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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몽맛탄산수 Dec 25. 2019

구글 맵으로 쓰는 사진 일기 (Dia3 ~ Dia5)

합석, 도촬, 4인분




Dia 3. 합석

[리스본 2일차]
스타벅스 ▶ 산타 후스타 엘리베이터 ▶ 국립 고대 미술관 ▶ 파스텔 드 나타 ▶ 제로니무스 수도원 ▶ 발견기념비 ▶  벨렝탑 ▶  LX팩토리 ▶ Quermesse


그 날의 사람

코 앞의 지하 차도를 못 보고 헤매는 내 눈을 트여준 벨렘 지구의 경찰관 아저씨. 구글 맵이 헛소리를 하는 것처럼 느껴진다면 지하에 길이 있는 건 아닌지 체크해보자.

그 날의 장소

소위 포르투갈 힙-플레이스라는 LX 팩토리. 연남동 동진시장의 포르투갈 버전인데 이런 곳은 왜 국적불문 하나같이 비슷한 분위기에 비슷한 가게에서 비슷한 물건을 파는 걸까? 원조는 누구?

그 날의 일

"파스텔 드 나타는 포장 줄 서지 말고 무조건 실내로 가서 빈자리를 노리세요!" 현지인의 꿀팁을 전수받아 에그타르트 원조 가게에 유유히 4인석을 차지했다. 하지만 만만하게 생긴 탓일까. 줄을 잇는 합석 요청에 한국인, 중국인, 포르투갈인이 모인 지구촌 테이블 완성. 그래, 혼자만 잘 살면 무신 재미여.

그 날의 무엇

한국에선 규제가 어쩌고 거들떠도 안 보던 전동 킥보드(Lime)를 벨렘에서 데뷔했다. 기준 속도를 아슬하게 넘나들며 바람을 가르는 나는야 벨렘의 무법자. 기분 낸 김에 LX팩토리까지 목적지를 연장했으나 오판이었다. 길이 잘 닦인 벨렘 지구를 벗어나자마자 펼쳐지는 포르투갈의 상징, 자갈길 위에서 내 두개골과 두피는 영영 이별할 뻔.



Dia 4.  

[리스본 → 포르투]
Casa Portuguesa ▶ 코메르시우 광장 ▶ Bertrand ▶ Rede Expressos ▶ 벨라포르투 ▶ 카페 마제스틱 ▶ Tacos 


그 날의 사람

대구 크로켓과 포트 와인을 손에 들고 10분 넘게 제사 지내게 한 크로켓 집 점원. 키 작고 허연 동양 여자애라 만만해 보였는지 말도 안 되는 추파를 던지는데, 내가 너보다 누나야 인마.

그 날의 장소

청명한 하늘을 가르며 내리쬐는 햇살에 홀린 듯 걷다 보니 도착한 코메르 시우 광장. 강바람에 눈물 콧물 다 뺌.

그 날의 일

숙소 가는 길에 들른 상 페드루 전망대엔 한 화가 할머니가 찬 바람을 맞으며 리스본 시내를 캔버스에 담고 계셨다. 밑그림도 없는 흰 캔버스 위에서 프리스타일로 현란하게 춤추는 색 붓. 그 일필휘지에 감탄해 나도 모르게 셔터에 눈을 댔다 딱 걸려버렸다. "사진 찍을 땐 인사라도 먼저 해야 하지 않겠니?" 까칠한 핀잔을 받고 민망한 마음에 푸니쿨라가 그려진 그림 하나를 샀다. 장사는 이렇게 하는 건가.  

그 날의 무엇

맑은 햇살에 더 이상 속지 않으리. 리스본 첫날부터 맑은 하늘에 자꾸 비가 내렸다. 야심 차게 우산을 챙겼지만 비는커녕 햇살이 너무 강해 선글라스가 간절했다. 포르투갈의 우기 우산과 글라스를 모두 챙기.



Dia 5. 4인분

[포르투 2일차]
Leitaria ▶ Fernandes ▶ Claus porto ▶ Meia Duzia ▶ cantinho do Avillez ▶ 피게이라 광장 ▶ 동루이스 다리 ▶ 모로 공원 ▶ 세하 두필라르 수도원 ▶ A grade ▶ 17th bar 


 날의 사람

포르투갈 한인 민박은 사실상 독점이다. 리스본 한인 민박에서 같은 방을 쓴 C언니와 조식 때 스쳐 만난 Y언니를 포르투 한인 민박에서 다시 만났다. 자연스럽게 오늘의 여행 메이트로 낙점.

 날의 장소

포르투를 포르투이게 하는 그것, 동 루이스 다리. 피게이라 광장, 동 루이스 다리 위, 모로 공원, 수도원에서 바라보는 모습이 제각각 다른 매력이 있어 고 놈 덩치 값 하네, 싶었다.

 날의 일

한인 민박 사장님의 포르투 핵심 정리를 함께 수강한 포르투 신입생 4명(나, C언니, Y언니, K언니)은 아는 것이 없으니 딱히 하고픈 것도 없어 일단 함께 시내를 뿌시기로 했다. 4명이 함께 다니니 모든 게 4인분이었다. 사진 찍는 시간도 4인분, 다음 목적지에 대한 생각도 4인분, 샛길로 새는 횟수도 4인분. 4인분이 가장 빛을 발한 곳은 당연히 식당이었다.    

그 날의 무엇

수도원에서 전망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뒷모습을 영상으로 찍고 있는데 갑자기 한 남자가 무릎 한 쪽을 꿇었고 여자는 눈가를 훔쳤다. 수도원으로 올라가는 길의 수많은 커플을 제치며 '솔로천국 커플지옥'을 주문처럼 왰는데 결국 소용이 없었다. 졌다. 너무 부러웠다.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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