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보니 제주도에

미생의 인생은 한치 앞도 예측할 수 없지

by 자몽맛탄산수

어, 어? 어?? 어??? 아....


세상엔 이렇게 되버리는 일들이 참 많은 것 같다.

설마설마 에이에이 하다가 그 설마가 사람잡는 그런 경험.


20대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그렇듯, 나 역시도 제주도에서 장기간 머물러보고 싶다는 생각을 막연하게 해왔다. 한편으론 "제주? 좋지~ 갈 수 있으면 당장 가야지!" 라고 떵떵 소리를 치고는 막상 속으론 나중에 취직하면 일주일 정도 자유 여행이나 다녀올 수 있겠다 넘겨버렸는데. 이렇게 제주도에 장기 체류하게 될 줄은 정말 몰랐다. 어쩌면 아직 어딘가에 완전히 매여있지는 않은 미생이기에 가능한 일일지도 모르겠네.


좋은걸까?라는 의문이 문득드네 갑자기.



난 인턴 나부랭이일 뿐이지만, 일당백을 해내는 우리 팀의 귀한 기획자이신 사수님을 따라 제주도에 오게 됐다. 사수님 껌딱지인 나는 사수님과 떨어지면 업무에 지장이 있기 때문에 사수님이 가게 되신 동시에 나 역시 어쩔 수 없이(라 쓰고 기쁜 마음으로 라고 읽는다) 제주도로 발령.


1월에 입사했을 때부터 제주도에 대한 얘기가 종종 나왔었는데 사실 크게 개의치 않았더랬다.

왜냐면 1, 제주도 파견이 쉬운게 아니라고 생각했고 그냥 팀원분들 희망사항이겠거니 했음

왜냐면 2, 나는 3개월 단위의 계약이기 때문에 제주도를 가는 때까지 여길 계속 다닐까 싶었음

왜냐면 3, 상반기 공채를 열심히 해서 어디든 정규직으로 입사하고자 하는 열정이 있었음


하지만 난 5월이 된 지금도 여길, 심지어 제주도에서 다니고 있다.

허허허.

그동안 소소한 기쁨과 불행이 나를 스쳐갔고, 여기로 이끈 것 같다.


고민 없이 하하호호 웃으며 제주에 발을 디딘건 아니다. 인턴을 하면서도 나름 스타트업 공고나 기업들 공채를 기웃거리며 탈출구 간을 보고 있었는데, 6주라는 기간동안 제주도에 발이 묶여있다면 사실상 취준은 올스탑될 것이 분명했기 때문. 혹시나 생길 수도 있는 면접을 위해 '얼마 있지도 않은 황금같은 휴가+비행기값'을 부담하기엔 인턴 나부랭이의 잔고와 마음의 여유는 부족했다. 지금도 여전히 백지 앞에서 고민중이고.


결국 난 제주도에 오는 선택을 했다.

물론 나의 의지뿐만아니라 다양한 현실 상황들도 반영된 선택이고

나의 의지조차 내 확신이 100% 반영됐다고 볼 수도 없다.

그래도 어쩔거냐, 이미 선택해버린걸.


이제부터 내가 할 일은 내가 선택한 이 곳을, 좋은 선택이었다고 되돌아 볼 수 있게 열심히 살아내는 것이겠지.


이곳이 소심한 미생에게 새로운 터닝포인트가 될 수 있을까,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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