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 다시 만나자, 서울로 7017

한번 쯤은 더 오겠다는 얘기야

by 자몽맛탄산수
DSC01531.JPG 두둥실 그림같은 구름 아래


DSC01532.JPG 조금 더 가까이



이번 주말이 아니면 올라올 시간이 없을 것 같아서, 후다닥 리프레쉬 티켓을 끊어 서울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몇 년을 살았던 서울인데 고작 몇 주 떨어져 있었다고 그 복작한 소리가 조금 생소하게 느껴졌다. 만나고픈 사람들이 바빠 붕 떠버린 시간을 때우기 위해 공항철도를 타고 그대로 서울역에 내렸다.


작년 초였나, 재미없는 신문 스터디를 할 때, 거의 유일하게 나의 마음을 흔들어놓은 건 서울로7017에 대한 기사들이었다. 왠지 모르게 도심 속의 작은 숨길들이 참 좋다. 소금길, 북한산 둘레길, 경의선 숲길 등등. 빽빽하게 조여오는 도시 속에서 잠깐의 여유, 소소한 활력을 불어넣어주는 공간들. 그런 사람이 되고싶은 희망사항의 반영인지도 모른다.



DSC01534.JPG 빌딩 숲을 무심코 가로지르는,


DSC01547.JPG 어디든 너희들 세상이었으면-


DSC01550.JPG 카멜레온같은 빌딩 유리


DSC01552.JPG 펄럭이는 유럽기


DSC01555.JPG 흥겨운 독일 밴드



서울역 8번 출구로 나와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서울로7017로 올라갔다. 두근 반, 세근 반- 하지만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 사실 생각보다 볼 게 없었다. 아니 보기 힘들었다, 가 적당하려나. 혼자 걷기엔 적당한 너비였을지 몰라도 주말에 몰린 인파가 함께 걷기에는 갑갑했고, 이름 순으로 배치되어 있다는 식물들은 한 층 높은 곳에서 태양을 쐬서 그런지 멀리서 볼때보다 더 시들시들했다. 천천히 식물을 따라 걷기보다는, 어라라- 사람에 등떠밀려 걷는, 밋밋한 길이었다. 그래, 이정도면 절반은 성공이야- 첫 술에 배부르랴 싶어 따가운 태양볕을 헤치며 앞으로 걸었다.


길 자체는 사람이 많아 걷기에 썩 좋지는 않았지만 길에서 내려다본 풍경 자체는 좋았다. 높은 곳에 올라와 있다는 것 자체가 꽤나 나의 기분을 들뜨게 만들었다. 쌩쌩 달리는 차들의 속도를 그대로 느끼면서도, 나의 걸음은 느릿느릿 했다. 오묘한 부조화가 꽤나 스릴 있었다.


낮의 서울로는 내게는 약간 심심한 맛이었다. 밤이 되어 색색의 빛들이 비추는 서울로는 어떤 느낌일까- 다음엔 밤에 찾아보기로 한다. 선선한(!) 어느 저녁에.



DSC01560.JPG 속도의 차이가 느껴지는 차도와 인도



그냥 돌아가기 아쉬워 서울역284 박물관을 찾았다. 이전에도 몇 번 들른 적이 있는데, 내게는 실험적인 전시들을 하는 곳이라는 인상이 남아있는 곳이다. 지금 하고 있는 전시도 꽤나 재미있었다.


우리는 과거, 현재, 미래를 각각 어떤 형태로 머릿속에 갖고 있을까? 시간만큼 강한 객관성과 강한 주관성이 양립하는 개념이 있을까. 시간에 대한 각기 다른 형상의 모임, 시간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각들을 엿볼 수 있었다. 아직 전시 기간이 넉넉하던데, 7월에 서울 오면 이 곳도 다시 한번 찾아야겠다 다짐.



DSC01563.JPG 과거-현재-미래, 그 어딘가를 비추는 창


PART 1.
과거: 긍정 시계

내 마음 속엔 아름다운 어제가 있습니다.
떠올리면 안타깝고 힘겨웠던 일도 있었지만,
그런 날들을 거쳐 지금에 왔으니
그래도 한번 살아볼 만한 세상인 것이지요.
기억의 숲길을 따라 걷다 보면 고단할 틈이 없습니다.


PART 2.
미래: 지향 시계

우리는 미래를 대비하기도 하지만, 미래를 꿈꾸기도 합니다.
솔직히 말해서 미래를 정확하게 예측한다는 것을 아주 어려운 일입니다.
거의 틀리기 마련이지요.
사실 미래는 영원히 오지 않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영원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더 자유롭게 미래를 떠올릴 수 있습니다.
어제와 오늘만 있는 세상은 생각만으로도 답답합니다.
아! 미래를 상상할 수 있다는 건 정말 멋진 일이지요.


KakaoTalk_20170607_235411795.jpg 마지막 파트가 현재인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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