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인상과 첫 질문 사이, 알면서도 속아주게 되는 태도
요즘은 면접을 거의 보지 않는다.
한 번 들어오면 잘 나가지도 않고, 채용도 자주 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도 예전에는 꽤 많은 면접을 봤다.
그 과정에서 유난히 기억에 남는 유형들이 있다.
정말 말 그대로 아무 준비가 없다.
그런데 해맑다.
학원은 다닌 것 같긴 한데, 기술적인 내용을 물어보면 잘 모른다.
아는 게 별로 없으면서 자기가 입사할 것을 당연하게 생각한다.
아니, 오히려 회사를 평가하고 있는 느낌에 가깝다.
사실 취직 자체에도 큰 마음이 없어 보인다.
따끔하게 혼내고 싶은 마음은 전혀 없다.
다만 개발 직군에 들어오겠다는 사람이 기본적인 것조차 모르면 어쩌자는 건지.
학교를 열심히 다닌 것 같지도 않다.
수업 째고 놀러 다닌 게 딱 봐도 티가 난다.
이게 실선인 건가?
회사는 초등에서 중등으로, 중등에서 고등으로,
점수 맞춰 대학 갔다가 자연스레 넘어가는 곳이 아니다.
그 시기의 사람에게 치열함이나 간절함을 바라는 것이
오히려 더 이상해 보일 수도 있지만,
그런 사람이 분명히 있다.
실력이 없어도 영민한 사람들이 있다.
지금은 못 해도 앞으로는 잘할 것이라는 기대를 주는 사람.
반대로, 아무런 기대도 되지 않는 사람도 있다.
내가 부모인가.
동료들이 형제자매인가.
어떤 실수와 부족함을 어디까지 가르치고 품어야 할까.
지금까지 많이 놀았다면, 이제는 코피 터지게 준비해야 한다.
어느 정도 시간을 그렇게 보내면 눈빛부터 달라진다.
얼굴에 딱 티가 나고, 말을 섞어보면 더 확실히 안다.
평소에 어떤 모습으로 사는지,
아무도 없을 때 나는 어떤 태도를 취하고 있는지는
면접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얼굴에 ‘총명’이라고 써 있다.
면접을 준비하기 전에,
그냥 기본적으로 좀 열심히 살아야 한다.
놀면서 떼돈 벌면 나도 좋겠다.
두 번째는 자기 없으면 프로젝트가 안 됐다는 사람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게임 회사에 있다 보면
이름만 대면 아는 프로젝트를 했던 사람들을 자주 만난다.
그런 프로젝트는 100명, 200명, 많으면 300명씩 붙는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스쳐 갔겠으며,
얼마나 많은 사람이 묻어갔겠나.
면접을 보면 직군을 불문하고
모두 자기가 제일 중요한 사람이었다고 한다.
정말 그랬을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지만,
본인은 진심으로 그렇게 믿는 것 같다.
연봉 협상 때가 되면 했던 일들을 열심히 나열한다.
그래. 하긴 했지.
근데 그거밖에 안 했나?
그건 최근에 한 거잖아.
평소엔 어영부영하다가
연봉 협상 시기에만 갑자기 열심히 한다.
그리고 기억 속에는
자기가 마지막으로 불태웠던 순간만 남는다.
나를 바보로 아는 걸까.
알면서도 속아준다.
어쨌든 이런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목이 뻣뻣하다.
자기가 뭔가를 이루었다는 자부심이 강하다.
다 좋은데, 같이 일하면 피곤하다.
설명이 엄청나게 많이 필요하고, 상담도 잦다.
그리고, 금방 옮긴다.
세 번째는 조금 다르다.
연봉이 지나치게 낮은 사람이다.
이런 친구를 보면 마음이 쓰리다.
어딘가 이상한 부분도 분명히 있겠지만,
그 모든 걸 상쇄하는 압도적인 실력이 있다.
그리고 겸손하다.
연고대, 카이스트 출신들 많이 봐왔지만
학벌이 일을 대신해주지는 않는다.
고졸이라도 치열하게 하는 사람은 금방 따라잡는다.
오랜 시간 면접을 봐오며 얻은 나의 결론은 단순하다.
기본이 되면,
일단 같이 일을 해봐야 한다.
면접에서 말을 잘 못 하는 사람은 애초에 뽑기 어렵다.
하지만 기본이 된 사람은 결국 같이 일을 해봐야 안다.
면접 때는 누구나 수퍼맨이고 수퍼우먼이다.
그런데 같이 일을 해보면
말을 잘 못 알아듣기도 하고,
실력이 많이 부족한 경우도 많다.
결국 면접이든 아니든 실력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 실력은
평상시의 굉장한 노력에서 나온다.
‘굉장하다’는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정말 스스로를 속이지 않을 만큼 노력해야 한다.
꿈이 없나?
그럼 대충 살아라.
대충 사는 사람에게는
따분함은 있어도 시련은 없다.
시련은 꿈이 있는 사람에게만 주어지는 선물인 것이다.
열 편쯤 쓰다 보니
나도 모르게 잔소리꾼이 되어버린 것 같다.
요즘 조금 답답한 일이 있어서일까.
이 답답함이 뻥 뚫리는 날도 곧 오겠지.
사실 면접은
“안녕하세요” 하는 찰나에 거의 끝난다.
첫 질문에서 사실상 확정이다.
평소의 마음과 생각과 태도가
결국 얼굴에 비치기 때문이다.
인간 도덕책은 이만.
#이개발자의사고방식 #면접 #채용 #개발자커리어 #태도 #실력 #첫인상 #커리어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