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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관객 S Aug 08. 2023

반전의 반전의 반전

영화 <비밀은 없다>

서른 번째 영화: <비밀은 없다>
감독: 이경미
선정자: E

*해당 영화는 청소년 관람불가 작품입니다.
*결말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J: 영화 어떠셨나요? 저는 넘 좋았어요

E: 저도 좋아하는 영화라 추천했어요. 다시 봐도 또 좋더라고요. 요즘에 집중력이 많이 떨어져서 100분짜리 영화도 힘들었는데 <비밀은 없다>(이하 비없)은 몰입하게 되더라고요.

S: E님 취향이 폴폴 풍기는 영화였어요

E: 앗 감사합니다

(웃음)

E: 저는 이 영화 미술도 너무 좋아요. 되게 잘 짜여있지 않나요? 민진이랑 그 아지트도 좋고 민진이 방도 좋고

S: 저는 예전에 티비에서 보고 이번에 제대로 봤는데 재밌었어요

P: 저도! 예전에 봤다가 이번에 또 봤는데 여전히 재밌더라구요~!

E: 다들 다시 보셨군요. J님 이경미 감독님 되게 좋아하시지 않나요?

J: 그건 오타쿠 취향이 맞아서(웃음) 경미 필모 깨다가 비없을 보게 됐거든요.

P: <보건교사 안은영>을 보고 다시 보니 드라마에서 왜 저런 연출을 했는지 알 것 같았어요.

E: 오 그렇군요. 저는 안은영을 아직도 안 봐서. <미쓰 홍당무>도 봐야 하는데 미루고 있어요.

S: 아 경미가 감독님이었어요? J님이 맨날 경미경미 하길래 배우인 줄

E: 너무 친근한 이름이라

S: 아니 보통 감독을 그렇게 부르냐고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J: 경미 메타포 쓰는 게 너무 좋아요. 미술도 하나하나 신경 쓰는데 찬욱팤이 참 잘 키웠네 싶고

E: 심지어 음향도 좋았어요! 신경 많이 쓰셨다는데 그만큼 좋았어요. 특히 그 굿하는 씬에서.

S: 약간 금자씨 느낌도 있었어요.

E: 아 맞아요. 굿 소리랑 와일드 로즈랑 패턴 마구잡이로 풀다가 안 되고 이런 거 겹쳐서 나오는 장면이 좋았어요. 음향도 영상도 꽉 차서.

J: 감독이 날것의 느낌을 잘 살리는 거 같아요. 사람 기저 욕망이라고 하나. 배우라면 배우 영화면 영화 소재면 소재 전부 그 물질의 본래 모습을 잘 구현해내서 이게 호불호가 갈리는 거 같더라고요.

E: 안 그래도 <비밀은 없다> 개봉했을 때 흥행 잘 안 됐었다고 해서 왜지....싶었어요.

J: 그니까요 혹평 쏟아지는데

E: 불호인 사람들은 어떤 면이 불호라 하던가요?

J: 저는 안은영 위주로 찾아봤지만 크리처나 광기가 불호였다는 얘기요. 안은영은 그래도 힘 빼서 만든건데. 그런데도 그 정도로 불호라니.....

P: 유튜브 영상에서 본 건 스릴러 장르는 보통 증거가 쌓이면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데 이 영화는 손예진의 심리나 생각 위주로 풀려나가서(불호라고)

E: 헐 그게 좋은 거 아닌가요?

P: ㅋㅋㅋㅋㅋㅋ그쵸

E: 역시 어떤 것에 대한 호불호는 같은 이유인 것 같아요.

J: 그리고 손예진 연기 진짜 좋았어요. 진짜 말로 표현 다 못하죠. 이런 연기가 가능했어?!!! 수준이라니까요.

-K 입장-

K: 안녕하세요! 아직 죽이고 있긴 한데 거의 끝난 거 같아서 들어왔어요.

E: 뭐.....뭐를 죽이고 계신가요

K: 남편을 죽이고 있어요

E: 그렇게 오해하게 말씀하심 어떡해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직 죽이는 중이에요

J: 저희 손예진 얘기하고 있었어요. 저는 손예진 마지막 영화가 <내 머릿속의 지우개>에서 멈춰있고 대다수의 사람들도 손예진하면 내 머릿속의 지우개 떠올릴 거라 생각해서 비없은 진짜 신선했어요. 한지민이 미쓰백 연기한 거에서 충격받은 것처럼 허버허버 하면서 손예진....경미....예진.... 경미....

K: 반전의 반전의 반전인 영화였어요. 예상한 전개가 아니라 신선했어요.

P: 저도 비밀들이 풀려가는 거 보고 놀랐어요.

E: 중간에 머리 헝클어지고부터 진짜 짱이었고. 사투리 쓰는 부분도 너무 잘하고요.

J: 원래 대구사람이라고 했던가? 부산인가 아무튼 그래서 찰지게 잘했다고 하더라고요.

S: 영화에선 광주로 나오지 않나요? 저 그 지역감정 나오는 부분들 너무 괴로워가지고....

E: 정치 얘기 나오는 부분 너무 힘들었어요. 그 캠프 사람들 나올 때 짜증났어요

S: 아니 애 실종된 얘기 하고 있는데 근데 진짜 전라도 출신이에요? 이러고 전부 다 출마인 아내라는 사실에만 초점 맞춰서는.

E: 그 중년 남자, 연기를 너무 잘한다고 생각한 게 집 들어갔을 때 손가락질 하면서 이야~ ㅇㅇㅇ이~ 이러는 그 중년남성 특유의 제스처 있잖아요(웃음)그 부분이 너무 싫었어요

이야~ 김중차이~

J: 제목 원래 여교사로 하려 했대요.

E: 잘 바꿨네요. 너무 포인트가 엇나간듯한 제목인 것 같은데.

P: 그렇게 제목 냈으면 교사를 신경 쓰면서 봤을 것 같아요. 검색해보니까 '행복이 가득한 집'이라는 제목에서 변경했다는 기사도 있네요.

J: 반어법 노렸나 보네요.

E: 저 영화에서 궁금했던 게 꼭 이 영화는 아니고 항상 모든 영화 보면서 궁금했던 거지만 왜이렇게 고등학생들의 시대 배경이 현재가 아닌 것 같은지? 였거든요.

K: 약간 2010년 어딘가같은

E: 게다가 얘네는 시대적 배경이 구체적으로 나오거든요. 2014년이라고. 근데 수우미양가 받고 옷도 왠지 옛날 옷 입고 애들 헤어스타일이랑 교복 스타일도 뭘까? 했는데 헤어스타일은 다들 민진이 따라 한 건가 싶더라고요. 그 팬인 무리 있잖아요. 걔네도 머리가 다 똑같길래 팬이라서 따라 한 건가? 싶었어요.

K: 그렇긴 한데 옛날에 하던 머리기는 해요. 저 학교 다닐 때면 많이 볼 수 있었을 거 같은? 지금 중학교 졸사 펴서 아무데나 펴도 저 머리 나올 거 같아요.

느그 머리스따일이 다 똑같네

E: 그리고 중간에 이해 안 된 거 있었는데 남편이 민진이 실종된 날 예수정 만나잖아요. 그거 무슨 신자유당? 이랑 뭘 한다던데 그게 뭔 소리예요? 뭘 하겠다는 거예요? 이해 못 해도 영화 전반적으로는 무리 없긴 한데 정치적으로 뭐가 어떻게 얽힌 건지 모르겠더라고요.

K: 잘 안되면 당 버리고 다른 당으로 옮길 생각이었던 거 같아요. 대표 자리도 달라고 한 것 같고?

E: 얍삽한색히 계속 그렇게 옮겨가는군요. 노재순이도 버리더니

K: 기회주의자의 성격을 보여준 거 같아요. 남편이 착한놈만은 아니다 복선 까는 느낌으로.

J: 저는 민진이도 되게 의외였어요.

E: 맞아요 선생님이 니 새끼가 얼마나 악마같은 X인지 알려줄까 이러는데 허미;;

S: 애들 목소리 나오는 것도 되게 충격이었어요. 천사같은 아이들 입에서 나온다는 말이;;

E: 막 빗취 호어 온갖 욕은 다 써가면서

K: 근데 중학생들의 잔인함 같은 거 되게 사실적으로 잘 그려내지 않았어요? 그맘때 애들 정말 그런 부분 있잖아요.

E: 사실 사물함에 커터칼 넣는 게 너무 고전적이라서 보통 저렇게까지 괴롭히나? 싶었는데 제가 너무 나이브한걸수도 있고

J: 요즘엔 어떻게 하나요?(.....)요즘 학생이 아무도 없군요 그렇다

(웃음)

E: 막 밀가루 던지고 휴지 던지고 하길래 보통 저러나.....

K: 근데 묘사한 학교상이 90-10 어디쯤의 학교 같아요. 옛날 학폭은 정말 저런 느낌이라

E: 일단 2014년은 아닌

S: 절대 아니죠

K: 경미 감독이 기억하는 학교같은 느낌

E: 어른들은 2014년에 있는데 애들만 어드매에 존재하는

K: 13살 때 클럽 입장한 거 보고 어떻게 들어갔을까 이 생각하고 있었어요. 아니 앞에서 검사하잖아요? 민증 위조했어도 얼굴이 너무 아닌데 어떻게 들어가지

E: 보통 그런 경우는 클럽 관계자가 지인이라 뚫고 가긴 하나 봐요.

J: 암튼 민진이 진실 밝혀지고 여교사도 알게 되고....결과적으로 제일 쌍놈은 남편이었네

K: 정말 상상도 못한 연결고리였어요. 나는 선생님이 왜 갑자기? 했는데 애들이 협박을 했다질 않나 시험지를 보내질 않나 애들이 참 간이 커요

E: 중3 애들이 1억을 요구하고 막...

S: 처음에 민진이가 할머니한테 1억 주세요 하는 게 그 1억이었나 싶고

E: 근데 민진이 발상도 되게 중학생 같은 게 왕따 될까 봐 걱정되는데 왕따가 안 되려면 공부도 잘해야 되고 옷도 잘 입어야 된다 돈도 필요하고. 공부 잘한다고 왕따가 안 되는 건 아니잖아요. 애 성적 향상시켜 주려고 시험지 빼돌려서 지극정성으로 돌보고 나름 이걸 중학생 같은 생각이라 해야 할지

K: 나름대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는 거죠

J: 전부 엄마를 위해서였다는 것도 소름 끼쳤어요. 울 엄마는 착해서 내가 지켜줘야 해. 그런데 엄마도 민진이 때문에 점점 바뀌어 가잖아요.

E: 저 마지막 대사 너무 좋아해요. 엄마가 멍청하다고 그래서 자기가 지켜줘야된다 그랬어요. 저 비밀은 없다 대사봇 팔로해서 거의 외웠어요

E: ‘와~ 씨 니 존삐에 좋아하나?’ 이거랑 ‘아니야 여보~ 자혜는 그림을 잘 그린다 그랬는데?’ 맨날 이거 떠서. 저는 노래도 좋았어요. 무키무키 만만수가 참여한

J: 헐 무키무키 만만수였어요?!

S: 저 그거 보면서 무키무키 만만수같다 했는데 진짜였다니

E: 직접 참여하고 안무까지 도와줬대요.

J: 헐 글고보니 음악 말이에요. 경미는 음악감독 늘 같은 사람한테 맡겼대요. 장영규 감독? 경미 데뷔 때부터 같이 활동했대요. 이날치 어쩌고....

E: 그 분이에요? 그 전우치 음악감독 하신 오 대박 첨 알았어요

K: 쿵짝쿵짝쿵짝 노래 흥나고 좋아요

J: 맞아요 음악 넘 잘 만들어요. 또 인상 깊었던 거 있나요

E: 그 대사요. ‘여기서 널 죽이면 내가 지는거다 끝까지 살아봐’ 했던 거. 남편도 지가 죽인 거 이제 알게 되고 영상 업로드하면서 버리고 간 거

J: 손예진 눈빛 진짜 좋았어....경미가 비없이 너무 혹평을 받아서 손예진한테 미안해서 얼굴도 못 들뻔했다고 여우주연상이라도 안 탔으면 진짜 미안했을 거라 했던 게 생각나네요.

K: 그래도 연기 너무 잘했어요. 손예진 다시 보게 되고. 근데 사람들이 결혼도 안 하고 애도 안 낳아보고 엄마 연기 잘한다고 하는 칭찬은 좀 거북했어요. 그럼 살인마 역은 살인 해봐서 잘하나?

(웃음)

E: 빗자루 타고 날아다니는 연기도 하는데

J: 머글들은 마법사 연기하면 안 되죠

K: 엄마로 다시 돌아온 손예진ㅋㅋㅋㅋㅋ 호평도 이런 식으로 하면 구려요. 그냥 연기 칭찬만 해 멍청이들아

P: 마케팅 문구로 상상했더니 으윽

K: 저는 중간까지는 미옥이를 의심했거든요. 죽여놓고 어린애가 간도 크다 싶었는데 밝혀질수록 그런 관계가 아닌 거예요. 아빠는 재혼하고 애만 계속 낳고 저한테는 민진이밖에 없는데 제가 왜 걔를 죽여요

S: 그 대사 되게 좋았어요.

E: 저두요. 울면서 와락 쏟아내는데 저한테는 민진이 밖에 없다는 게 정말 너무 진심으로 와닿아서. 근데 거기에 손예진이 차갑게 그래~ 니가 안 죽였어~이러는 것도ㅋㅋㅋㅋ

K: 그쵸 그때 얘가 확실하게 안 죽인 거 같더라고요. 손예진이 둘만의 공간 도착해서 기물들 막 부수는 장면도 인상 깊었어요.

E: 적막한 공간에서 햇빛 살짝 들어오고 조용히 둘러보다가 갑자기 다 갖다 부수고

K: 역시 엄마는 진짜 딸을 모른다 싶기도 하고

E: 손예진이 이메일 뒤져볼 때도 역시 엄마는 딸을 모른다 조까조까 김민진짱

S: 저 그 장면에서 소름끼쳤어요. 함부로 죽으면 안 되겠다

E: 절대 실종되지 말아야지 하고. 실종되더라도 트위터는 계폭하고

K: 저 너무 무서웠잖아요. 제가 모르던 제 딸이 있어요 하고 얼마나 놀랄까

S: 의도치 않은 사후 명예훼손

K: 우리 딸이 그럴 애가 아니에요 하는데 (그럴 애가)맞고 책장에서 모르는 책들이 나오는데 이걸 우리 딸이 봤다고요?

J: 리디 켰는데 19금 200권

K: 보이스피싱 당했다고 생각하시겠어요. 특히나 중학생은 흑역사의 온상인데 그 자취를 다 따라가다니

E: 그리고 실제로 흑역사라고 불릴만한 걸 다 들추잖아요

K: 딸이 알았으면 정말 기절하고 싶었을 것 같아요. 미옥이와의 관계도 우정이라기엔 좀 간 거 같아서 엄마한테 정말 들키고 싶지 않았겠구나 싶었다구요.

J: 경미는 비없에 여중생 사랑 얘기를 쓰고 싶대서 아 남들이 엄청 말리겠구나 하고 신나게 각본 썼대요.

S: 엥 뭐야 대놓고 사랑 얘기였어요?

그런듯

E: 둘이 옷 벗고 담요 두른 사진도 있지 않아요? 친구 사이에 키스를 하진 않으니까.....

K: 중학생은 브레이크가 없어 직진이야

S: 애들 때는 그런 컨셉 많이 하잖아요?

E: 저만 몰랐던 세계인가봐요

S: 헐 아닌가 너무 갔네

K: 근데 친구끼리 뽀뽀정돈 할 수 있으니까 아닌가 둘이 사귀나? 의문을 갖고 봤다구요.

E: 둘이 사귄다고 말은 안 하지만 사귄다는 말이 가볍게 느껴질 정도로 깊은 관계라고 생각했어요. 그렇게까지 서로를 위하는 게 결국 사랑 아닌가요

K: 저는 그 깊은 관계를 사랑이라고 착각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경미 감독이 여중생 사랑이라고 못박았다면 맞는 거 같아요

S: 감독이 그렇다면.....우정도 사랑이죠 뭐

E: 넓은 의미의 사랑을 한 거죠. 깊게.      

K: 제가 미옥이였다면 죽여서라도 복수하고 싶긴 할 거 같아요. 세 번 치어서 죽인 거 이해가 갔어요.

E: 진짜요 심지어 죽는 장면 눈앞에서 봤는데 눈알 돌 것 같아요.

K: 세 번이 뭐야 더 해도 분이 안 풀리지. 정말 죽을 때까지 가져가야 할 비밀이었는데 이렇게 알려진 거 보면 확실히 제목이 딱 맞아요. 비밀은 없다.

E: 제목 정말 잘 지었다 싶네요. 지금까지 별 생각 없었는데.

J: 역시 죽기전에 SNS랑 아카이브 다 정리하고....

K: 저 죽거든 누가 제 계정 장례식 좀 해주세요.


#비없비설

J: 제가 이경미 감독 에세이를 읽고 하도 웃다 굴러다녀서....

E: 여기서도 재밌었던 부분 몇 개 언급해주세요.

J: 미쓰 홍당무 내고 펑펑 쉬기만 해도 될까. 그래 나는 막 열심히 시나리오 쓰는 타입 아니야 하면서 안이하게 놀고먹다 8년이나 백수 생활 했다는 뒷이야기가 있어요. 8년이나 빈곤에 허덕여서 쓴 게 비없.

그리고 이것도 있어요. 경미가 외국인 되게 무서워해요. 이태원 살인사건인가 90년대에 외국인이 한국인 죽인 사건이 크게 되면서 백인 외국인 진짜 혐오하고 무서워하거든요? 근데 비밀은 없다 개봉하고 혹평 쏟아지는데 그 이후 영화모임에서 만난 영화기자가 엄청 호평을 해주는 거예요. 근데 그 사람 백인이었고 결혼해서 남편 됨

S: 진짜 반전의 반전

J: 남편을 필수라고 부르는데 틈만 나면 나 너 싫어 백인아 필수는 너 지금 그거 백인혐오야

경미: 왜 나는 동양인인데 백인 혐오하면 안돼?

필수:

(웃음)

J: 두 사람이 비없으로 만났잖아요. 청첩장에 ‘파국난 부부생활을 그린 이야기로 만난 두 사람이 이제부터 부부의 이야기를 쓰려고 합니다’ 이러고 적음

E: 재밌는 결혼 생활 하겠네요.

J: 경미는 35살이 넘도록 연애도 사랑도 제대로 안 해봐서 자기는 평생 연인이 없을 줄 알았대요. 미쓰 홍당무 그거 남사친이 내 맘도 모르고 결혼해버려서 짜증나서 만든 영화랬어요.

E: 뭔 내용인지도 모르는데 벌써 웃겨요

J: 공식석상에서 "내 친구는 내가 지 좋아하는 줄도 모르고 딴 년이랑 결혼해서 짜증나가지고 이 영화 만들었다고는 못하잖아요" 라고 에세이에 적음

E: 이경미 감독 티엠아이를 정말 많이 듣게 됐네요.....이정도면 사서 읽어야겠어요

J: 저는 비없 망한 뒤로 경미가 우울증이 심해져서 약물중독처럼 몸에 좋다는 약만 먹어댔는데 지하철에서 씨네21 기사를 읽다가 이대로 보낼 수 없는 영화 특집에 비밀은 없다가 있었고 비밀은 없다에 사랑을 보내는 사람들 얘기에 지하철 안에서 펑펑 울었다는 얘기가 잊혀지질 않네요. 그 뒤로 호평이 쌓이고 사람들이 사랑을 보내주고..... 비없이 처음에 박찬욱이 자기 각본 시나리오 중에 일부를 잘라내서 경미한테 써보라고 줬거든요. 그래서 경미가 "아....X나 어쩌지 망했다" 이러고 하나도 못 쓰고 있는데 박찬욱이 "경미야 그거 미국에 리메이크 맡길까 한다"해서 경미가 속으로 '아. 시나리오 쓰지도 않았는데 뭘 리메이크를 해 감독님' 이러면서 감독님 그러면 저 좀 도와주세요 해서 만든 게 비밀은 없다래요. 거기에 여자애들 사랑을 넣자 해서 신나게 쓰고 자기 취향 뻥뻥 넣고. (이경미 감독의 에세이 <잘 돼가? 무엇이든>)

https://youtu.be/1ykBtPMbI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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