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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몽맛탄산수 Dec 30. 2019

구글 맵으로 쓰는 사진 일기 (Dia6 ~ Dia8)

삼천포, 짬, 끝




Dia 6. 삼천포

[포르투 3일차]
Joana 베이킹 스튜디오 ▶ Largo Actor Dias ▶ Guindalense football club ▶ Taylor's Port ▶ 렐루 서점 ▶ 비아 까따리나 쇼핑몰 ▶ Cafe Guarany 


 날의 사람

에어비앤비를 통해 예약한 에그타르트 만들기 수업의 선생님 Joana. 3대가 이어온 진짜 포르투갈 홈메이드 레시피를 전수해줬다. 어렸을 땐 그렇게 싫었다는 휘핑질이 지금은 그녀의 짭짤한 부수입의 원천이 된 걸 보면 어른들이 시키는 건 일단 하고 볼 일이다.

 날의 장소

동루이스 다리의 전망을 안주삼아 낮술을 즐기고 싶다면 반드시 Guindalense football club로. 동루이스 다리와 눈높이를 나란히 할 수 있는 높은 고도에 가게 오른편으로 지나다니는 푸니쿨라가 운치를 더한다. 2유로짜리 맥주 한 병으로도 몸과 마음이 넉넉하게 채워지는 곳.

 날의 일

이 날 동행한 K언니와 나의 "다행"인 공통점은 삼천포로 자주 빠진다는 것. 동루이스 다리로 가는 길에 풋볼 클럽을 발견한 것도, 와이너리 대로에서 5유로짜리 목도리를 득템한 것도, 민박 앞 만두빵 가게에 도전한 것도 그 덕이었다. 고심해서 정한 목적지보다 순간의 관심에 몸을 맡겨 얻은 소소한 즐거움이 더 선명한 이유는 뭘까.

그 날의 무엇

Joana와 절반의 한국인, 절반의 비한국인이 지구촌 정신으로 협동해 구워낸 에그타르트. "갓 구운"이란 수식어 앞엔 최상급 재료나 원조 장인의 손맛, 정석의 레시피도 당해낼 재간이 없다. 빵은 갓 구운 게 제일 맛있다.



Dia 7. 짬  

[포르투 4일차]
볼량시장(임시) ▶ Bem Português ▶ 크리스탈 궁전 ▶ 더 하우스 오브 샌드맨


 날의 사람

두 번째 숙소인 샌드맨 호스텔에서 포르투에 막 도착한 J언니와 K동생을 새로 만났다. 포르투갈 짬 좀 찬 7일 차 여행 슨-배로서 각종 꿀팁들을 선심 쓰듯 나눠줬다. 기대할 것 없는 타인에겐 오히려 쉽게 너그러워진다.

 날의 장소

민박 사장님의 추천으로 방문한 크리스탈 궁전. 늘 가까이서만 보던 동루이스 다리를 와이너리 타운, 포르투 시내와 함께 조망할 수 있다. 전자가 정물화라면 후자는 풍경화의 느낌. 공원이 넓고 예뻐 산책하기 좋다. 자유분방한 공작과 비둘기와 참새가 어딜 가나 옆에 있어 혼자 가도 외롭지 않았다. 허허.

 날의 일

볼량 시장 한 구석에서 와인 가게를 하는 로사 할머니는 손이 정말 크셨다. "How much" 한 마디만 했을 뿐인데 그 자리에서 와인 6병을 스트레이트로 테이스팅'당했다'. 간판 옆 TV 화면엔 한국인과 할머니의 투샷들이 슬라이드 쇼로 흘러가고 있었는데, 마치 할머니의 한국인 공략 성공을 기념하는 전리품 같았다. 긴급 해장용으로 스타벅스 따아를 들이키며 와인계에 김혜자 선생님이 있다면 그녀일 거라 생각했다.

그 날의 무엇

전 세계 코르크의 50%를 생산하는 포르투갈엔 코르크 귀걸이도 있다. 크기에 비해 무게가 정말 가벼워 과감한 크기의 디자인도 걱정 없이 도전할 수 있다. 지인들을 떠올리며 어울릴만한 디자인을 고르다 보면 한 시간이 순삭 될 수 있다.



Dia 8. 끝  

[포르투 5일차]
강 끝 ▶ 7g Roaster ▶ Fnac ▶ 베이스 포르토 ▶ 핫파이브 재즈 클럽 


 날의 사람

자전거를 타고 강 끝으로 가는 길에 인생 최초 바바리맨을 만났다. 날도 추운데 허겁지겁 바지를 내리고 열심히 존재감을 자랑하는 그 노력이 가상해 자세히 보고 평가라도 해줬어야 했는데, 자전거가 너무 빨랐다.

 날의 장소

구글 맵에서 포르투 시내를 오른쪽으로 계속 밀어내다 보면 나오는 도루 강과 대서양이 만나는 강의 끝. 정확한 명칭은 없지만 자전거, 1번 트램, 500번 버스 그리고 튼튼한 두 다리까지 4가지 방법 중 하나를 택해 한번은 꼭 가봐야 할 명소다. 동루이스 다리를 건너 와이너리 가게들이 있는 곳에서 시작하면 뷰가 훨씬 좋다.  

- 적당한 시기: 소박한 포르투가 갑갑하게 느껴질 때

- 준비물: 돗자리와 넉넉한 시간

 날의 일

기대를 안고 갔던 핫 파이브 재즈 클럽은 마침 블루스 공연을 하는 날이었고 아침부터 자전거로 힘을 다 뺀 나에게 블루스는 요란한 자장가일 뿐이었다. 이럴 바엔 숙소에서 자자 싶어 계산하러 갔더니 입장 때 받은 종이가 없으면 100유로를 내야 한다는 말도 안 되는 소리에 잠이 확 깼다. 다시 찾긴 했지만 곱씹을수록 이상한 시스템.

그 날의 무엇

J언니와 샌드맨 호스텔의 저녁 가정식을 신청했다. 짭짭한 맛의 노란 수프, 찰기 없는 밥, 살짝 비릿한 향이 나는 통 생선 구이, 은은하게 쓴 가지 조림. 이 모든 것을 고려하고도 가정식을 한번쯤 먹어봐야 하는 이유는 주방 할머니의 홈메이드 사과 빵이 정말 정말 정말 맛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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