제에. 그래서 뭐....뭐야....이랬는데 가만 생각해보니까 조롱이었군요

(올해의 로봇주연상)

J: 시설 내부에서 아무리 도덕을 교육해봤자 실전이랑은 좀 다르잖아요. 머리로 알고 있는 것과 실제 도덕적으로 타락한 인간을 조우하고 바깥세상을 보는 것.....그걸 모두 겪고도 너는 남동생과 가족이 될 아이들을 두고 혼자 떠날 것이냐. 이것도 공리주의의 연장선이라 생각했어요. 그래서 도터가 돌아올 것도 알았고요.

S: 커리큘럼의 일부였나요. 딸아 오늘은 외부실습이다

J: 생각해보니 이 영화 원제가 I AM MOTHER 인것도 도터가 엄마가 되는 걸 얘기하는거였네요

(동명의 작품이 있어 바뀌었다고 한다)


#도덕적인 인간

E: 저는 도덕도 사회화의 결과라고 생각해서, 목적대로 인류의 번성이 성공해서 사람들이 많아지면 도덕적 타락은 어쩔수 없는 것 같아요. 어차피 도덕도 상대적인거잖아요.

J: 그걸 AI가 예상 못했을 것 같아요.

C: 전 AI가 예상을 아예 못했을거같진 않은게 이미 마더는 두번 실패했으니까요.

E: 근데 그 판별 기준이 뭐였을까요. 1년에 한번씩 치르는 그 테스트였을까요?

J: 전 공리주의 문제였다고 생각해요. 도터의 답변 때문에 높은 점수가 난 거 같거든요. 그 5명이 살인자거나 도덕적으로 타락한 사람이면 어떡하냐고 대답하잖아요. 그게 AI가 원하는 신인류죠. 타락한 인간은 인간으로 살아있을 가치가 없다.

C: 마더가 모든 생명은 동등한 가치를 가진다고 생각하지 않냐고 되묻잖아요. 다시 확인하는 철저함까지.

E: 예전에 게임하는데 그게 퀘스트 받아서 사람 죽이고 임무 달성하고 이런 거거든요. 전 당연히 게임이니까 그냥 다 죽이고다녔는데 엔딩쯤인가? 확장팩인가에서 퀘스트중에 하나를 따라가다보면 제가 지금까지 죽인 NPC들을 나무에 걸어놓고 시체로 산을 쌓아놓고 네가 그 정의를 달성하기 위해서 죽인 사람들이라고. 그게 생각나는거예요. 시키는대로 했더니.

J: 시키는 대로 했는데 자기가 뭐가 나쁘냐고. 근데 상사가 히틀러였고 자긴 히틀러가 시키는대로 유대인을 죽였을 뿐이라고 가정적이고 평화롭고 착한 사람인 내가 왜 나쁜 놈으로 몰려야 하냐. 그 얘기 생각나네요(한나 아렌트, <악의 평범성>)

E: 앗.....순식간에 타락하는 플레이어

(웃음)

J: 이런 걸 보면 똑같은 출발선상에서 유전자만 다를 뿐인데 똑같은 교육을 했음에도 도덕적으로 실패하는 사람은 그냥 태생이 그런 건가. 다른 소설에서 인류 멸망의 원인이 서로를 파괴하려는 유전자가 문제였던 거라고 도덕적으로 우수하거나 윤리적으로 뛰어난 사람들의 유전자만, 예를 들어 마틴 루터 킹이나 마더 테레사 같은 인권 운동가들의 유전자만 공통 유전자로 해서 후세 인류의 공동 유전자로 했다는 얘기가 생각나네요.

S: 교육이 완전히 똑같지는 않았을거라고 생각해요. 마더도 자체 교육 프로그램을 계속 개선해나가지 않았을까.

P: 얘기하다보니 왜 1명만 키웠는지 의문이 들기 시작....각자 다른 공간에서 동시에 키워도 되지 않았을까요.

-그 안에서 생겨나는 차별 관련 이야기가 있었는데 쥐가 갉아먹은 모양입니다-

E: 차별이라는게 사회가 이루어지면서 생겨나는거니까. 특히나 성차별같은 경우에는 아주 옛날부터 누적된 거잖아요? 근데 힘이 크게 상관이 없어진-시스템과 먹을 게 다 갖춰진 상태라면 다르게 시작할 수 있을것 같긴 해요.

J: 모든 걸 리셋한 상태에서 시작하는 건 가능할 것 같기도 해요. 거기서 파생되는 또 다른 차별이나 비도덕성은 차치하고

E: 리셋....나쁘지않을지도

J: 리셋해버려 구인류는 다 망했어

S: 뭐 신인류도 저는 별로.... 그냥 인류는 멸망했으면


#신인류의 노아의 방주

S: 인류가 멸망한 이유가 마더가 멸망시킨 건가요? 아니면 자기들끼리 싸우다가?

C: 저는 이미 인간들끼리 싸우다가 지구가 많이 황폐화 된 상태에서 나머지를 안드로이들이 죽인거라고 받아들였어요.

J: 인류 멸망은 자기들끼리 치고박고 그래서 망한 줄알았는데 다른 후기 찾아보니까 마더가 개입해서 멸망시켰다는 얘기가 있더라고요. 생각해보니까 마더 대사 중에 인류가 너무 악질이고 어쩌고 해서 자기가 개입할 수밖에 없었다는 말이 있었던 것 같아요.

S: 인류들끼리 싸우는 와중에 누군가가 안드로이드를 설계한 걸까요? 어쨌든 로봇에 그런 명령어를 넣은 사람은 있었을테니까. 인간배아를 그렇게 많이 확보해둔 것도 좀.....

E: 그것도 결국 인간에 의해서 만들어진거라 가치판단이 개입했을 텐데 그걸로 교육을 받고 그게 인류의 시초가 된다는게 제일 찝찝했어요.

J: 어떻게보면 노아의 방주죠

E: 딸이 나이트 쇼 이런 거 보잖아요. 그럼 신인류는 모두 영어를 쓰고 38년 전의 문화를 모방하는 식으로 자라날까요? 생각보다 그렇게 새롭다 할만한 게 없는 것 같은데. 이후의 인류학 연구같은건 어떻게 되는 걸까 생각해 봤어요.


#손님

C: 손님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해요? 

J: 도터가 꽤 자랐을 때가 인류멸망후 1만 일쯤이잖아요. 근데 그거 연수로 계산하면 38년쯤인데 우리가 본 화자는 겨우 10살 19살 시간이 안맞구요. 말소되었던 애는 두 명인데 화로에서 나온 뼈는 하나뿐이고. 외관도 그렇고 둘이 생김새도 비슷하고 하니 마더가 처음 키워냈던 아기1이 손님이 아니었을까 싶어요. 영화 막판에도 마더가 그런 걸 암시하는 대사를 던지기도 했고요. 엄마에 대한 기억은? 누군가 필요해서 살려뒀을거란 생각 안 해봤어? 일부러 살려뒀고 인간들 속에서 자라게 한 것 같아요. 그 여자야말로 마더가 극렬하게 싫어하던 도덕적으로 타락한 인간상인 것 같고요. 자기만 생각하잖아요.

E: 인간치고 너무 못미더웠어요. 신경질적이고 설명도 제대로 안해주고.

C: 사실 손님이 이 영화에서 제일 인간적인 캐릭터인데 왜 구인류가 실패한 인류였는지 빡 이해시켜주는(웃음)안드로이드한테 학살당하면서 살아왔으니까 경계하는건 맞는데. 딸한테 거짓말해서 목에 칼 들이대고 데리고 나갔더니 밖에 아무것도 없고. 진짜 좀 너무했죠.

J: 그 세상에도 아직도 종교가 있고 성모 마리아 상이 있고 그런것도 신기했어요.

S: 오히려 종교가 더 힘을 가지지 않을까 싶어요.

J: 어떻게 보면 타락한 인류의 표본이 손님인데 그런 사람일수록 더더욱 종교에 매달리게 되었다는 게. 오히려 도터는 '신이 존재할까'에 대해 이미 지난시간 칸트 주제로 토론했을 거 같은. 도터한테 종교가 있었다면 마더죠. 마더 콤플렉스같은.

E: 타락했다기보다는 생존이 절실해져서 그런거라고 생각해요. 뭐라도 기댈게 있어야 하니까. 도터는 뭐 아쉬울게 없어서

S: 완벽한 사람은 자기자신을 믿죠. 원래 종교가 힘든 사람들 틈으로 파고드는 거니까요.

J: 손님의 광산 얘기도 궁금했네요. 혹은 제이콥이나 자기가 만나온 사람들.

E: 컨테이너에 있던 식량의 출처도요.

옥수수는 좋은 에너지원이죠

C: 어디 남아있는 시설에서 털어온걸까요?

J: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까지가 거짓인지 믿을 수가 있어야지. 입만 열면 거짓말이야

P: 그쵸 바깥에서 같이 있었다던 동료들도 진짜 있었는지 모르겠어서

S: 이게 감독이 질문을 많이 던지려고 한것 같긴 한데 약간 자기도 잘 모르는것같아

(웃음)

J: 차라리 이 시설 내부만 딱 집중하고 바깥에 대한 정보는 궁금증으로만 남겨두면 좀 더 낫지 않았나 싶어요. <큐브>나 <아일랜드>처럼.

S: 저는 <룸>처럼 밖에서의 새로운 라이프가 2부로 펼쳐질줄 알았거든요. 개고생라이프겠지만


#스릴러였어?

S: 저 마더가 복도 달려올때 너무 무서워서......이거 스릴러였냐고!

E: 진짜 너무너무 무섭지않아요?!

J: 장난아니었구

E: 근데 장르가 공식적으로 스릴러긴해요 SF 스릴러

T: 마더 달려오는거 무섭긴 한데 약간 기계가 토돗토돗 달려오는 거 같아서

딸!! 낯선 사람한테 문열어주지 말라니까!


#영차 멤버들의 한줄평

J: 집나가면 개고생이다

S: 감독이 소재를 감당못한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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