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우리들>
아홉 번째 영화: <우리들>
감독: 윤가은
선정자: L
[E,J,L,T님이 입장하셨습니다]
J:영화 어떠셨나요? 전 재미있었어요~!
E:저도 좋았어요. 되게 섬세하게 만든 영화다 싶었어요
T:저도 진짜 좋았어요 보면서 좀 괴롭긴 했지만.....너무 현실적이어서 힘들었어요
L:저두 제 학창시절 좀 떠올라서 괴롭기도 했고....다음 장면들이 예상이 되어서 힘들었어요
J:혹시 L님 이 영화를 추천한 이유가?
L:아이들 시선에서 잘 만든 영화라서요! 대사도 거의 아이들이 스스로 말하게끔 간단한 상황이랑 대사만 주어졌대요
J:연기 되게 자연스러웠어요. 연기같지 않고
L:롱테이크로 촬영한 씬이 많아서 아역배우분들의 애드리브가 많았대요.
J:전 윤이 정말 귀여웠어요
(동감)
L:말하는거 짱귀여워 '그럼 언제 놀아?'
J:그게 선이가 윤이보면서 깨달았던 장면 아닌가요? 그래서 좋았지요~ 이거 친구랑 같이 봤는데 친구랑 의견이 갈렸던 부분이 저는 친구끼리 다툴 수도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근데 선이는 어느 순간부터 친구라서 싸운다기보단 싸움을 위한 싸움에 치중한 느낌이고 윤이는 그걸 환기해 주잖아요. 그럼 언제 놀아? 하면서요. 제 친구는 그런 끝없는 싸움보다는 누군가는 그 싸움을 끝맺음 지어야 친구로서 잘 지낼 수 있지 않냐고. 그걸 깨닫고 마지막 피구 시합에서 선 밟았는데도 안 밟았다고 브레이크를 건거 아니냐고 해서 화해의 여지를 남겨줬다고 했던 게 인상 깊었네요.
L:저는 친구분과 같은 의견이에요. 선이는 보라랑도 계속 잘 지내려고 했잖아요
E:싸우는 건 괜찮은데 어쨌든 둘이 이야기를 하고 풀어야 그 다음단계로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
T:선이는 본인 나름대로의 노력을 계속 했던 거 같아요.
E:선이는....너무 착해요. 4학년인데 진짜 대단하다 싶었어요
J:선이가 동생도 돌보고 가정형편 어려운 것도 직감하잖아요. 11살 또래인 보라나 지아만 봐도 친구들에게 휩쓸리고 도둑질도 서슴지 않는데 선이는 뭐가 옳고 그른지 똑 부러지게 알면서도 남 눈치도 많이 보고. 지아가 색연필 훔쳐왔을때도 처음엔 안된다고 다그치지만 사실 갖고 싶었을 거 아니에요. 지아가 차라리 자기가 갖겠다고 할 때 그냥 내가 갖겠다 하는 거 보고 역시 내면은 어린아이 맞는데, 왕따나 이리저리 가정환경이 어려우니까 나이에 맞지 않게 조숙하다 싶었어요.
E:엄마한테 지아 자고가게 해달라고 할때도 '윤이 내가 돌볼게' 하는 거 보고 애가 성숙하다싶었어요.
L:그래도 선이 엄마가 많이 돌봐주고 좋은 분이라 다행이었어요.
J:정말 현명한 대처를 많이 하셨던 거 같아요. 그럼에도 한계가 있었다면 선이를 둘러싼 아이들의 세계를 이해하지 못했다는 것 정도? 선이 아빠만 해도 애들은 잘 먹고 잘 놀고 학교 잘 가면 끝이라고 하잖아요.
L:반면에 지아는 가정에서 지지나 쉴 수 있는 곳이 없고.
E:세심하진 않지만 그거는 바쁘기도하고 어쩔 수 없으니까
L:더 친구들한테 집착하다 보니 왕따를 당했음에도 자신이 또 왕따를 하게 되는 상황이 된 게 아닐까 싶어요.
J:선이-선이 엄마의 유대 관계가 되게 이상적이잖아요. 지아는 엄마 아빠가 이혼했고 엄마는 영국에 산다고 거짓말도 한 상황에서 선이랑 선이 엄마가 행복하게 지내는 걸 보면서부터 거리를 둔 거 같아요.
J:이 감정을 일일이 말하자니 자기한테 엄마가 없고, 우리 부모님은 이혼을 했고 그걸 인정해야 하잖아요. 그것 때문에 전학교에서 따돌림을 당한 건데 솔직하게 말하기가 힘들었을것 같아요.
E:그 이후로 갑자기 오이김밥도 안먹고 갑자기 너네집 왜이렇게 덥냐? 이러고.
L:선이가 돈 얘기할 때마다 너무 슬펐어요.
E:지아의 '학원비 우리 아빠한테 내달라고 할게!' 이 부분이 너무 가슴 시렸어요. 어리니까 아직 거기까지 생각 못하지 싶지만요.
J:둘이 친할 때 초반에도 계속 지아가 돈 내주고 선이는 그걸 받기만 하니까 그만해도 된다고 선 그으려고 했던 거 같은데
(....)
E:집에 초등학생이랑 유치원생이 있는데 소주병 여기저기 늘어놓은거 진짜 아동학대라 생각했어요. 그런 환경에 노출시키는 것도 문제인데 그거 깨졌다가 애들 다치면 어떡해요. 게다가 초등학교 4학년 여자애한테 술취한 아빠 찾으러 가게하고.
E:그리고 자기 아빠(선이 할아버지)인데 부인이 다 관리하게하고 부인이 그렇게 케어해주는데도 틱틱거리고. 그리고 사실 소주병 깼을 때 애 때릴까봐 좀 무서웠어요
J: 그리고 중간에 선이네 아빠가 할아버지를 싫어하듯 지아네 할머니가 지아 엄마 싫어하는 거. 어른들은 왜 그렇게 서로 싫어할까 그런 얘기가 나왔던 거 같아요. 그때까지만 해도 같이 바다 가자고 새끼손가락 걸고 약속했는데. 나중에 커서도 둘이 사이가 좋다면 정말 바다 갈 것 같아요.
E:둘은 화해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제 바람이지만(웃음)
J:선이가 용서했으니까 화해할 거예요
L:전 나중에 생각나는 친구 정도 될 것 같아요. 지아는 잘 안될 것 같지만요.
T:화해 못하더라도 나중에 오래오래 기억에 남을 사람일 것 같아요
E:얘기 듣고 나니까 선이가 기회를 몇번이고 줬을 때 지아가 걷어찼던 게 또 어떠려나 싶네요.
J:영화를 보면서 힘들었던 건 나도 따돌림의 표적이 될 수 있다는 거였어요. 처음엔 선이였는데 지아가 어느 순간부터 또 따돌림당하고.
L:선이는 왕따 당했던 이유가 딱히 안 나왔죠?
E:네 딱히.....
J:그렇다고 보라가 마냥 나쁘다고 보기엔.....보라가 엎드려 우는 거 보고 선이가 손수건 주고 보라는 답례로 매니큐어를 줬잖아요. 그렇게 나쁜 애는 아니거든요. 물론 학교에선 또 쌀쌀맞지만 자길 위로해준 선이한테 감사할 줄은 아는 거 같고요.
E:보라도 어쨌든 4학년이라 거기서 지도를 잘해주면 다시 돌아올 수 있는데. 제지가 안 가해지면 커서도 다른 아이들 따돌릴 것 같아요.
J:보라 무리는 다수에 속하고 싶은 아이들의 심리를 말해주는 것 같았어요.
L:뒷담하면 제일 친해진다고 하잖아요. 그 대상이 선이였던 거고. 아무 이유없이 사실 나 쟤 이래서 그랬어. 하면 다른 애들도 헉 사실 나도 쟤 쎄했다면서. 우리도 그 시절을 기억하고 어른들도 다 그 과정을 겪고 자랐을텐데. 왜 어른들은 아이들을 이해 못 할까요?
E:다 까먹어서....
J:역사를 잊어서....인간은 늘 실수를 반복하고.....
(웃음)
J:어른이 되고 보면 왜 그런 걸로 화를 내고 그런 걸로 싸웠을까 되게 귀여웠네. 이런 식으로 아이들의 세계를 미화+응축하는 경향 때문 아닐까요.
L:그때는 그게 전부이고 최대 고민인데 말이에요.
J:감독님이 '왜 아이들만 주인공으로 영화를 찍으시나요?' 란 질문에 왜 아이들만 주인공으로 하면 안 되냐고 답했던 게 인상깊었어요. 어린이-성인이라는 소수와 다수 시각으로 보면 영화 세계엔 성인에게 맞춘 작품이 많으니까요.
E:성인이 되면 좀 더 권력을 가진 다수층에 편입하게 되는 거잖아요. 그래서 굳이 소수인 어린이들 말을 이해하려는 노력도 안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어린이고 청소년일 때는 부당하다고 생각하는 것도 어른이 되고 나면 할 수 있게 되니까. 그냥 참고 나이먹을때까지 견뎌~ 이렇게 되고 더 이상 자기 얘기 아니니까 관심 안 가지게 되고.
J:가만 보니까 지아나 보라나 그냥 딱 11살 같았고 역시 선이가 성숙한 거 같네요. 지아는 전 학교에서 왕따 당한 게 있어서 아까 말씀하셨다시피 친구나 무리에 소속되는 거에 집착이 있는 것 같고.
E:보통 4학년이면 친구한테 상처를 그렇게 받았는데 계속 다가갈 수 있을까 싶어요
L:전 정말 못해요
E:그리고 지아가 꼭 왕따 아니었더라도 평범한 4학년 같다고 생각했어요. 아직 어리니까 더 뭔가 쎄 보이고? 잘 나가는 것 같은 친구랑 괜히 더 지내고 싶은 거 있잖아요.
J:보라도 지아가 부잣집에 엄마는 영국에 있다 하고 자기도 영국에 갔다 왔다고 하니까 대단한 애 같아서 어울려주잖아요. 자기보다 성적 높게 나오니까 거기서 또 다시 따돌릴 이유를 찾고.
E:그리고 이게 16년도 영화잖아요. 그때도 어땠을까 싶은데 지금의 4학년 애들은 더할것 같거든요. 그래서 맘이 좀 그랬어요.
J:저는 요즘 다시 생각하게 된 게, 나중에 선이가 커서도 보라에 대한 안 좋은 기억이 남아 있다 한들 그 보라가 선이가 기억하는 보라 그대로일지는 보장할 수 없잖아요. 사과를 하고 말고는 본인 양심 여부겠지만 전 그래서 선이가 너무 좋더라고요. 그렇게 상처받았는데도 계속 다가가고 오해를 풀려고 하는게 4학년 아이가 그러기가 쉽지 않은데. 분명 선이 같은 친구는 보기 드문 친구일 거고요.
E:보라가 왜 자꾸 착한 척하냐고 한 것도 보라도 맘속으로는 다 알아서 그렇게 말했겠죠.
J:선이는 해야 할 말을 한 거거든요. 상황이 나쁘게 돌아가는 와중에도 확실히 옳고 그름을 말하기가 쉽지 않은데 선이가 너무 걱정된다고. 저렇게 우물쭈물하면 어른 되어서도 고생이라는? 그런 후기를 봐서 좀 화가 났어요.
E:선이는 정말 용기 있는 애라고 생각해요. 어쩌면 담임이나 어른들보다도 더 그릇이 크고. 지아만 봐도 처음에 정말 당당하고 친구들이랑도 잘 지내는 아이였는데 따돌림 당하자마자 확 기죽어서 지내잖아요. 그런 상황에서 크게 목소리 내는 게 말이 되나 싶어요.
L:그게 무리에서 서열관계가 있냐 친구관계냐에 따라 또 다른거 같구요.
J:선이는 지아의 하이라이트만 봤고 또 지아는 선이의 하이라이트만 봤다고 한 게, 아직 11살인 아이들의 한계라고 생각했거든요. 선이는 지아의 그늘을 보고도 꾹 참고 넘어가려 했던 것 같지만 지아는 선이의 그늘을 알자마자 바로 까발렸다는 게.
E:어른들도 상대방의 하이라이트만 보고 관계를 망치는 경우가 많잖아요. 서로가 가진 걸 부러워하고 그게 전부가 아닌데도요.
J:지아는 선이네의 화목함을 부러워했고 선이는 지아네의 유복함을 부러워하면서도 지아네 부모님 사정이 안 좋은 걸 알게 되니까 전부 이해하려 했던 거 같았죠. 지아 성격도 왜 그렇게 됐는지 이해는 가는데 그래도 선이 엄마가 싸준 김밥 내동댕이 친 건.....쉴드가 안된다 지아야.....
J:전 봉숭아물-매니큐어 얘기 하고 싶었어요
E:그거 연출 정말 좋았죠
J:봉숭아물 들이려면 하루 꼬박 손톱에 비닐포장 꽉 싸매서 해야하는 그건데~
L:진짜 손가락까지 물들여서 울고불고 막
J:포스터도 봉숭아꽃으로 가득하구~
T:마지막에 선이가 손가락 하나에만 봉숭아물 남은 거 바라보다가 피구할 때 편들어주잖아요.
J:매니큐어는 벗겨지고 없어졌지만 그 아래 물들어 있는 봉숭아물은 남아 있었던 거 좋았어요.
J:저는 이런 따돌림을 주제로 한 영화 볼 때마다 선생님들이 어떤 역할을 해야할지 궁금해져요. 이 영화속 선생님이 정말 지혜로운 판단을 내렸을지(피해자-가해자 전부 모아두고)의문이에요. 그렇다면 진짜 지혜로운 판단인게 뭐일지도 궁금하고요
E:선생님으로서 해줄 수 있는게 뭘까 했는데 진짜 답이 안보이는 것 같아요. 영화에서도 면담 끝나니까 야 내가 미안하다 미안해~ 됐냐~ 이러고. 그렇다고 애들 다 떼어놓고 처벌하기에는 그게 좋은 방식인가 싶고요. 1순위는 피해학생 보호지만 교육자로서 가해학생 지도도 해야 되는 거잖아요. 가해학생에게 인생의 쓴맛을 보여주는 것 밖에는 방법이 없나 싶고.
J:교사라는 게 제일 어려운게, 가해자가 정말 나쁘고 피해자는 보호해야한다 생각하지만 교사나 담임이 되면 가해자도 피해자도 자기 학생이니까요.
E:애들 싸우는게 거기서거기지 하고 내버려두는 경우도 많고요.
J:또 가해학생이라 해서 항상 가해자 입장에 있는 것도 아니고 언제든 피해자(지아)가 될 수 있는 거잖아요. 선이가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솔직하게 엄마한테 말 못했던 것도....선이네 엄마가 정말 이상적인 엄마임에도 불구하고 선이는 자기가 당했던 일을 솔직하게 말 못하기도 하고요.
L:얘기하고도 네가 문제있는거 아니냐는 얘기 듣는 경우도 많고요.
J:전 그것도 소름이었어요 지아 전학갔는데도 애들이 지아 휴대폰에 연락해서 전학가니까 좋냐 이러는거 너무.....
(.....)
J:혹시 영화 코멘트 더 하실분? 없으면 '내 인생 최악의 영화' 복불복 사다리타기를 하겠습니다~!
L:제발 제가 되길.....
-사다리타기-
J:진짜 L님이 됐어
(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