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mboo Ceiling에 대해 아시나요?
최근 'Bamboo Ceiling'이라는 흥미로운 단어를 들었습니다. 알아보니 '아시아계 사람들의 경력 장벽'을 말하는 은유적 표현이더라고요. 아시아인들을 향한 고정관념, 문화적 편견 등의 요인들로 인해 승진에 충분히 좋은 자격을 갖추었음에도 불구하고, 리더십에서 과소평가되는 점을 설명합니다.
여기 와서 구직을 하다 보니, 생각보다 아시아인들이 많긴 한데 또 생각보다 기업의 대표나 리더십에는 아시안들이 적더라고요. 일반 IC(Individual Contributor)은 아시안, 한국인들이 그래도 꽤 있는데 직급이 높아질수록 백인, 인도인들이 압도적으로 많은 점이 참 아쉬웠습니다. 실제 통계에서도 아시아계 미국인은 미국 전문직 종사자의 13%를 차지하지만 최고 경영진의 3%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27년 차 실리콘밸리 개발자 한기용 님의 말씀을 인용하자면 - 인도인은 승진을 무슨 맡겨놓은 것 마냥 이야기한다. "나 승진 언제 시켜줘? 승진하려면 뭐가 필요해?"라고 한다. 반면 한국인들은 공부만 한다. 먼저 열심히 해서 성과를 내고, 그 성과가 나를 승진시킬 것이라는 기대를 하고, 승진이 안되면 아 공부가 부족했나 보다 한다. 인도인들은 승진에 필요한 것들을 매니저에게 직접적으로 물어보고, 승진에 필요한 것들을 갖춰서 승진을 한다고 합니다.
왜 그런 걸까요?
사실 네트워킹 현장만 가도 bamboo ceiling이 느껴지긴 합니다. 백인들은 (당연히 모국어일 테니) 쏼라쏼라 자유롭게 이야기하고, 인도인들도 본인을 적극적으로 어필하는 게 보입니다. 그런데 아시안들은 몇몇 사람들을 제외하곤 거의 대다수가 의자에 그냥 앉아있거나 본인들끼리 본인들의 언어로 이야기합니다.
사실 저만 해도 그렇거든요. 네트워킹 자리에 가면 항상 어색합니다. 여기 와서 꽤 많은 네트워킹 모임을 다녔는데 아직도 갈 때마다 어려워요. 누군가가 말을 걸어주기를 기다리고, 그게 안되면 엄청 용기를 내서 사람들에게 다가갑니다. 그마저도 잘 안 되는 영어로 대화를 나누고 오면 '아 아까 그 단어보단 이 단어가 나았을 것 같다, 또 영어 못했네!' 합니다. 사실 그런 자리에선 영어를 잘하고 못하고 보단 얼마나 스몰토크를 잘하는지, 얼마나 나에 대해 잘 어필하는지가 더 중요한데 항상 내 영어 실력 탓을 하고 말죠.
외향적인 사람이라 한국어로 한국인들과 네트워킹을 하면 하고 싶은 말을 막 하고 사람들도 많이 사귀고 오는데, 영어로 하는 네트워킹 자리에서는 그러지 못해 정말 아쉬워요.
결국 bamboo ceiling은 누군가 만든 장벽이라기보다, 문화적 맥락과 자기표현 방식의 차이가 만든 결과 같습니다. 서양권 교육을 받아온 사람들에 비해 아시안들은 자유롭게 의견을 나누는 문화에 익숙하지 않죠. 하지만 언제까지나 시스템 탓을 하기엔 우린 이미 제 앞가림을 해야 하는 어른이 되어 버렸어요. 결국 우리 스스로도 한 걸음씩 바꿔나가야 할 것 같습니다.
완벽한 영어보다 진심을 전하는 대화에 더 집중하고, 네트워킹 자리에서도 한 번만이라도 먼저 말을 걸어보는 용기를 켜켜이 쌓아나가 보면 그래도 언젠간 bamboo ceiling을 깨나 갈 수 있지 않을까요?
언제까지나 조용하지만 유능한 엔지니어로 남아있고 싶진 않아요. 자신 있게 제 의견을 말하는 리더로 성장하는 여정에 이 bamboo ceiling을 조금씩 깨 나가보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