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일 글쓰기 1일차 (17.08.23)
누가 봐도 비 오는게 이상하지 않은 날씨였지만 다들 선뜻 우산을 들지는 않았어. 비가 참 이상하게 왔거든. 톡, 토독, 토도독- 하고 오는게 아니라 툭, 툭, 그렇게 갑자기 오는거야. 우산을 필 겨를도 없이 이미 한쪽 어깨가 젖어버릴 만큼 빠르게 와서 무섭게 퍼붓다가, 언제 그랬냐는 듯이 빠르게 사라져. 진짜 이상했어. 난 여지껏 이런게 스콜인줄 알았는데 지리교육과인 우리 사수님이 이건 스콜도 소나기도 아니래. 이 비를 어떻게 이름지어야 할까 고민하는 사이에 또 비가 쏟아졌어. 재빠르게 우산을 폈지만 조금 맞고 말았지.
사실 이 비가 요즘 나랑 되게 비슷해. 아니, 너랑 되게 비슷해. 날짜를 보니 이제 한달하고도 10일이 지났네. 아직은 그리워해도 될 시기긴 한데, 그렇다고 엄청 그리운건 아냐. 진짜. 나 잠도 잘 자고, 밥도 잘 먹고, 회사도 열심히 다니고, 틈틈이 책도 읽고, 잘 지내. 근데 가끔씩 불쑥, 네가 내 머릿속을 파고들 때가 있더라고. 무엇이 너에 대한 기억을 촉발하는지 나도 잘 모르겠는데, 그냥 갑자기 그래. 잠깐 화장실에 가려고 나왔을 때, 살짝 어두운 셔틀버스에서 커튼을 걷어낼 때, 퇴근하고 침대에 누워서 텅 빈 카톡창을 오르락내리락할 때, 그런 되게 평범하고 아무것도 아닌 때. 왜, 그 개그콘서트에서 유행어 있었잖아. '뭐 이런 데서 헤어지잔 말을 해?' 내가 요즘 나한테 자주 그래. '뭐 이런 데서 걔 생각을 해?' 근데 한편으론 '지금 아니면 언제 해?' 싶더라고.
어떤 사람이 그러더라. 더 해. 참지마. 지금 참으면 나중에 병된다. 맞는 말이야. 그래서 난 네가 이렇게 불쑥 찾아오는 거 억지로 막지 않았어. 앞으로도 그럴거고. 지금은 그래도 되는 시기니까. 그러면 안되는 때가 언젠간 올테고, 난 그때 정말 멋있게, 100%의 나로 살고 싶거든. 부끄럽지만, 솔직히 아직 난 반쪽짜리야.
너 때문에 한동안 글을 쓸 수 없었는데, 이제 다시 너로 글을 시작해. 이 100일이 지나면 온전히 나를 위해 글을 쓰는 사람이 될 수 있을까? 안되도 상관은 없어. 100일이 모자라면 150일, 200일 하면 되지. 그래서 나중에 또 이름 모를 비가 오면, 여유있게 우산을 펴는 사람이 되어야지. 어깨 끝이 좀 젖어도 별거 아니란 듯이 탈탈 털어내는 그런 여유가 있는 사람. 내일은 줄창 비가 온대. 비가 그치면 또 얼마나 더워지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