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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캐나다였어요?

그 많은 나라 중 캐나다로 이민을 떠난 이유

by 데브 엘라

최근 많이 들었던 질문.


왜 캐나다였어요?



누구나 그렇듯 저도 선택을 할 때 가치관을 반영합니다. 이민 가려는 나라를 선택하는 과정 또한 가치관을 많이 반영했습니다.


물론 간단하게 말하자면 '이전에 캐나다 교환학생으로 살아본 경험이 있고, 워킹 홀리데이 비자로 영주권 신청 전까진 최대 4년까진 살 수 있어서요'라고 할 수 있어요. 이 외에 저는 캐나다가 주는 여러 요인들로 선택했는데요. 다양성에 대한 존중, 상식적인 수준의 윤리 의식, 도시와 자연의 조화 - 이렇게 세 가지였습니다. 앞으로 거주지나 회사, 관계 등 많은 선택에도 거의 동일하게 적용될 것 같고요.



다양성에 대한 존중

이곳에 살면서 장애인, 성소수자, 각 인종에 대한 존중이 피부로 느껴져요. 언젠가 내가 휠체어를 탈 수도 있는 거고, 내 아이가 아시안으로 살아가는 환경이 될 수 있고, 소중한 내 친구가 성소수자로서 살아갈 환경일 수 있잖아요. 서로가 서로를 존중하는 이런 나라라면 미래가 어떻게 되든 나를 한번 맡겨 봐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국에 있는 친구가 밴쿠버만의 음식은 없냐고 물어봤는데, 없는 것 같다고 대답했어요. 여긴 워낙 다양한 인종과 문화가 섞여있는 곳이기에 특산물(?) 같은 건 없더라고요. 물론 팀홀튼이나 푸틴 등 캐나다 하면 떠오르는 건 있지만 대체적으로 여긴 각 나라의 음식들을 평타 이상은 하는 것 같습니다.



상식적인 수준의 윤리 의식

이걸 어떤 단어로 표현할까 고민했는데 풀어서 이야기해 볼게요. 저는 제가 사는 국가, 최소한 동네만큼은 안전에 대해 크게 신경 쓰고 싶지 않았어요.


여기 온 지 얼마 안 됐을 때 언젠가 ATM기에서 큰돈을 뽑을 일이 있었는데요. 친구와 저는 이 동네가 처음이니 막 주변에 돈 훔치러 오진 않을까 걱정하면서 친구는 돈을 뽑고 저는 망을 보던 상황이었어요. 그러다 문득 주변을 돌아봤는데 제가 너무 유난인 것 같은 거예요. 사람들은 아무 생각 없이 동네를 걸어 다니고, 애초에 돈 훔칠 생각도 없는데 우리가 너무 크게 걱정한 것 같은 거죠. 그러고는 문득 이런 환경에 있음에 감사했습니다.

반대로, 매번 지갑 훔쳐갈까 차 털릴까 걱정하는 그런 환경에서 살아가야만 한다면 일상을 살아가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일 것 같더라고요.


물론 뉴스나 유튜브에서 종종 보이는 것처럼 마약으로부터 결코 안전하진 않고, 다운타운 내 약 하는 사람, 홈리스들이 유독 많은 위험한 거리는 있습니다. 다만 그건 일부에 불과하고 전반적인 라이프는 안전하다고 느껴져요. 늦은 밤 길거리가 무섭긴 하지만 위협적인 게 많아서 그렇다기 보단, 우리나라만큼 밤 문화가 활발하지 않아 다들 집에서 가족들과 저녁을 보내기 때문이죠.



도시와 자연의 조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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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에 밴쿠버 여행 겸 임장을 왔을 때 느낀 밴쿠버의 큰 특징은 도시와 자연이 적절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다는 점이었어요. 조금만 나가도 만, 바다, 호수가 있고 도시 전반에 공원이 정말 정말 많아요. 그래서 일상에 지칠 때는 큰 마음먹지 않아도 피톤치드를 마음껏 마시며 산책할 수 있다는 게 좋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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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가장 좋은 건, 도시더라도 사람들이 빽빽하지 않고 personal space가 넉넉하다는 점입니다. 한국에서 매일 꽉꽉 찬 지하철, 사람이 넘치는 핫플들에 끼여 살다가 이곳에 오니 숨통이 트여요.



내가 나로서 존중받는 곳, 몸과 마음의 여유를 느낄 수 있는 이상형의 나라와 도시에 살고 있어 행복한 요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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