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몰에 관하여 #Day2

100일 글쓰기 2일차 (17.08.24)

by 자몽맛탄산수

거리 곳곳엔 악취가 나는 배변과 그 위에 널브러진 소들이 있었고, 누군가는 목에 핏대를 세우며 릭샤 흥정을 하고 있었으며, 누군가는 자신의 아이가 아닐지도 모르는 아기를 안은 채 내 소매깃을 잡으며 구걸을 했다. 단지 거리 한바퀴를 돌았을 뿐인데 내 콧속엔 온통 검은 먼지가 가득했다. 내 머릿속도 온통 캄캄했다. 그래, 거긴 인도였다.


무턱대고 첫 배낭 여행지를 인도로 잡은건 최소 비용으로 최대 효과를 얻고싶어서였다. 맛집이나 쇼핑보다는 자연 그리고 '빡센' 액티비티를 좋아하는 나에게 인도는 최적의 선택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비행기를 내리기 전까지는.


기억은 미화된다. 최적의 선택이라 생각했던 그 믿음은 여행 내내 조각조각 금이 갔다. 분명 좋은 사람들을 만났고 좋은 순간도 많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즐겁고 행복하기만 한 여행은 아니었으니까. 3년이 지난 지금 내 기억는 전자만 남아있는 것 같다. 인간은 어리석고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지. 근데 인도에 가는 실수를 다시 반복할 수 있는 날이 올까?


미화된 기억 중에서도 가장 찬란한건 일몰을 바라보던 순간들이다. 5~6시, 높은 루프탑, 짜이 혹은 라씨 한 잔, 그리고 지는 해. 여행의 고단함을 녹이는 완벽한 조합. 해는 분명 어디서나 똑같은 모습일텐데 유독 인도의 해가 더 동그랗게 보였던건 왜였을까. 서울의 공기가 더 맑을텐데 유독 인도의 해가 더 밝게 보였던건 왜였을까. 모든 것은 마음의 문제인걸까.


일상을 여행처럼, 여행을 일상처럼. 내가 참 좋아하는 말. 하루 하루, 순간 순간을 충만하게 느끼며 살아가기. 쉽지 않다는 걸 알기에 더 좋아하고 새기려고 노력하는 말이다. 내일은 비가 그친다던데, 알람이라도 맞춰놓고 판교의 일몰을 지켜봐야지.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시작에 관하여 #Day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