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벨업 달리기 #18] 달리기가 몸을 바꾸는 이야기Ⅱ

근육이 달라진다

by 데브 마인드

근육은 크게 두 종류로 나뉩니다.

빠르고 강하게 수축하는 속근(Type II, 백근)과 느리지만 오래 일할 수 있는 지근(Type I, 적근)입니다.


속근은 폭발적인 힘을 낼 때 주로 사용됩니다.

무거운 물체를 들어 올리거나, 짧은 순간 강한 힘을 내야 할 때 많이 동원됩니다.


반대로 지근은 폭발력은 약하지만, 오래 지속하는 데 강한 근육입니다.

지치지 않고 계속 일해야 하는 움직임에 더 적합합니다.


달리기는 기본적으로 지근의 비중이 큰 운동입니다.


물론 빠르게 달릴수록 속근의 동원 비율도 높아집니다.

하지만 조깅부터 중간 페이스의 달리기까지는 대부분 지근 중심으로 움직입니다.


훈련이 쌓이면 근육은 오래 움직이는 방향으로 성질이 강화됩니다.

반복적인 지구력 훈련을 거치면서, 같은 페이스를 더 오래 감당할 수 있는 구조가 몸 안에 만들어집니다.


결국 달리기를 오래 할수록, 그 페이스를 담당할 수 있는 근육 구성이 서서히 구축됩니다.


몸 안에는 달릴 때 열리는 도로망이 있습니다


달리기를 시작하면 몸 안의 물류 시스템이 갑자기 바빠집니다.


평소 차분히 뛰던 심장은 더 빠르게 박동하고,

산소와 영양분을 실은 혈액을 더 많이, 더 자주 온몸으로 밀어냅니다.


동맥은 큰 고속도로와 같습니다.

심장에서 출발한 혈액은 이 큰 길을 따라 빠르게 이동합니다.


하지만 고속도로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실제로 에너지가 필요한 곳은 다리 근육 안의 세포 하나하나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큰 길에서 중간 길이 갈라지고,

다시 더 가는 길들이 근육 깊숙이 퍼져 나갑니다.


이 길들이 바로 모세혈관입니다.


평소 몸이 쉬고 있을 때는 이 길이 조용합니다.

필요한 만큼만 혈액이 흐르고, 길도 그만큼만 열려 있습니다.


하지만 달리기를 시작하면 상황이 달라집니다.


근육은 더 많은 산소와 영양분을 요구하고,

그에 맞춰 근육 쪽 혈관은 점점 더 열립니다.


그 결과 혈액은 더 많이, 더 빠르게 근육 쪽으로 흘러갑니다.


마치 평소에는 한산하던 도로가

갑자기 차량을 더 많이 받아들이기 위해 흐름을 넓혀 가는 것과 비슷합니다.


혈액은 이 좁은 길을 따라

각 세포에 산소와 영양분을 실어 나르고,

에너지를 쓰고 남은 이산화탄소와 여러 대사산물은 다시 회수해 돌아옵니다.


달린다는 것은 결국

몸 안의 도로망을 운동에 맞게 다시 여는 일이기도 합니다.


훈련이 쌓이면 도로망 자체가 달라집니다


한 번 달릴 때마다 몸은 잠깐씩 길을 엽니다.

하지만 훈련이 반복되면, 몸은 거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아예 더 잘 달릴 수 있는 방향으로 구조를 바꾸기 시작합니다.


그 대표적인 변화가 미토콘드리아와 모세혈관입니다.


미토콘드리아는 근육 세포 안에서

들어온 산소와 연료를 실제 사용할 수 있는 에너지로 바꾸는 발전소 같은 존재입니다.


지근은 속근보다 미토콘드리아가 많습니다.

그래서 산소를 이용해 오래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데 유리합니다.


달리기 훈련을 지속하면 이 발전소도 더 발달합니다.

수와 기능이 함께 좋아지면서, 같은 산소로도 더 효율적으로 에너지를 만들어낼 수 있게 됩니다.


모세혈관도 함께 달라집니다.


훈련이 쌓이면 근육 안의 모세혈관 밀도는 높아집니다.

이 말은 단순히 기존 길이 튼튼해진다는 뜻만이 아닙니다.

근육 곳곳으로 이어지는 작은 길 자체가 더 많아지고, 도로망이 더 촘촘하게 개발된다는 뜻입니다.


길이 많아질수록 혈액은 한 줄로 몰리지 않습니다.

산소와 영양분은 여러 갈래를 통해 동시에 공급되고,

에너지를 쓰고 남은 것들도 여러 길을 통해 함께 회수됩니다.


그러니 이동은 더 빠르고, 흐름은 훨씬 매끄러워집니다.

같은 속도로 달려도 예전보다 덜 힘들고, 더 오래 버틸 수 있게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즉, 몸은 한편으로는 길을 더 깔고,

다른 한편으로는 도착한 재료를 더 잘 처리하는 발전소를 늘려가는 셈입니다.


그래서 같은 속도로 달려도

어떤 사람은 금방 힘들고, 어떤 사람은 비교적 편안합니다.


그 차이는 의지만이 아니라,

몸 안의 도로망과 발전소가 얼마나 잘 갖춰져 있느냐의 차이이기도 합니다.


달리기는 근육을 크게 하기보다, 근육을 다듬습니다


달리기를 오래 해도 다리가 생각보다 굵어지지 않는다고 말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대체로 맞는 말입니다.


달리기는 근육을 크게 만드는 운동이 아닙니다.


근육을 눈에 띄게 키우려면 빠르고 강한 수축, 그리고 충분한 저항이 필요합니다.

즉, 웨이트 트레이닝 같은 자극이 중심이 되어야 합니다.


달리기는 반복적인 수축은 많지만, 근비대를 크게 만들 만큼 강한 저항이 계속 걸리는 운동은 아닙니다.


대신 달리기가 근육에 하는 일은 다릅니다.


근육 세포 안의 에너지 생산 능력을 키우고,

혈액을 공급하는 통로를 촘촘하게 만들고,

오래 버티는 데 유리한 방향으로 기능을 다듬습니다.


크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정교하게 만드는 것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달리기를 오래 한 사람의 다리는 겉으로는 평범해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다리 안에서는

같은 다리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다른 성능의 근육이 작동하고 있습니다.


워밍업을 해야 하는 이유


이제 여기서 중요한 점이 하나 나옵니다.


운동을 오래 해 몸이 바뀌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날의 달리기를 어떻게 시작하느냐도 중요합니다.


워밍업은 단순히 몸을 푸는 절차가 아닙니다.

본 운동 전에 근육과 순환계를 낮은 강도로 천천히 깨우는 과정입니다.


처음부터 강하게 달리면 아직 충분히 열리지 않은 길 위로

갑자기 많은 물류를 밀어 넣는 셈이 됩니다.


그러면 효율은 떨어지고, 숨은 더 차고, 움직임도 거칠어지기 쉽습니다.


반대로 시작 5분만이라도 부드럽게 들어가면

심장과 혈관, 근육은 훨씬 자연스럽게 본 페이스에 올라옵니다.


몸 안의 도로도 갑자기 넓어지는 것이 아니라

조금씩 열리고, 흐름이 살아납니다.


달리기 시작 전에 있는 듯 없는 듯한 느린 도입부.

그 짧은 시간이 몸 안에서는 꽤 중요한 준비 과정이 됩니다.


천천히 달리는 훈련도 근육을 바꾸는 이유


달리기 초보 시절에는 보통 주 3~4회의 조깅부터 시작합니다.


이 조깅은 속도가 느리고, 겉으로는 별로 대단해 보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달리기를 제대로 아는 사람일수록 이 시간을 가볍게 보지 않습니다.


저강도 지속 훈련, 즉 LSD(Long Slow Distance)는 몸을 오래 움직이는 상태에 익숙하게 만듭니다.


이 과정에서 근육은 지방을 에너지원으로 활용하는 능력을 조금씩 키워갑니다.


지방을 더 잘 태울 수 있게 되면, 탄수화물에만 급하게 기대지 않아도 됩니다.

에너지를 더 오래, 더 안정적으로 쓸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풀마라톤에서 LSD가 중요한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이 시스템이 준비되지 않은 상태로 긴 거리에 들어가면,

후반부에 탄수화물 의존도가 급격히 높아지고 결국 30km 이후 무너질 가능성이 커집니다.


많은 사람들이 말하는 그 벽도, 결국은 이런 에너지 운용의 한계에서 시작됩니다.


천천히 달리는 훈련은 느려 보여도 헛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몸의 가장 깊은 곳을 바꾸는 훈련에 가깝습니다.


다음 편에서는 바로 그 에너지 시스템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달리기에서 에너지는 어떻게 쓰이고,

왜 어떤 사람은 중간부터 갑자기 무너지며,

왜 중급 구간에 들어서면 젖산 역치가 중요한 장벽으로 등장하는지, 그 구조를 하나씩 살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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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수,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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