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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관객 S Jun 22. 2023

사랑해도 결혼은 신중하게

영화 <결혼 이야기>

열한 번째 영화: <결혼 이야기>
감독: 노아 바움백
선정자: K

[J, K, P, S님이 입장하셨습니다]


K:영화는 다들 잘 보셨나요? 괴롭지 않으셨나요

S:그렇게까지 괴롭진 않았어요 :D

J:괴롭긴 했는데 괜찮았어요~ 제목 이혼 이야기로 해야 하는 거 아닌지(웃음)

K:저는 마지막 장면이 제일 좋았어요

P:저는 오늘 두 번째로 봤는데 제목은 결혼 이야기지만 비혼을 생각하게 하는 영화였어요

K:이렇게 파국을 맞지만 결혼하기까지의 결심이나 사랑하게 된 이유는 확실했을 테니까요. 저는 전개까지는 그냥 흥미진진하게 보다가 마지막 장면을 인상 깊게 봐서 이 영화를 추천하게 되었어요.


#진흙탕 싸움

K:이혼을 결심하고 처음에는 좋게 헤어지고 싶었는데 변호사들 간의 경쟁으로 변하면서 서로의 관계가 극심하게 틀어지던 순간도 현실적이라 좋았어요.

J:남편이 처음 변호사를 고용할 때 되게 소극적이고 우리 아내는 그런 사람이 아니다, 우리 좋은 부부다고 말하다가 나중에는 변호사 바꾸고.....그런 과정도 좋았어요.

K:그 과정에서 서로가 서로의 적이 아닌 것도 보여주고 한때는 사랑했지만 이제는 남이 될 수 밖에 없는 과정을 잘 그려냈죠.

J:남편이 처음엔 호전적인 변호사한테 연락하고 자기가 지레 겁먹었다가 인간적인 변호사가 아내 변호사한테 말려들 거 같으니까 다시 호전적인 사람으로 바꾸고 그러잖아요. 나중에는 변호사의 입을 빌린 것뿐 상대의 악담을 하는 거고.

K:약간의 흠결도 과장해서 법정에서 까발려가며 유리하게 입지를 확보해가니까요. 그래서 더 진흙탕싸움이 된 것 같아요. 점점 두 사람이 원치 않은 모습으로 사건이 흘러갈 때 안타까웠어요.

J:처음엔 변호사도 안 쓰기로 했는데 이게 남편이랑 말이 통해야 뭐 하든가 말든가 하지. 변호사 선임한 건 잘한 거라고 봐요

K:합의보지 못한 상황을 어떻게든 맞춰 나가려면 변호사들 도움이 필요하긴 했으니까요.

J:처음에 남편은 아내의 장점 읽어줄 수 있다고 하잖아요. 지금 생각해보면 기만이고....아내 변호사도 좋았어요. 이혼 경력도 있는 데다 아내 입장을 잘 공감해줬어요. 사무실 여기저기 돌아보라 한 것도 그 사람 조언이 아닐까 싶고.

<결혼 이야기>  <안녕, 나의 소울메이트>


J:전 그게 안타까웠어요. 둘이 말싸움할 때요. 서로의 안좋은 부분.....누구보다 서로를 잘 아니까 서로에게 상처 주는 말을 너무 잘하잖아요

K:서로 바닥까지 드러내는 장면 중 하나였지요

J:약간 <안녕 나의 소울메이트>도 생각나고

K:그 장면이 폭력적이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저는 이해가 갔어요

J:필요했다고 생각해요. 그 장면이 없었다면 계속 위화감이 들었을 것 같아요. 변호사 싸움은 이미 진흙탕인데 둘이서만 만나면 웃고 있다? 좀 말이 안되고

K:서로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더 상처 주는 얘길 하는데 사실 진짜 진심은 그게 아니고 감정이 격해지면서 되는 대로 뱉고. 후회하고 괴로워하는 그 장면이 인간적이라서요.

J:마지막에 남편이 당신 죽어버렸으면 좋겠다고 하잖아요. 남편도 아내도 서로 말이 심했다고 깨달은 것 같았어요.

K:그 장면에서 둘 다 주춤하잖아요. 상대가 그 정도까지 말하다니 너 정말 상처받았구나 싶고.

(....)

J:전 이 영화가 잘 만들었다고 생각된 게 사회 고발적인 영화도 아니고 여자가 결혼생활에서 빼앗기는 무언가가 남편 입장에서 진행되는 게 좋았어요. 남편 입장에선 마른하늘에 날벼락 같은 느낌이구요. 왜? 같은 의문점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상황에서 우리는 아내가 어떤 일을 당했을지 어느 정도는 알 수 있잖아요. 그 카메라 각도가 남편에서 출발한 게 좋았어요. 아내 입장만 조명했으면 좀 뻔한 이야기였을 거예요.

K:맞아요. 아내 입장에서만 조명한 것도 아니었고 두 사람이 결혼의 끝을 맞는 이야기를 현실적이면서도 적나라하게 잘 그려냈다고 느꼈어요.

J:시사하는 바는 컸던 거 같아요. 남편은 아빠 노릇 착실히 하는, 소위 나쁘지 않은 남편상임에도 아내는 커리어가 끊기고. 경력단절에 대한 프레셔도 느끼고 LA로 돌아가고 싶어 하고요.

K:맞아요. 여자가 하고 싶은 게 없었고 지금의 아이 키우는 삶에 만족했더라면 그냥 좋고 화목한 가족으로 마무리 되었을 수도 있어요.

J:제 3자 눈에서 보면 아내가 오히려 이상한 사람처럼 보일 수 있거든요. 아내 입장에선 자기 커리어를 지키기 위해 이혼까지 결정하는 게 맞는 건데.

K:남편과 부인 둘 다 하고 싶은 게 있으면 보통 부인을 포기시키니까요. 불공정하죠. 가정보다 커리어를 선택하는 게 이기적으로 보이기도 하잖아요. 사실 이기적인 게 아닌데도요

J:감정인한테 아내랑 남편 집 둘러보게 하잖아요. 아내한테는 알코올 중독 코카인 여부 이런 거 물었으면서 남편한테는 별 질문도 안 하고 참....보수적인 여성상이다 싶었어요. 거기서 여자 변호사분이 완벽한 엄마에 대해 칼침 날리고. 나쁜 아빠가 되는 게 어렵다는 말이 맞는 거 같아요. 

K:엄마는 완벽하게 엄마 역할을 수행하면서 커리어를 지켜야 나쁜 엄마 소리를 안 듣잖아요. 뭘 어떻게 해도 아빠는 사회에서 둥기둥기해주니까. 둘 다 일하는 입장에서는 불공평하죠. 누군가는 육아가 당연하고 누군가에게는 대단한 일로 치부되는 게 참 이상해요.

J:이 영화는 육아와 정리정돈은 남편이 훨씬 유능하고 엄마는 엉망으로 묘사된 게 좋았어요. 육아는 LA로 가면서 아내가 더 유능한 듯하지만 실상 미술관 보내거나 사촌들한테 맡기거나(웃음)


#그때 우리

J:전 처음이랑 마지막 수미상관이 너무 좋더라고요. 서로에게 서로의 장점 적어주기. 처음엔 그렇구나 서로 괜찮은 부부네 싶었는데 알고 보니 이게 이혼조정중이었고.

K:그래 사랑했구나 그래도 이렇게 되는구나 싶었죠

J:그걸 적어놔서 참 다행이다 싶었어요. 그 장점리스트를 읽는 게 아이인 것도 좋았어요.

K:결혼은 양육권까지 해서 더 복잡하게 얽혀있지만 연애도 어느 정도 비슷하다고 느꼈어요. 시작할 때는 사랑하는 이유도 명확하고 그 사람의 장점이 확실하게 보이는데 마지막에 나쁘게 헤어지면 그 사람의 장점이 가려지잖아요. 하지만 처음같았던 날들이 분명 있었을 거예요. 이미 돌이킬 수 없이 시간이 흐르고 관계가 지나가 버린 시점에서 그 사람의 사랑했던 모습들을 되짚는 게, 돌아갈 수 없지만 한 때는 소중했던 시간을 보는 거 같아서 좋았네요

J:남편이 이혼 소송 끝마치고 친구들하고 아내 욕 하잖아요. 근데 LA 와서 아이가 읽어주는 '아내가 적은 장점 리스트'에서. 헤어졌지만 그때 사랑했던 마음은 진짜였음을 그런 마음들이 너무 좋았어요

찰리는 꼼꼼해서 정리정돈은 믿고 맡긴다. 뭐든지 혼자 잘해서....

K:맞아요 노래 가사도 있는걸요. 그리운 마음이라 잊는다 해도 한 없이 소중했던 사람이 있었음을 잊지 말고 기억해줘요

J:스물다섯 스물하나도 생각나고요

K:그냥 저는 이미 끝난 사랑을 반추하는 스토리가 너무 좋은 거 같아요

J:K의 취향 정말 소나무네요

K:저요 완전 송진내 나죠

(웃음)

J:저는 엔딩 보면서 그 생각도 들었어요. 이 영화.....미국이라서 가능한 거구나. 한국이었으면 이런 결말 절대 안 되겠지

K:너무도 아메리카다

J:한국인 장녀입장에선 판타지인데도 마음에 들었어요

K:세상이 변했으니까요. 우리 세대에서라면 가능할지도 모르죠

J:사랑하는 마음, 서로를 존중하는 마음을 되찾아서 다행이다 싶었어요

K:그렇죠 첫 마음이 있었으니까 결혼을 할 수 있었겠지요. 그래서 제목이 결혼 이야기인 것도 직관적이고 좋았어요

J:아내가 남편보고 3초만에 사랑에 빠졌고 20살에 결혼했잖아요. 동거나 사실혼만 했으면 조금 상황이 바뀌지 않았을까 싶기도 해요

K:사랑만 있는 게 아니라 그 안에 여러 복합적인 문제들이 함께 있기 때문에 결국 결혼은 서로의 희생으로 이루어질 수밖에 없단 것두요

J:이 영화를 보기 전까지 이혼하고도 전남편과 친구처럼 지내는 걸 전혀 이해 못했거든요. 어떻게 현남편하고 포옹하고 그러지.

K:이 아련함을 가지고 사는 거 아닐까요. 한국 정서는 너무 사랑했지만 이제 새 사람이 생겼으니 널 놓아줄게잖아요. 아메리카는 둘 다 좋아 양해를 구하고 만나도 되겠어

J:사랑했지만 헤어졌고 친구로 지낼 수 있는 거. 이제야 좀 알 것 같아요

K:상대가 불편해하지만 않는다면 모두에게 좋은 쪽으로 한다는 점에서 나쁘지 않은 방식 같아요. 그리움이 덜해진다!

J:제 친구도 헤어지고 친구로 남는 걸 선호한다고 사귀었을 때 행복했던 순간은 거짓이 아니고 그때를 추억하며 즐겁게 얘기할 수 있으니 좋은 거라고. 그런 말을 들었어요.

K:그럼요. 그 순간에 대한 존중인 거죠. 전 애인 아니고 전 남편 정도면 전우애(웃음)로 치고 만날 수도 있지 않을까요


#모두의 행복

K:아이가 있었기 때문에 이 이혼 과정이 있었다고 생각해요. 그게 아니면 서류 딱 던지고 끝났을 것 같거든요. 양육권 분쟁도 없고.

J:싸우는 중에도 아이를 위해서라고 말은 하는데 솔직히 아이를 위해 발언하는 건 아무도 없지 않았나요. 애초에 남편이 이혼소송에 목숨 걸기 시작한 것도 아이 양육권 때문이었으니까요.

K:그리고 아이를 보는 날 말이에요. 남편이 억지로 아이를 보려하고 원하는 곳에 데려가려하고 어떻게든 자기가 보는 날을 맞추려고 하잖아요. 그게 정말 아이를 위한 건가 싶기도 했어요. 그냥 기싸움처럼 느껴졌어요.

J:아이 의견 묻는 사람 없냐구

K:그래서 마지막이 좋았어요. 그냥 끝났으면 아 좋은 영화였어 정도였겠지만 마지막 장면으로 인해 아 이거 내 심금을 울린다.

(웃음)

J:아이가 행복하려면 모부 각자가 행복해야죠.

K:불행하게 둘만 붙어있는다고 그게 아이의 행복은 아니에요. 불편한 감정이 그대로 전해지는걸요

J:그게 한국의 고질적 문제라고 생각해요.

K:아이에게는 엄마 아빠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보편적인 폭력이 될 수 있다구요. 아직 한국 인식은 좀 멀었지만 그래도 그 부부의 앞날이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사랑만으로는 안 돼

J:아내가 마지막에 상 탔다고 할 때 왜 남편이 상에 집착했는지 알 것 같다고 하는 장면에서 이제야 두 사람이 각자 행복하구나 싶었어요. 같이는 아니더라도 이게 서로를 위한 최선이었던 거예요.

K:이혼 안 하고 그냥 참고 살았으면 불행했을 거예요. 표면적으로는 행복한 가정일지 몰라도 누군가의 희생 위에 세워진 가족이니까요.

J:남편은 행복했을 거예요. 불행은 아내 혼자 떠맡았겠지. 남편한테도 좋은 계기가 되지 않았나 싶어요.

K:남편 입장에서는 갑자기지만 아내 입장에서는 서서히 진행되어왔던 그 과정을 이해하게 되는 영화였어요. 부부들이 봤으면 좋겠어요. 예비부부도. 아냐 사람들 다 일단 봐줘 결혼 좀 고민해봐. 결혼을 결말로 바라본 게 아니라 그 과정을 보여주고 결혼에 행복만 따르는 게 아니라는 것을 보여줘서 좋았어요.

J:아내는 결혼하고도 커리어를 이어가려 했고 거기에 제재를 가한 게 남편이잖아요. 사랑으로 그걸 감내했던 거고. 전 예전에는 사랑해서 결혼한다는 여자들 보면 좀 안타까웠는데요. 근데 거기서 제 생각을 강요하면 그건 그것대로 상대를 위한 게 아닌 것 같더라고요. 사람마다 행복의 기준이 다른 거고.

K:가정을 이루고 가족의 행복을 찾는 게 삶의 목적이고 행복인 사람들도 있으니까요. 혼자서도 잘 사는 사람들에게는 결혼이 꼭 필요하지 않죠. 동거도 있고 그냥 만나기만 할 수도 있고요. 결혼은 제도적으로 묶는 장치라 부수적인 일들이 많이 딸려오는걸요. 아이가 있으면 더 복잡해지구요. '나'가 너무 소중한 사람들은 사실 결혼 안 하는 게 상대와 나를 위한 일이에요.

P:개인 대 개인이 아닌 느낌이죠

K:집안과 집안의 결합이라고들 하잖아요. 둘만 사랑한다고 끝날 일은 아닌 거 같아요.

J:저 비슷한 책 읽었던 게 생각났어요. 영화의 남편처럼 남편이 엄청 좋은 사람이란 말이에요. 페미니즘에도 나름 깨어있고 시가 쪽 사람들도 좋은 사람들이라고 생각해서 아내분이 결혼을 했대요. 그런데 아내분이 '동서' '며늘아가' 하는 호칭이 가부장적이고 여성혐오적이라서 oo 씨 혹은 oo님이라 부르자고 제안했거든요. 그런데 시가가 뒤집어졌어요. 큰아빠의 아내는 어떻게 그런 호칭을 쓸 수 있냐고 자길 높은 사람 취급해야 하는 거 아니냐고. 남편도 나중엔 지쳐서 이 문제로 그만 싸우면 안 되냐 하고.....결론은 시아버지가 아내분께 '민정님!' 하면서 편지 쓰고 잘 마무리된 걸로 알고 있어요. 아내분은 아직도 국립 국어원에 호칭 개선운동을 벌이시는 걸로 알아요(<나는 당신들의 아랫사람이 아닙니다>)

K:결국 접기를 강요받는 쪽이 여자라는 점에서 이 또한 불공평한 이야기에요. 아이 성을 남편 성이 아닌 아내 성을 따르게 하는데도 논란이 많았잖아요. 아빠 이름을 따르는 건 늘 그래왔던 건데 한 번도 문제 삼지 않았잖아요.

J:그래서 최근엔가 호칭 문제 개선한다는 소식 보고 기뻤다네요

K:정말 공평하다면 세상엔 아빠 성 반 엄마 성 반 있어야 하는데 그런 집이 많이 없죠. 합법화되었지만 실행하는 집이 거의 없어요.

J:다른 나라는 대체로 결혼하고 남편 성으로 바꾸잖아요. 일본도 나름대로 이거에 대해 저항운동하고 있다는데 좀 안바뀐 거 같고.....사내 계약서엔 본래의 성 쓸 수 있는 걸로 알아요

K:누군가에게 종속된다는 것을 이렇게 가시적으로 나타내는 게 또 있을까요. 아직까지 결혼제도는 불합리하고 보수적인 부분들이 많아요.

J:아무리 깨어있는 남자를 만나도 결혼제도에 종속되기 시작하면 가치관 충돌이 필요불가결이란 거죠. 서로의 바닥도 볼 수 있고.

K:결론은 정말 하고 싶은 사람만 결혼하자

J:아는 사람 얘기 중에 "결혼은 상대를 위해 나의 모든 것을 포기할 수 있을 때"라는 말 좋아해요

K:결혼 영원히 못하는 소리 들려요

(웃음)

J:결혼 상대가 동성이면......어 응원할래요. 결혼하겠다고 말하기까지 얼마나 고민했을지 알잖아요

K:그래요 동성과 결혼하는 건 안 말릴게. 청첩장 돌려요 축의금 들고 갈게. 축가도 부를까 봐요. 우리 그러고 보니 영화 결혼이야기를 보고 진짜 결혼이야기를 하고 있어요. 주제와 벗어난 거 같으면서도 묘하게 주제랑 맞아요

S: 두 분 대화 듣고 있으니까 영화를 다시 본 느낌이어서 좋았네요. 사실 영화를 전혀.....정말 이해를 못했거든요. 제 취향도 아니었고....오늘 많이 배워가는 기분이어서 좋았네요

J: 그거면 된 거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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