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덕행덕을 마음에 새깁시다
어덕행덕....어덕행덕....어덕행덕....침착하자 괜찮아 아무것도 아니야,를 읊조리며 어두운 티켓 부스로 들어갔다. 무심하게 신분증을 내려놓고 핸드폰 뒷번호를 말했다. "표 드릴게요~ 입장은 2시 반부터입니다." 얇은 티켓 봉투를 받아 들고 나니 그제야 진짜 실감이 났다. 나는 혼자 콘서트를 보러 왔다.
좋은 건 나누면 두 배가 된다지만 주고 싶어도 상대가 안 받는걸 억지로 줄 수는 없는 노릇이다. 나의 래퍼 취향이 그렇다. 혼자인 외로움은 티켓 값보다는 조금 많이 저렴하다. 누군가를 영업하고 설득하는 것까지 티켓 비용으로 생각해보면 혼콘은 엄청난 가성비를 자랑하는 선택인 것이다. 즐거움에 있어서도 가성비를 따지는 나이가 되었다는 게 조금 서글프긴 하지만.
입장까지 남은 시간은 한 시간. 공연 전부터 내적 그루브를 타게 만드는 화창하고 따뜻한 날씨였다. 혼자 걸어가는 사람들을 보며 나와 같은 혼콘러겠거니 제맘대로 상상의 나래를 피우는 건 어느 정도 마음의 안정에 도움이 되었는데,
막상 입장 대기 줄을 서고 나니 마음의 안정 따윈 개나 줄걸 싶었다. 앞에도 혼자, 뒤에도 혼자, 저기도 혼자, 여기도 혼자. 두 귀엔 이어폰, 한 손은 주머니, 한 손엔 핸드폰을 들고 고개는 45도로 뚫어져라 액정을 응시하고 있다는 공통점까지. 아, 혼콘러 많네! 괜히 기지개를 켜며 움츠렸던 어깨를 한껏 뻗어보았다.
아직도 입장 시간이 10분이나 남았다. 입장 시간이 임박할수록 시간은 더디게 흐른다. 곁눈질로 혼콘러를 관찰해본다. 누군가의 푹 숙인 고개 아래서 나와 같은 미세한 떨림이, 누군가의 여유 있는 눈빛에선 나와 다른 노련함이 느껴졌다. 아- 저 사람은 프로 혼콘러다. 제멋대로 상상하다 보니 긴장이 풀려 입꼬리가 쑥 올라갔다. 그제야 혼콘 별거 아니라는 덕력 높은 친구들의 말이 이해가 됐다. 어차피 덕질할 거 혼자라고 쫄지말고 행복한 마음으로 덕질하자고.
헤드셋 안에서 맴돌던 가사가 반경 1m 앞에서 숨 쉬는 가사가 되어 내 귀에 흐르는 순간의 벅참.
나오는 노래마다 나의 플레이리스트와 딱딱 들어맞을 때의 묘한 짜릿함.
그 플레이리스트 한 구석을 차지하던 또 다른 가수가 공연의 게스트가 되어 눈앞에 나타났을 때의 운명의 데스티니가 주는 깜찍한 소오름.
유튜브와 멜론은 결코 주지 못하는 밀도 높은 행복감이면 혼자여도 충분했다.
덧 1. 2252는 0개 국어를 탈피한 대신 고음불가가 되어버렸다. 실물이 귀여우니 뭐든 괜찮은 걸로. 고음은 따마가 잘하니까 따마를 계속 친하게 지내세요.
덧 2. 콘서트 1회와 2회를 전혀 겹치지 않는 노래와 콘셉트로 두 벌 구성할 수 있는 가수가 어디 또 있을까. 다음 2252는 반드시 두 개 다 갑니다. 세 개여도 갑니다. 네 개여도 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