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야 할 핑계를 찾는 중입니다

죽지 못해 사는 게 아니라, 살아야 할 핑계를 찾는 중입니다

by 누워 사는 개발자


부정적인 예보로 가득한 나의 미래


우울증을 앓는 내게 미래는 늘 '흐림' 아니면 '태풍'이다. 경기 침체와 기술에 대체될 직업, 더는 경제활동을 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공포, 그리고 나보다 먼저 세상을 떠날 부모님과 고양이들까지. 머릿속 미래에는 온통 비관적인 예보만 가득하다. 이것이 병 때문인지, 아니면 나라는 사람의 본질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저 이 짙은 어둠을 뚫고 나갈 최소한의 통로가 간절할 뿐이다.




강제로라도 살기 위한 장치, 버킷리스트


막막한 생각들에 잠식되지 않으려 실현 여부조차 불투명한 '버킷리스트'를 적기 시작했다. 한참을 고민하다 가장 사랑하는 곳인 오키나와를 떠올렸다. 그곳의 다정한 사람들, 눈부신 햇살과 바다, 그리고 톡톡 터지는 바다포도의 식감을 사랑한다. 특히 산호초 군락인 야비지 포인트에서 벽면을 가득 채운 산호들을 마주하며 프리다이빙을 했던 그 경이로운 감각은 여전히 생생하다. 그 기억을 붙잡아 첫 번째 생존 장치를 만들었다. "오키나와에서 환갑잔치 하기." 그 외에도 경제적 자유를 얻는 것, 언젠가 이집트 블루홀에서 프리다이빙을 하겠다는 다짐도 보탰다. 원대한 목표가 아니어도 좋다. 그저 지금 당장 생을 놓지 않을 적당한 핑계면 충분하다.




이미 증명해온 기적, 고시원에서 내 집 마련까지


막연한 미래가 두려울 때면 이미 일궈온 것들을 복기한다. 가장 큰 성취는 폭력이 얼룩진 집에서 독립해 나만의 가족인 고양이들을 만난 일이다. 창문조차 없던 고좁은 고시원 방에서 시작해, 마침내 햇살 한 줄기 스미는 방으로 옮겼을 때의 벅찬 감동을 기억한다. 취업 후 월세를 전전하다 마침내 나만의 오피스텔을 마련했을 때 느낀 감격은 내가 여전히 살아가야 할 이유를 몸소 증명해 준다.




매일 죽고 싶지만 살아내고 있는 당신에게


인지 심리 검사가 끝날 무렵, 상담 선생님께 물었다.

"매일 죽고 싶어 하면서도 어떻게든 꾸역꾸역 살아내는 삶, 정말 괜찮은 걸까요?"

선생님은 덤덤하게 대답하셨다.

"괜찮아요. 그렇게 견디다 보면 언젠가 볕 드는 날도 오니까요."


그 말이 정답인지는 아직 모르겠다. 하지만 거창한 긍정 대신, 일단은 하루하루를 덤덤히 버텨보려 한다. 그렇게 시간을 쌓다 보면 그토록 바랐던 목표들에 한 걸음쯤은 가까워지는 날이 오지 않을까.


그러니 일단 오늘은 죽지 말자.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