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벨업 달리기 #17]달리기가 몸을 바꾸는 이야기Ⅰ

심장이 달라진다

by 데브 마인드


지금까지 이 시리즈는 주로 어떻게 달릴 것인가를 이야기했습니다.


페이스를 어떻게 잡고, 훈련을 어떻게 구성하고, 레벨을 어떻게 올려가는지.


이번 챕터부터는 조금 다른 방향으로 가보려 합니다.


달리면 몸 안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가.


레벨이 올라간다는 것은 단순히 더 빨라지는 것이 아닙니다.
몸의 구조와 기능이 실제로 달라지는 과정입니다.


그 첫 번째 주제는 심장입니다.


처음 달리기 시작했을 때, 왜 그렇게 심장이 빨리 뛰었을까


달리기를 처음 시작하면 누구나 겪습니다.


조금만 뛰어도 심장이 터질 것 같고, 숨이 차고, 다리보다 심폐가 먼저 무너집니다.


많은 사람은 이때 이렇게 생각합니다.


내가 체력이 없구나.


반은 맞고, 반은 다릅니다.


정확히는 심장이 아직 달리기에 맞게 적응하지 않은 상태입니다.


심장은 한 번 수축할 때마다 혈액을 전신으로 보냅니다.
이때 한 번에 내보내는 혈액의 양을 1회 박출량이라고 합니다.


달리기를 처음 시작한 사람은 이 1회 박출량이 충분히 크지 않습니다.


운동 중 근육이 더 많은 산소를 요구하면, 심장은 한 번에 많이 보내기보다 더 자주 뛰는 방식으로 대응합니다.


그래서 심장이 빨리 뜁니다.


효율이 높아서가 아니라, 아직 효율이 낮기 때문에 더 많이 뛰는 것입니다.


훈련이 쌓이면 심장이 바뀝니다


꾸준히 달리면 심장에도 적응이 일어납니다.


대표적인 변화는 좌심실이 더 많은 혈액을 담고 내보낼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좌심실은 온몸으로 혈액을 보내는 주된 펌프실입니다.
달리기 훈련이 쌓이면 이 공간은 조금씩 더 효율적인 구조로 적응합니다.


그러면 한 번에 담을 수 있는 혈액의 양이 늘고,
한 번의 수축으로 내보낼 수 있는 혈액의 양, 즉 1회 박출량도 커집니다.


이 변화가 생기면 심장은 예전처럼 다급하게 뛸 필요가 없어집니다.


더 적은 박동으로도 같은 양의 혈액을 공급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달리기를 오래 한 사람들의 안정 시 심박수가 낮아지는 이유입니다.


일반적인 안정 시 심박수는 보통 분당 60~80회 정도입니다.
반면 지구성 훈련이 잘 된 사람들은 40~50회 수준까지 내려가기도 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그보다 더 낮게 나타나기도 합니다.


같은 일을 더 적은 횟수로 해내는 것.


심장이 효율적으로 바뀌었다는 뜻입니다.


운동선수의 심장이라는 것


이런 적응을 흔히 운동선수의 심장(Athlete’s Heart)이라고 부릅니다.


지속적인 지구성 훈련을 하면 심장은 반복적인 부하에 맞게 구조와 기능을 조정합니다.


이건 병이 아닙니다.
반복 훈련에 대한 정상적인 적응입니다.


팔다리 근육이 훈련으로 변하듯, 심장도 변합니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팔이나 다리는 눈으로 보이지만 심장의 변화는 눈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대신 그 변화는 달릴 때 분명하게 느껴집니다.


예전에는 5km만 뛰어도 심장이 터질 듯했는데, 어느 순간부터는 같은 속도에서 훨씬 여유가 생깁니다.


그 여유는 정신력이 강해져서 생긴 것이 아닙니다.


심장이 실제로 더 효율적인 펌프로 바뀌었기 때문입니다.


심박수는 훈련의 척도입니다


이 사실을 알고 나면, 심박수를 보는 눈도 달라집니다.


심박수는 단지 오늘 힘들다, 안 힘들다를 보여주는 숫자가 아닙니다.
심장이 지금 얼마나 효율적으로 일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입니다.


같은 페이스인데 심박수가 예전보다 낮아졌다면, 그건 심장이 그 강도에 적응했다는 뜻입니다.


말 그대로 레벨이 오른 것입니다.


반대로 피로가 누적됐거나 몸 상태가 좋지 않은 날에는 같은 페이스에서도 심박수가 평소보다 더 높게 나옵니다.


그날은 억지로 밀어붙일 날이 아니라, 강도를 조절해야 하는 날입니다.


달리기를 오래 한 사람은 결국 자기 심박수 패턴을 알게 됩니다.


어느 정도면 편안한지,
어디서부터 무너지기 시작하는지,
오늘 몸이 올라오는 날인지 아닌지.


그 감각 역시 훈련의 결과입니다.


심박수가 낮아졌다고, 늘 편하게만 뛰라는 뜻은 아닙니다


여기서 한 가지 착각하면 안 됩니다.


같은 페이스에서 심박수가 낮아졌다는 것은 몸이 그 강도에 적응했다는 뜻입니다.


좋은 변화입니다.
하지만 그 강도만 계속 반복하면, 그다음 적응은 점점 작아집니다.


몸은 익숙한 자극에는 덜 반응합니다.


근력을 키우려면 늘 같은 무게만 드는 것이 아니라 조금 더 무거운 자극이 필요하듯, 심폐 능력도 마찬가지입니다.


심장이 덜 뛰게 되었다는 것은 강해졌다는 신호이지, 앞으로도 늘 그 수준으로만 달리라는 뜻은 아닙니다.


더 높은 레벨로 올라가려면 가끔은 심장이 더 빠르게 뛰는 구간도 필요합니다.


조금 더 빠른 페이스,
조금 더 높은 강도의 자극을 통해
심장과 폐, 그리고 그 자극을 받아들이는 몸 전체가 다시 적응하기 시작합니다.


그래서 훈련에는 편하게 달리는 날만 있는 것이 아니라, 조금 힘들게 달리는 날도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러닝의 마지막에 짧게 속도를 올려 달리는 가속주를 넣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컨디션이 괜찮고 기본 조깅이 안정적으로 끝난 날이라면, 100m 정도의 짧은 질주를 몇 차례 넣거나, 조금 더 여유가 있다면 1km 안팎을 자신의 전력 질주가 아닌 통제 가능한 빠른 페이스로 달려볼 수 있습니다.


대략 전력의 80% 안팎에서 폼이 무너지지 않는 범위로 빠르게 달리는 느낌입니다.


중요한 것은 무조건 끝까지 밀어붙이는 것이 아닙니다.
심장을 자극하되, 망가뜨리지 않는 선에서 자극하는 것입니다.


착각하지 말아야 합니다.


심박수가 낮아졌다는 것은 발전의 결과입니다.
하지만 더 발전하려면, 몸은 다시 새로운 자극을 받아야 합니다.


심장의 변화는 오래 걸립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이 하나 있습니다.


심장의 변화는 빠르지 않습니다.


몇 번 뛰었다고 갑자기 심장이 달라지지 않습니다.
몇 주, 몇 달, 더 길게는 그 이상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달리기는 결국 지속의 운동입니다.


짧게 몰아붙이는 것보다, 오래 끊기지 않고 이어가는 것이 심장 적응에는 훨씬 더 효과적입니다.


레벨업 달리기에서 계속 이야기해온 천천히, 꾸준히가 괜한 구호가 아닌 이유입니다.


심장은 조급함보다 반복에 반응합니다.


그리고 그 반복이 쌓이면, 어느 날 당신은 예전과 다른 심장으로 달리게 됩니다.


다음 편에서는 근육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이야기하겠습니다.


심장이 펌프라면, 근육은 그 혈액을 실제로 받아 써서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엔진입니다.
그 엔진이 달리기를 통해 어떻게 바뀌는지, 다음 편에서 이어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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