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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관객 S Jun 15. 2023

나는 네가, 너는 내가 되어가

영화 <안녕, 나의 소울메이트>

일곱 번째 영화: <안녕, 나의 소울메이트> (원제: 칠월과 안생)
감독: 증국상
선정자: T


[J, K, P, T님이 입장하셨습니다]


J: 전 영화 좋았어요. T는 이런 영화 좋아하는군 하면서 흐뭇하게 봤죠.

T: 저 나오자마자 보고 되게 좋았던 기억이 있어서 또 보고 싶어서 추천했어요 ^_^ 

P: 저도요! 김혜리 기자님의 코멘트를 빌리자면 "<안녕, 나의 소울메이트>는 레즈비언 영화가 개봉할 수 없는 중국적 조건이 만들어낸 흥미로운 이종 같기도 하다." 가 너무 잘 맞는 말인 것 같아요.

K: 이거 사랑 얘기에요 완전. 근데 너무한 이야기였어요. 결말이요. 저는 뒷통수를 맞은 것만 같아요

J: 흔한 하이틴 장르인가 하다가 중간부터 어....뭐지....가면 갈수록 아?

K: 처음 분위기랑 전개~결말이 너무 다르지 않나요? 장르가 계속 바뀐 기분이에요. 처음은 하이틴 느낌이었고 전개는 사랑과 전쟁, 결말은 감성영화

P: 안생한테 넘 잔혹한 스토리.....

T: 영화 첫부분에 세월이 지난 후 칠월은 가명에게 말했다. 자신과 안생의 우정은 숙명이었다고. 이렇게 영화 시작하잖아요. 이미 저기서부터 둘 사이가.....숙명이었다니 어떻게 그런 단어 선택을.....


#안생과 칠월, 너무 다른 삶의 방식

J: 칠월은 안정된 삶에서 여자는 이래야 하고 저래야 하고 그런 가정에서 오래 자랐잖아요. 그래서 줄곧 자기 삶을 수용하고 살았는데 오랜만에 만난 자유분방한 안생을 보고 안생과 자신의 처지가 다름을 인정-동경하는 마음으로 흘러간 거라 생각해요. 안생은 안생대로 안정적으로 살아가며 곧 가정을 꾸리게 될 칠월을 동경했던 것도. 서로가 서로의 하이라이트만 본 거죠.

K: 안생은 어쩔 수 없이 선택해야 했던 떠돌이 인생이었는데. 안생은 안정적인 삶을 계속 꿈꿨다는 게 저는 좀 안타까웠어요. 결국 그런 가정을 얻게 되어 다행이라고 생각했지만, 그래서 둘이 여행 가서 싸우는게 속상했어요. 살아온 삶이 너무 달라서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는 걸 극명하게 보여주는 것 같아서.

J: 브라 얘기도 좋더라고요. 둘의 본질적인 다름을 상징하는 소재 같았어요. 칠월은 어릴 때부터 엄마가 가슴 좀 나오니까 브라 하라고 해서 그냥 하고, 안생은 하기 싫다고 자긴 자유롭게 살고 싶다 하고. 그런데 안생이 떠돌이 생활하면서 인생 바닥칠 무렵 칠월이 너 브라 하냐고 쏘아붙이는 것도....갈등이 무사히 해결된 후에 안생이 다시 브라를 안 하게 된 것도 신선한 소재였어요.

T: 맞아요 저도 그장면 좋았어요. 그동안 자유로운 게 좋다며 안 하고 다니던 안생이 갑자기 브라를 차는 게 서로 반대되는 상황을 되게 잘 보여주는 거 같아서. 그리고 엽서 주고받을 때 안생 - 칠월 - 안생 - 칠월 이런 식으로 반복되잖아요. 그게 너무 좋았어요.

K: 안정된 삶과 떠도는 삶을 계속 대비해서 보여주는 게 인상 깊었어요. 누구 하나는 떠날 수밖에 없는 상황들이 계속 이어지고 서로를 위해 희생하게 되는 부분들이요

K: 사실 안생이 정착하지 않길 바랐지만, 그게 궁극적으로 안생이 원했던 삶 같으니까요. 늘 행복한 가정을 동경한 것 같았거든요.

J: 항상 가족을, 머무를 곳을 그리워하기에 사람들이랑 관계를 깊게 못 맺은 것 같아요. 좀 역설적이지만요. 만나는 사람들이 다 거서 거기고. 엄마 장례식에도 혼자 남겨져 있고.

K: 이제는 정착하고 싶다고 돌아왔을 때 안쓰러웠어요. 기타리스트 따라갔을 때도 그 사람 아닌거 같다 싶었는데.

친구야 그 남자는 아니야.....!

J: 기타리스트를 진심으로 좋아한 게 아니면서 가명이에 대한 감정도 숨기고 싶고 칠월이에 대한 우정도 지키고 싶어서.

K: 고만고만한 사람들과 얽히면서 인생이 계속 꼬이는 느낌? 그래도 마지막에 만난 남자친구는 정말 좋은 사람 같아서 저도 안심이 돼요.

J: 둘이 상해 여행 간 것도 좋았어요. 그전까진 엽서만 주고받았으니까 서로 거리감도 있었을 거고. 마침 가명이랑 대판싸웠겠다 친구끼리 여행가고 그런 거죠. 여행가서 대판 싸울 줄은 또 몰랐지만.

T: 맞아요 그 때 안생이 "네가 비싼 숙소비 냈으니까 자기가 식사값은 내고싶었다"고 하면서 그 얼렁뚱땅 방법으로 술병 하나 얻어오는 게 또 서로의 상황이 대비되어서 마음 아팠어요.

J: 안생은 이렇게 살아남았고 칠월은 풍족하게 살아왔다는 방증 같아서 좀 안타까웠죠. 그때 서로가 서로를 이해 못 했던 걸 마지막에 안생은 칠월을 이해하고 칠월은 안생의 상상 속에서 안생을 이해하게 되겠죠?


#이름

J: 안생이 되게 자유분방하고 활달하고 마이페이스 같았는데 결정적인 순간엔 망설이곤 하잖아요. 안생이란 이름은 평안한 삶인데 도무지 편안하지 않았던 게.
가명이 달리기 할때 안생이가 따라붙어서 달릴 때 무슨 생각 하냐니까 갑자기 분위기 아워바디(웃음)너무 힘들 땐 멈춰서야 하지 않냐던 안생이 말도 이해가 갔어요. 그때 안생이는 너무 위태로워 보여서.... 이 남자 저 남자 만나서 세계일주하고 말거다 라는 그런 게. 그때 만나던 사람이 교통사고로 죽은 것도 너무 안타까웠고요.

T: 안생 이름 너무 찰떡같이 잘 지었어요. 완전 대조되게.

P: 이름엔 아무래도 지은 사람의 소망이 들어가니까. 그렇지 않았기에 더 그런 이름일까 싶기도 하구.

J: 7월 여름 같은 칠월에게 여행을 선사해준 거 너무 좋았어요. 후반부에 혼자 여행하는 칠월이 보니까 여름 같더라고요. 잘 어울렸어


#그는 좋은 조미료였다

K: 여자만 여자를 진심으로 사랑한다는 말을 영화 보고 느꼈어요. 가명은 헷갈리게만 하고. 어떻게 보면 둘 사이에 엮여서 안 됐긴 한데 너무 우유부단해 보였어요.

P: 가명....저는 김혜리 기자님 코멘트가 너무 웃겼어요 "갈등의 뇌관인 남자주인공 가명은 놀랄 만큼 무색무취해서 영화 내내 완벽한 중립과 균형을 유지하는 것 외에 개성도 의지도 드러내지 않는다. 그냥 연인을 갈라놓는 장애물"이라고 쓰셨더라구요

J: 왜 저렇게까지 가명의 존재를 부각시킬까 싶었는데, 이게 중국영화고 남주를 좋아한다는 뉘앙스를 남기지 않으면 이 영화가 개봉이 안됐을 거 같아요.

K: 그래도 가명과의 만남이 두 사람이 좀 더 성장하고 성숙하는 계기가 된거 같아서 좋았어요. 두 사람이 마음의 바닥까지 보이며 서로의 우정을 확인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구요 가명이의 태도는 별로였지만. 두 사람의 관계를 완성하기 위한 소품으로 가명이가 있는 기분이었어요. 조명처럼 둘의 처절한 우정을 비춰준 거 같았거든요. 후추였네 가명이.

(웃음)


#네가 어떻게 나한테

T: 저는 왜 안생이 계속 그 목걸이를 차고 다녔을까 싶었어요. 줄을 바꿔가면서까지.

J: 전 안생도 가명을 좋아했다고 생각해요

K: 저는 좀 다르게 해석했어요. 가명과 칠월이 이어지면 안생은 필연적으로 헤어질 수밖에 없어요. 그렇게 해서라도 두 사람을 기억하고 싶었을 거 같아요.

J: 안생이랑 칠월이 헤어질 때 칠월이 안생이 목걸이 보고 충격받잖아요. 오해의 여지가 있는 건데 그걸 알면서도 목걸이를 받았다는 건 잘 모르겠어요.

K: 보여주려고 한 건 아니었을 거 같아요. 안생도 이곳을 추억할만한 무언가를 가지고 싶었을 거 같으니까요.

T: 또 의아했던 게 칠월이 그 목걸이 보고 굳잖아요. 안생도 칠월이 그 목걸이를 본 걸 알고. 근데 여행 갈 때도 목걸이 하고 있어서 둘이 싸우잖아요. 그거 보면서 여행 올 때라도....칠월 앞에서라도 좀 안보이게 하지 싶었고.

wow

J: 전 거기가 더 슬펐어요. 안생이랑 칠월이랑 욕실에서 싸울 때 친구 해줬다 같은 말은 하지 말았어야죠.

K: 정말 바닥까지 보이는 장면이죠

T: 둘이 싸우는 장면들 보면 가까운 사이인 만큼 서로에게 어떤 말이 상처가 되는지 알아서 일부러 마음에 박히는 말들만 골라 하는 느낌이었죠.

(.....)

T: 칠월도 계속 마음이 새까맣게 타들어갔을 것 같아요. 사찰에서 둘이 미묘했던 것도 봤는데 몇 년을 모르는 척하고.

K: 기다리고 그리워하기만 하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데 그걸 계속 해온 거잖아요

T: 가명 집에서 기다리는데 가명이랑 안생이랑 같이 들어오는 걸 목격하고 가명 집에는 안생 물건이 많고.

K: 가명이 돌아올 거라고 믿고 프로포즈 받았을 때 그렇게 기뻐했는데 집 앞에서 마주친 둘을 보고 기분이 바닥까지 떨어졌을 거 같았어요. 결국 이렇게 되는구나.

J: 거기서 안생이 일부러 아무 말 안 했던 것 같아요. 지금 무슨 말을 해도 칠월은 오해할 거고 사실 둘 사이엔 아무 일 없었을 거 같은.....

K: 모르는 척해도 이렇게 되는구나 싶고. 저였어도 결혼 못 했을 거 같아요.

T: 그 때 마음이 어땠을까 싶어요. 어쨌든 칠월이 가장 믿고 사랑한 두 사람이었는데.

K: 선택했다는 기분 들고 싶어서 오지 않은 거라 했을 때 마음이 미어졌어요. 확신을 가지고 찾아온 거였을 텐데 그 신뢰도 산산이 깨버린 거잖아요. 칠월과의 관계를 정말 소중히 했다면 가명은 안생을 집에 들이지 않았어야 해요.


#나의 소울메이트

T: 그림자 얘기 너무 좋았어요

J: 상대의 그림자를 밟으면 그 사람이 행복해진다고 했나.

T: 둘 사이를 그림자같이 붙어 다닌다고 표현한 것도 좋았고 "어떨 땐 칠월이 안생의 그림자였고 어떨 땐 안생이 칠월의 그림자였다. 둘은 책에서 보았다. 누군가의 그림자를 밟으면 그 사람은 평생 떠나지 않는다"는 부분이 좋았어요.

J: 결국 서로가 서로의 그림자였던 거죠

T:칠월이 가명한테도 그림자 얘기를 해 주잖아요. 근데 셋이서 산 오를 때 가명이 안생이 그림자를 빤히 바라보고 있어서 진짜 육성으로 니가 그걸 왜 봐....!

(웃음)

T: 칠월이 안생한테 엽서 보낼 때 "네가 가버려서 내 생활이 무미건조해진 것 같아" 이 부분에서 두 사람이 서로의 인생에 얼마나 깊게 자리 잡고 있었는지 보이는 것 같았어요. 안생이 쓴 마지막 엽서가 "이젠 너무 힘들어. 집에 가도 될까? 집에 가게 해줘." 이 부분에서 진짜 눈물났어요. 비오는 날 칠월 집 앞에서 서로 껴안고 우는 거 보는데 덩달아 눈물나고....

T: 네가 너무 미웠는데 그래도 너밖에 없었다고. 그것도 좋았어요

J: 정말 친하고 가까운 사이라 해도 너가 미웠었다고 말하기가 쉽지 않잖아요. 어떻게 보면 사랑한다는 말보다 더 무게 있는 말 같아요. 친구간의 사랑도 사랑이고 저는 친구보다도 더 깊은 관계였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소울메이트라는 제목을 달았겠죠. 초월번역이에요

K: 이런 게 친구라면 나는 친구 없어를 다시금 깨닫게 하는 결말이었어요. 칠월이 죽은 것도 너무 반전이라 충격에서 헤어나오질 못하고

J: 사망통지서에 싸인 못하는 안생.....

(......)

J: 전반부에 뭔가 있어야 할 장면을 빼먹은 거 같은데? 이런 게 후반부에 떡밥 회수로 나오니까

K: 아 맞아요 반전과 떡밥에 양 뺨 찹찹 맞으면서 후반부 전개 이어지더라구요. 시작은 정말 하이틴중드라고 느꼈어요. 맘속으로 아 추천자 누구야

(웃음)

K: 하지만 너무 좋은 영화였고 T는 틀리지 않아

J: T는 이런 영화 좋아하는구나

T: 오 맞아요

K: 시키지 않으면 영화 안보는 저를 멱살 잡고 스크린 앞으로 끌어주는 영차영차 정말 최고

(그렇습니다 영차영차는 최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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